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사회일반

[마약의 늪①]"클릭 몇 번만으로도"···인터넷·SNS, 마약 '무풍지대'

등록 2017-10-11 06:00:00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동영상 공유사이트에 올라온 마약 판매 홍보 동영상. 2017.9.26. [email protected]
동영상 사이트마다 마약 홍보·광고 영상 버젓이
수사기관 추적 힘든 '비트코인'으로만 결제 가능
수상한 낌새 보이자 돌연 사라진 뒤 연락 두절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얼음, 작대기, 아이스, 물뽕….'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서 마약을 가리키는 은어들을 입력하자 글과 동영상이 쏟아졌습니다. 이름조차 생소한 마약 종류부터 가격까지. 한참을 훑어봐야 할 정도였습니다. '없는 거 빼고 다 있다'는 흔한 말을 실감케 했습니다.

 동영상 공유사이트마다 뒤적였습니다. 마약 관련 동영상이 버젓이 나왔습니다. 동영상은 셀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대부분의 동영상은 마약 판매를 홍보하거나 안내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필로폰이나 신종 마약을 포장하거나 투약하는 방법 등이 담긴 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동영상마다 어김없이 판매자의 연락처나 해외 메신저 계정 등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메신저를 통해 접촉한 구매자에게 필로폰 등 마약을 판매하기 위한 전형적인 수법입니다. 

 지난 22일 판매자로 추정되는 SNS 계정에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한참을 기다린 끝에 답변이 왔습니다. 주사기를 통해 투약하는 필로폰을 뜻하는 은어 '작대기'를 판매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구입 가능 여부를 물었습니다. 곧바로 '1에 80'이라는 짧은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필로폰이 담긴 주사기(작대기)를 개당 80만원에 팔겠다는 말이었습니다.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몇 개를 구할 수 있느냐' 질문부터 '다른 종류의 마약은 없는지' 등 질문이 차고 넘쳤습니다. 그는 단속을 의식한 듯 질문마다 짧은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계속되는 질문에 약속이라도 한 듯 짧은 대답이 반복됐습니다. 

 거듭 구입 의사를 밝히자, 그는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해외 메신저로 넘어올 것을 먼저 제안했습니다. 해당 메신저는 대화 내용이 암호화되고, 기록이 남지 않아 경찰이나 검찰에 내용이 유출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알려진 보안이 강화된 메신저입니다. 

 새로운 메신저에서 다시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장남의 마약 투약 파문 탓일까요. 그는 이미 한 차례 대화를 통해 검증이 끝났는데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습니다. 이전 메신저에서 나온 대화 내용이나 자신과의 접촉 경로 등에 대해서도 꼼꼼히 따져 물었습니다.

 혹시 모를 단속이나 위장 수사관을 가려내기 위함입니다. 투약 횟수부터 하다못해 신종 마약 투약 여부까지 꼬치꼬치 캐묻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차례 질문과 대답을 반복한 끝에 그는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대화창에 올린 뒤 서서히 경계를 풀었습니다.

 그에게 '돌직구' 질문을 던졌습니다.

 "직접 만나서 구매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요."

 잠시 주춤하던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직거래는 절대 불가합니다. '던지기'로만 거래합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이후 구매의사를 재차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말한 이른바 '던지기'는 판매자가 특정 장소에 마약을 숨겨놓으면 구매자가 찾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신분 노출이 없는 탓에 대부분 이런 거래 방식을 따른다고 합니다. 신종 수법을 통해 마약을 사고파는 당사자끼리도 서로 누구인지 확인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는 것입니다.

 방점은 뒤에 찍혔습니다.

 "비트코인(가상통화)으로만 거래 가능합니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익명으로 거래하기 쉬운 온라인 가상화폐로만 판매 대금을 받겠다는 뜻이었습니다.

 그의 말마따나 판매자와 구매자가 대면하지 않고도 마약을 얼마든지 구입이 가능했습니다. 가상통화 입금 내역만 확인되면 당장이라도 보내줄 수 있다는 설명이 한참 계속됐습니다. 냄새와 색깔이 손 세정제와 구별되지 않은 신종 액체 마약을 권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에서 버젓이 마약 판매 광고를 올리는 것도 '문제없다'는 그의 호언장담은 사실일까요. 가당치도 않습니다. 올해 6월부터 인터넷을 통한 마약류 광고를 할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법이 개정됐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가상통화와 신종 마약에 대해 설명을 이어나갔습니다. 이렇게 쉽게 마약을 손에 쥘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개정한 법마저 무색케해 잠시 헷갈렸습니다.
 
 자꾸 질문을 한 탓인지,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챘는지, 그는 별다른 말도 없이 돌연 대화방을 나가버렸습니다. 그와 다시 접촉을 시도했지만, 끝내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평소 친분이 있던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 소속 경찰관에서 곧장 신고했습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관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마약 광고 등 게시물 삭제를 요청하고, 단속에 나서겠다"고 말했습니다.

 나흘 뒤 그의 해외 메신저 계정을 통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아무런 응답이 없었습니다. 동영상 공유사이트를 다시 뒤적였습니다. 여전히 필로폰 등 마약을 판매하기 위한 광고 동영상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뒷맛이 영 개운치 않았습니다.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관련기사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