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의 늪③]중독→판매→투약, "악순환 연결 고리 끊어야"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마약이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습니다. 수사당국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마약 범죄가 좀처럼 수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누구나 쉽게 마약을 접할 수 있고, 국제우편·화물로 듣도 보도 못한 각종 마약류들이 국내로 물밀듯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독버섯처럼 파고든 마약이 빠른 속도로 퍼지면서 우리 사회가 병들고 있습니다. 대검찰청의 '2016년 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수사 당국에 적발된 마약 사범 수가 역대 최대인 1만4214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2015년 1만1916명에 비해 19.3% 증가한 수치입니다. 필로폰 등 지난해 압수된 마약 양은 117㎏으로, 전년 대비 41.8%나 늘었습니다. 마약사범은 외환 위기 직후인 지난 1999년 1만명을 처음으로 넘어섰고, 2011년부터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마약 중독자들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IT시대에 유혹은 가까워졌고, 거래는 쉬워졌습니다. 인터넷과 SNS에는 마약 제조부터 투약 방법, 판매까지 마약 홍보 전시장을 방불케 합니다. 사고파는 게 쉽고, 자신의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아도 되는 탓입니다. 거래 방식이 날로 교묘해지는 것도 현실입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마약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국제사회에서 인구 10만명당 마약사범이 20명 미만이면 통상 ‘마약 청정국’으로 분류합니다. 우리나라 인구 기준(5140만․2015년)으로 1만280여명을 넘어서면 마약 청정국이 지위를 잃게 되는데,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이 1만4000여명에 달합니다. 사실상 지위를 잃은 셈입니다. 마약사범이 해마다 증가하고, 마약에 빠지는 10대 청소년도 많아지는 양상이라 더 이상 넋 놓고 보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마약 사범은 명백한 불법입니다. 응당한 대가를 치르는 것 역시 필요합니다. 마약을 공급한 사람에게 엄중한 법 집행을 적용하는 것도 일리 있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마약 청정국 지위보다 마약사범을 붙잡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마약 사범들이 다시는 마약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연결고리를 끊는 것입니다.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든 마약의 늪은 악순환의 고리를 더욱 공고히 합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마약 중독자는 호기심에 마약에 손을 댔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의 말마따나 마약의 늪은 한번 발을 들이면 도저히 빠져나오기 힘든 치명적인 중독성을 지녔습니다. 그는 가진 돈을 모두 날리고,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고도 마약을 투약하기 위해 판매자로 둔갑해 새로운 투약자를 끌어들였습니다. 수사기관에 붙잡혀 재활프로그램을 받아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마약은 한 번 확산되면 중독성 때문에 걷잡을 수 없고, 파국으로 치닫게 됩니다. 이 때문에 악순환의 연결 고리를 끊고, 사전에 차단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마약사범들이 다시 마약에 손을 대지 않도록 국가가 직접 관리하고, 중독 치료 등이 철저한 사후조처가 뒤따라야 실효를 거둘 수 있습니다. 또 인터넷이나 SNS에서 마약 유통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강도 높은 대책 마련도 시급합니다. 마약의 늪. 결코 가벼이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