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무역전쟁' 포문 열렸다…"출구전략 없는 정면격돌"
"독일·일본 등 美경쟁국들 어부지리" 예상"중국 진출 美기업들 많은 어려움 겪을 것"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해외 언론들은 일제히 ‘G2 무역전쟁’ 발발 소식을 전하면서 각계 전문가들의 분석을 실었다. 미국언론들은 하나같이 미중무역전쟁은 양국에 큰 피해를 입힐 뿐 아니라 세계 제조업 공급망의 붕괴로 인해 전 세계 경제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G2 무역전쟁’이 출구전략 조차 세우기 쉽지 않은 정면격돌로 치닫고 있다고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6일 오전 0시01분(미 동부시간)을 기해 340억 달러(약 38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818개 품목에 대해 25%의 관세를 발효시켰다. 중국 상무부는 같은 날 12시 5분(중국 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게재한 성명을 통해 "국가 핵심 이익과 국민들의 전체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이 필요한 반격을 가할 것"이라면서 미국과 같은 규모인 340억 달러어치의 미국산 제품 545개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고율관세 부과 정책이 당초 의도와는 달리 미국의 제조업과 농업에 큰 타격을 입히는 부메랑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들을 제기했다. 세계적인 자동차 유압 장치 생산기업인 허스코 인터내셔널(HUSCO International)의 최고경영자(CEO)인 오스틴 라미레스는 미국의 이번 대 중국 관세 부과로 인해 미국 제조업체들의 해외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라미레스 CEO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독일과 일본 등 우리의 경쟁자들이 득을 보게 될 것이다. 그들 역시 아시아에 그들의 부품 공급망을 두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부품에는 관세가 붙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라미레스 CEO는 기업이 관세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모두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부품 공급자나 소비자들에게 이를 전가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두려운 건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알지를 못한다는 사실이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피해로 돌아오게 돼 있다”라고 말했다. 미 외교협회(CFR)의 에드워드 앨든 선임연구원 역시 미중무역전쟁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그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어떻게 끝이 날지 알 수 없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손에 달린 문제다. 트럼프 참모들의 의견은 갈리고 있다. 그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뚜렷한 신호를 주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의 무역전쟁이 미국 산업에 피해를 입히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학자들은 무엇보다도 트럼프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보호해 주겠다고 말해온 제조업의 일자리가 위협을 받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의 많은 다국적 제조업체들은 중국에서 들여오는 중간재를 사용해 물건을 만든다. 미국 시러큐스대학의 메리 러블리 교수와 양량 교수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컴퓨터와 전자제품 분야의 경우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들 중 87%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고율관세 부과 대상이다. 반면 중국 기업들이 생산하는 제품 중 13%만이 관세에 부과되는 수출품으로 나간다. 관세 인상으로 인해 중국기업들보다 다국적 기업들이 더 큰 손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의 2011년 분석에 따르면 “메이드 인 차이나” 라벨이 붙은 제품들에 들어가는 비용 1달러 중 55센트는 미국 내 서비스 업체들로 지출된다. 러블리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는 표적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수출기업들은 차치하고라도 미국 내 기업들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 (IMF)의 중국 담당 책임자였던 에스워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무역 파트너들은 트럼프의 관세 위협을 액면 그대로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점은 이제 의심할 나위가 없이 분명해 졌다. 세계 양대 경제대국은 공개적이고 추한 무역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출구를 찾는 일이 쉽지 않을 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텃밭인 농업계에서는 이미 미중무역전쟁에 대한 피해와 불안감을 호소하는 아우성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5000에이커(약 20㎢)의 농장에서 옥수수와 콩 등의 농사를 짓고 있는 브렌트 바이블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두 값이 최근 몇 달새 15%나 급락했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 농사 이익도 8~10% 정도 줄어들었다고 호소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대두의 절반 이상은 중국으로 수출된다. 바이블은 농부들이 트랙터 등 농기계 구입을 줄이고 곡물창고 신축을 미루는 등 투자를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 농민단체인 '자유무역을 위한 농부들(Farmers for Free Trade)'의 사무총장인 브라이언 쿨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동시다발적인 무역전쟁으로 인한 고통의 증거들이 매일 몇 곱절씩 늘어나고 있다. 중국은 대두 구매를 취소하고 있다. 멕시코로의 치즈 수출량도 급락하고 있다. 농기구 가격은 오르고 있다. 미국 전역의 농장 여기저기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더글러스 어윈 다트머스대학 교수는 이번 관세 부과에 대해 WSJ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관세 부과는 스무스·홀리(Smoot-Hawley)법 이후 미국이 부과하는 최대의 관세이다. 미국의 무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스무스·홀리 법은 1930년대 발효된 관세법으로 대공황을 사실상 촉발시킨 것으로 평가받는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