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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마이웨이'에 흔들리는 70년 서구 동맹

등록 2018-06-17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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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다자협약 탈퇴·보호 무역에 고민 빠진 유럽

전후 질서 아래 쌓여 온 서구 동맹 갈등 분출

트럼프 '美우선주의', 유럽과 함께 일군 자유민주주의 위협

홀로서기 모색하는 유럽...美에 역공세하면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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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말베(캐나다 퀘벡주)=AP/뉴시스】주요 7개국(G7) 정상과 관료들이 9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 라발베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독일 정부가 공개한 이 사진은 회의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맨 오른쪽 하단)과 다른 정상들과의 불편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2018.6.10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가 2차 세계 대전(1939~1945년) 이후 70년 넘게 국제 질서를 주도해 온 서구 동맹의 분열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그와 유럽 주요국 정상들 사이에 켜켜이 쌓인 갈등이 이달 8~9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 다자협약·자유무역에 'NO'

 트럼프는 그동안 서방이 공동 번영을 위해서라며 추진한 다자협약의 효용성에 의의를 제기하고 있다. 그는 유럽 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등 모든 전통적 동맹국들에 대해 미국에 대한 '무임 승차'를 그만 두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이 일방적 탈퇴나 변경을 선언한 국제 협정들의 명단은 날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그는 2017년 1월 취임 직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주요 사업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했다.

 이어 유럽과의 범대서양 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논의를 중단하고 2015년 체결된 파리 기후협정에서도 발을 뺐다. 그는 유엔의 역할을 비판하고 서구 집단 안보체제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를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5월에는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을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미국의 탈퇴로 미국과 독일, 프랑스, 영국, 중국, 러시아가 동맹을 초월한 협력으로 2015년 마련한 JCPOA는 바람 앞의 등불 신세가 됐다.

 트럼프가 키를 잡은 미국은 이달 유럽 동맹들에게까지 칼날을 겨줬다. 트럼프는 유럽연합(EU)과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를 강행하면서 미국의 독자적 이익을 최우선하겠다는 방침을 다시 한 번 만천하에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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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부아=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캐나다 샤를부아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2018.06.11
◇ 누적된 美-유럽 갈등 폭발
 
 미국과 유럽의 갈등은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하기 전부터 수면 아래에 쌓여 있었다. 트럼프라는 예측불가의 인물이 미국 대통령에 오르면서 그동안 숨어 있던 갈등의 불씨에 불이 붙은 것이다.

 2차 대전 직후 미국은 이른 바 '마셜 플랜'이라고 불리는 유럽부흥계획(ERP)을 통해 전쟁으로 황폐화된 서유럽 국가들의 재건을 도왔다. 1949년에는 나토가 설립됐고 유럽국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이 기구에 자국 안보를 크케 의존했다.

 2008년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인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글로벌 금융 위기가 촉발되면서 기존의 미국 중심 질서에 서서히 이상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미국이 경제난 극복을 위해 재정 긴축과 국방비 삭감에 나서면서 미국의 절대 국력이 쇠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친유럽 성향의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2010년 2월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은 나토 세미나에 참석해 냉전 이후 유럽의 탈군사화 심화와 국방 예산 감소로 서구 공동 안보를 추진하는데 차질이 빚어 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과 유럽은 이 같은 위기 속에서도 공동 이익 증진을 위해 더 많은 협력이 긴요하다고 보고 다자 협정과 자유무역 확대를 고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180도 반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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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AP/뉴시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5일(현지시간) 본에서 열린 제23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참석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나란히 서있다. 2017.11.16
◇ '美우선주의'에 긴장하는 유럽

 트럼프의 2016년 미국 대선 승리는 기존 세계 질서의 변화를 예고했다. 국수주의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성격이 다분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전후 질서에서 그동안 미국이 서구 동맹들과 지켜 온 가치들과는 사뭇 달랐다.
 
 2001년 9.11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빌미로 한 미국의 해외 군사 행동 확대에 대한 피로감, 글로벌 경제 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 장기화와 양극화가 낳은 분노, 기득권 정치를 향한 염증이 뒤섞여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탄생했다.  

 트럼프로선 '미국 우선주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공약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미국 내부적으로는 국방비 증액과 수출제조업 살리기를 추진하고, 대외적으론 국제사회의 책임 분담을 촉구하고 무역 압박을 통해 동맹국 길들이기를 시도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사회와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던 유럽에도 파급 효과를 낳았다. 트럼프 당선 이후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에서 치러진 대선과 총선에서 극우 포퓰리즘이 세력을 키우면서 유럽의 지도자들을 긴장케 했다.

 트럼프를 비롯해 유럽 국수주의 정당들이 주장하는 경제 애국주의와 자국 우선주의는 자유 경제와 민주주의, 세계화 등 전후 미국의 주도 아래 서구 세계의 부흥을 가능케 한 가치들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트럼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같은 반서구적 권력자들을 종종 치켜세우고 있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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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말베(캐나다 퀘벡주)=AP/뉴시스】8일 캐나다 퀘벡주 라말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다. 뒷편 가운데부터 시계 방향으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2018.6.10
◇ 서구 가치 저무나…'유럽 홀로서기'론도

 트럼프는 그가 미국의 재건을 이끌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이 국력 쇠퇴에도 여전히 군사경제적으로 비교할 데 없는 초강국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현 상황이 미국과 나머지 세계의 관계를 재정비하는 기회가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트럼프의 일방주의가 미국의 신뢰도를 낮춰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우려와, 중국과 러시아 등 수정주의 국가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상황에서 서구 동맹 균열이 전 세계적 불안을 조성할 거란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은 초기에는 트럼프 달래기를 시도했지만, 미국이 이란과 거래하는 유럽 기업에 대해 제3국 제재를 추진하고 유럽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해 자신들의 직접적 이익이 침해될 위기에 처하자 강하게 발끈하고 나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미국에 안보를 기대지 않는 '유럽 홀로서기론'을 거듭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무역 문제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노골적 언쟁을 마다하지 않았다.

 유럽이 역관세 부과나 미국 따돌리기로 강경한 역공세에 나설 경우 범대서양 동맹 간 긴장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의 자국 기업 제재와 관세 부과에 보복하겠다고 경고했고, 지난해 12월에는 이미 회원국끼리의 안보기구인 '항구적안보협력체제'(PESCO)를 출범했다.

 일각에선 유럽이 미국 의회의 협조를 구하며 신중하게 2020년 차기 미국 대선을 기다릴 거란 분석도 있다. 다만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해도 후유증이 상당할 거란 우려가 높으며, 만에하나 트럼프가 백악관 자리를 지킨다면 그에 대한 재평가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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