[삼성전자 구조개편] 지주사 추진 차질 빚나…진행 상황은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이유는 그룹 내 높은 순환출자 지배구조를 해소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작업은 삼성전자가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먼저 쪼개진 뒤 지주회사와 삼성물산을 합병, 지주사 체제를 가동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른바 '자사주 마법'이다. 자사주 마법은 삼성전자를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인적 분할을 실시할 경우 기존 회사 주주들은 분할된 회사의 신주를 자신이 가지고 있던 지분 비율만큼 받을 수 있다. 또 현재 의결권이 없는 삼성전자 자사주 지분 12.78%(1798만여주)는 사업회사에 대한 의결권을 갖게 된다.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을 0.6% 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이 부회장이 지주사 전환을 통해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도 여기에서 나온다. 상법상 자사주는 회사가 보유한 주식이기 때문에 의결권이 없지만 관계사끼리 주식 교환이 이뤄질 경우 의결권이 생긴다는 점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본래 행사할 수 없었던 자사주 의결권이 지주회사 전환 작업에서 의결권을 갖게 되고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12.78%의 의결권이 총수 일가의 우호 의결권으로 행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삼성이 지주사 전환 작업 시 '자사주 마법'을 통해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없도록 하려고 했다. 다만 여야의 의견이 엇갈려 상법 개정안 처리는 사실상 불발된 상태다. 삼성은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시간을 벌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지주사 전환 작업에 속도를 높이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총수가 구속돼 있는데다 지주사 전환 작업을 중추적으로 담당해야 할 미전실이 폐쇄돼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계열사 자율화 원칙에 따라 이사회와 CEO 중심으로 삼성 계열사들이 움직이게 된다는 점도 지주사 전환 작업을 더디게 만드는 원인으로 꼽힌다. 지주사 전환이라는 중대한 사업적 판단을 이사회에서 결정할 경우, 총수가 빠르게 결단하는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이 혼란스런 그룹 전반의 분위기를 추스리고 새로운 도약을 모색키 위해서라도 지주사 전환작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이 총수부재 상황 등의 이유로 지주사 전환 작업을 늦출 경우 정치권에서 상법 개정안 논의를 또 다시 수면위로 끌어올릴 수 있다. 현대중공업 등 다른 대기업들이 지주사 전환 작업을 서두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경우 이 부회장은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여야 할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 작업을 속도감있게 진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투자부문(지주회사)과 사업부문(사업회사)의 인적분할 과정에서 이미 확보한 12.8%의 자사주를 활용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이 가능하다"며 "그룹 역시 삼성전자지주회사 지배를 통해 삼성전자사업회사에 대한 지배력 추가 확대도 가능한 만큼 인적분할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