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내주 정상회담…무역전쟁 '해소'냐 '격화'냐
【서울=뉴시스】양소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30일~12월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동안 별도로 만나 무역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이 내년 1월1일부터 중국산 수입품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올리기까지 한 달 남은 시점이다. 이 관세가 발효하면 미국은 대중국 수입액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2500억 달러 규모의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트럼프-시진핑, 아르헨티나에서 양자 무역회담 미중 무역 협상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국의 류허(劉鶴) 부총리는 29일 G20이 열릴 아르헨티나로 향할 것으로 알려졌다. 물밑협상을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할 것으로 내다봤던 모두의 예상을 깬 것이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류 부총리가 같은 장소에서 열릴 예정인 미중 정상회담을 고려해 협상 장소를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열리는 미중 담판 승부에 임하는 중국의 각오를 여기서도 엿볼 수 있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류 부총리의 아르헨티나행 소식에 19일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국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중국 무역협상팀의 워싱턴 방문 일정은 애초 모호한 상태였다. 결정을 여러차례 보류했다. 그들이 올 가능성은 희박했다"고 말했다. 브릴리언트 부회장은 이어 "여전히 양측의 의견은 평행선이다. 이제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하는 것은 '개인적 관계'다. 시장은 이들의 관계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파악할 신호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캘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같은 날 기자 브리핑에서 "무역거래라는 건 누구도 알 수 없다. 모든 건 중국에 달려있다"고 발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중국에 추가로 267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콘웨이 고문의 경고는 선명했다. 미국이 손해보는 교역은 없다는 것. 그는 "왜 사람들이 대통령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지 모르겠다. 그는 계속해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발생하는 5000억달러를 상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관세 공격에 중국도 어쩔 수 없이 발을 맞추는 모양새다. 중국 행정부는 앞서 미국 측에 142개 항목의 타협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한 자세를 굽히지 앟고 있다. 16일 그는 142개 양보안에 대해 "꽤 완전한 목록이다. 우리가 요구한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면서도 "아직은 받아들일 수 없다. 3~4개의 중요한 사안이 빠졌다"고 밝혔다. ▲APEC의 실패, G20에서도 반복될까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무대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입을 통해 다시 한 번 강조됐다. APEC 최고경영자(CEO) 포럼 연설에서 펜스 부통령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절취'와 국영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을 비난했다. 그는 "중국이 행로를 바꿀 때까지 미국은 행로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무역전쟁'에서 먼저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관세 규모에 대해서도 "두 배 이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연단에 오른 시 주석의 "냉전이나 열전이든, 또는 무역전쟁의 형태이든 대결에서 승자는 없다는 것을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는 발언에 비해 직접적이고 공격적인 언사였다. 지난 18일 APEC 정상회의는 25년 만에 처음으로 공동성명 채택에 실패하며 막을 내렸다. 공동성명 초안의 '우리는 모든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포함해 보호무역주의와 싸우는 데 동의했다(We agreed to fight protectionism including all unfair trade practices)'는 문구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한 게 문제가 됐다. 중국은 '불공정한 무역관행'이 중국을 겨냥하는 것으로 보고 삭제를 요청했으나 나머지 국가들은 문구를 포함하길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G20 정상회의 역시 APEC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미무역대표부 "중국, 변한게 없다" 미중 정상회담까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 여전히 타협의 길은 멀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20일 '기술이전, 지식재산권, 혁신과 관련된 중국의 조치, 정책, 관행에 대한 업데이트'라는 보고서를 발간해 중국이 '기술 도둑질'을 하고 있다고 비방했다. 보고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확대 중인 중국자본의 벤처투자와 한국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우방국 첨단기술에 대한 중국의 기술탈취 사례 등을 광범위하게 다뤘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보고서에 대해 "(중국이) 불공정하고 불합리하고 시장을 왜곡하는 행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총평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해당 논란을 잠재우려는 듯 "내가 다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중미 경제무역 협력의 본질은 상호 공영에 있고, 양국 간 무역갈등이 있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라고 답했다. 이어 양국이 "상호 존중과 평등, 신실함을 기초로 대화와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19일 전날 브루나이의 수도 반다르스리브가완에서 열린 볼키아 국왕과의 정상회담에서 일대일로 공동구축 등 양자 협력 조인식을 참관하는 일정을 소화했다. 남중국해에서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동 성명도 이날 발표했다. 중국이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로 파트너 국가들을 '부채의 바다'에 빠뜨린다는 펜스 부통령의 APEC 연설에도 아랑곳 않고 제 행보를 이어나가는 모습이다. ▲무역전쟁서 한국이 살아남기 위한 전략은 블룸버그통신은 20일 노무라홀딩스 연구결과를 인용해 미중 기업이 대체 수입처를 찾으며 일본, 파키스탄, 태국, 필리핀 등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보도했다. 애석하게도 한국은 방글라데시, 인도와 함께 가장 적은 혜택을 보는 국가로 꼽혔다. 불확실성에 돈줄은 막혔다. 이달 15일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9월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16.4회다. 1987년 1월(16.3회)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가계나 기업이 은행에서 쉽게 꺼내쓸 수 있는 예금을 인출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불안감이 가계까지 미친 모습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21일 발표한 '단일국 수출기업의 현황과 수출성과 분석'에 따르면 2016년 수출 기업의 50%는 1개 국가와만 교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국 수출기업의 35.9%는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했다. '수출 다변화'는 이제 단순한 선언이 아닌 당장 실현해야 할 과제다. '홍남기-김수현 라인'으로 구성된 2기 경제팀이 발족을 앞두고 있다. 큰 틀의 전략과 상황에 맞는 전술로 우리에게 가장 유리한 길을 구상해야 한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