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마이웨이' 택한 안철수…당은 혼란·분열양상
親安-反安 대변인단, 의총 결과에 고성 지르며 갈등 노출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안철수 대표가 결국 '마이 웨이'를 택했다. 소속 국회의원 4분의 1 이상이 요구한 의원총회를 앞두고 돌연 기자회견을 통해 바른정당 통합론 전당원투표를 제안하면서다. 두 달 남짓 끌어온 바른정당 통합 논란에 연내 종지부를 찍겠다는 일종의 승부수지만, 국민의당 내부는 혼란과 분열로 종잡을 수 없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안 대표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에 대한 찬반으로 당대표에 대한 재신임을 묻겠다"며 자신의거취를 건 바른정당 통합론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특히 통합론에 반대하는 호남 중진들을 향해 "여전히 자신의 정치이득에 매달리려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거취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발언, 사실상 분당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안 대표는 이후로는 즉각 '전당원투표 실시의 건'을 제1안건으로 하는 당무위를 소집, 속전속결로 전당원투표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당시는 통합론 관련 의원총회를 불과 3시간여 앞둔 시점이었다. 반대파는 이날 안 대표가 요구해온 '대안'으로 개헌연대를 제시할 예정이었지만 기습 기자회견으로 인해 의원총회는 유명무실졌다.
정동영 의원은 "의원들에 대한 무시도 유분수지, 2시에 의원총회를 소집해놓고 11시에 기자회견을 하나. 이 자리에 뭐가 무서워서 못 오는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안 대표가 출석한 뒤에 의원총회든 간담회든 하자"며 "왜 기자회견장엔 나타나면서 의총장엔 못 나타나나. 그 정도 간땡이를 갖고 당대표를 할 수 있겠나"라고 힐난했다. 유성엽 의원은 "안 오면 끌고라도 와야지 이런 비겁한 경우가 어디 있나"라고 안 대표를 강제로라도 참석시키자고 주장했다. 이에 안 대표 최측근인 송기석 의원이 "유 의원님, 말씀 좀 자제하자"고 했고, 권은희 의원도 "끌고라도 오라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느냐"라고 쏘아붙이는 등 살벌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노출됐다. 뒤늦게 의총장에 도착한 박지원 전 대표도 "안 대표는 당원과 국회의원, 국민들에게 '통합의 통자도 꺼내지 말라', '없다' 이렇게 사기를 쳤다"며 "오늘이 안 대표의 구상유취(口尙乳臭·입에서 젖내가 남)한 정치행태를 확인해준 날"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친안계인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상기된 표정으로 안 대표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결의문을 읽은 뒤 "최종적으로 이석하지 않고 남은 의원들 수가 16명이었고, (결의문은) 안건으로 상정되진 않았고 정족수가 안 돼 의원총회 의결사항으로 볼 수 없다는 반대 의견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자 반안계인 김경진 원내대변인이 즉각 추가 브리핑을 통해 "당에 정말 꼴사나운 상황이 생기고 있다"며 의원총회에 참석한 의원들의 이름과 위임한 의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한 뒤 '안 대표 사퇴 결의문'이 의결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수민 대변인이 "의결된 상황이라고 볼 순 없다"고 소리쳤고, 안 대표 측근인 김철근 대변인도 "의결이 안 됐다"고 고성을 지르며 거들었다. 이 과정에서 김경진 원내대변인과 김철근 대변인이 서로 "헛소리하고 있네", "말 조심해"라며 으르렁대는 모습이 취재진에게는 물론 당이 진행하는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에도 그대로 노출됐다.
안 대표는 오는 21일 당무위원회를 열어 통합 및 당대표 재신임에 대한 전당원투표 실시를 의결한다는 방침이다. 이후오는 27일부터 K보팅(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온라인투표 시스템)과 ARS 투표를 각각 이틀간 순차적으로 실시해 31일께 최종 투표 결과를 취합할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자신에 대한 지지세가 높은 당원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통합론을 밀고 나가겠다는 게 당내 반발에 직면한 안 대표가 택한 '정면돌파' 방식이지만, 장장 두 달 여를 끌어온 통합론이 결국 찬반 양측의 극한 대립으로 귀결되면서 국민의당은 회복 불가능한 내상을 입고 혼란과 불신, 분열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