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 경남

[지역경제 현황은②]조선업 기지개 켜나…고강도 구조조정은 지속

등록 2018-12-04 09:58:50   최종수정 2018-12-17 09:05:27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거제=뉴시스】이영환 기자 = 13일 오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건조중인 선박과 골리앗 크레인이 보이고 있다. 2018.08.13.  [email protected]
【거제=뉴시스】 김성찬 기자 = "거제는 조선이랑 관광 말고는 뭐 있습니까. 근데 조선업계 불황이 이렇게 오래가니까 인구가 줄고, 유동인구는 더 줄었어요. 그나마 요새 들어 선박 수주가 늘었다는 뉴스가 나오던데 그건 다행 아니겠습니까."

경남 거제시 고현동에 사는 시민 류창국(42)씨가 전하는 현재 분위기다. 그렇다면 거제시의 경제지표는 지금 '온탕'과 '냉탕'의 경계선은 어디쯤에 있을까.

조선업 장기 불황으로 '냉골 생활'에 익숙해진 거제다. 하지만 최근 대형조선소의 수주 소식과 지역 부동산 시장의 기지개 움직임에 예전의 활기를 기대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갈 길은 멀지만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거제시 고현동의 고용복지센터에는 실업급여를 신청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급여 신청자 대부분은 조선업 종사자들이었다. 조선업이 쇠락의 길을 걸으면서 일감이 줄었고, 자연스레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발을 들인 것이다.

자신을 '50대 조선소 퇴직자'라고 소개한 강모씨는 지난 2016년 희망퇴직서를 냈다. 강씨는 "원청에서 근무하다가 그만두고 다시 하청에서 몇 년 근무했지만 여의치 않아 퇴직했다"면서 "당분간은 실업급여를 받아야 생활이 될 판"이라고 했다.

 올해 9월까지 거제지역에 지급된 실업급여는 4만100명에 538억원 수준이다. 거제가 봄날을 만끽하던 2015년 1만2100명 127억원에 견주면 인원이나 금액 모두 4배 정도 늘어난 셈이다.

 조선업 장기 불황이 거제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려면 '실업률'만 봐도 금방 감이 잡힌다.

 지난 8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시·군별 주요고용지표 집계 결과'를 보면, 올해 4월 기준 특별·광역시를 제외한 전국 시·군 가운데 실업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 바로 거제시(7.0%)다. 거제는 지난해 하반기 조사에서도 실업률이 6.6%로 가장 높은 지역이었다.

 거제는 불황의 터널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2015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조선업 구조조정 파장에 아직도 잠겨 있다.

 거제 고용센터 관계자는 "거제지역 조선소 근로자는 2016년 전 호황을 누릴 때만 해도 최고 9만명에 달했다"면서 "지금은 겨우 그 절반 수준이라고 하니 실업의 그늘이 어느 정도 인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전진우 기자 = 10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세계 선박 발주량 1234만CGT(441척) 중 한국이 496만CGT(115척) 40%를 수주해 중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email protected]
그렇다고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다.

BNK금융그룹 소속 BNK금융경영연구소 동남권연구센터는 최근 '2019년 동남권 경제전망’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내년 동남권 경제가 1.7%의 성장률을 보이며 지난 3년간 지속한 0%대 성장에서 벗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장기 불황을 겪었던 조선산업의 '6년 만의 플러스 성장'도 점치고 있다. 올해에 이어 내년 수주도 역시 밝게 전망했다.

실제 조선업 업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관측이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한국 조선회사들이 7년 만에 수주물량에서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재등극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거제지역 내 삼성중공업은 작년에 69억 달러를 수주한 데 이어 올해도 약 70억 달러 신규 수주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도 올해 4년 만에 가장 많은 신규 수주를 달성했을 뿐 아니라, 4년 만에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재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체별 온도 차는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3분기에 매출액 2조1973억원, 영업이익 1770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이 전분기보다 일부 줄었지만 3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 달성은 성공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연초 목표 대비 수주 달성률도 70%를 넘었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3분기 영업손실이 1273억원으로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적자 폭도 더 커졌다. 수주 상황도 좋지 않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수주 목표액은 82억 달러지만 지난 11월까지 수주 달성률이 60%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은 실적과 수주에서 모두 부진하면서 자구계획안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도 지속하고 있다.

비록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거제지역 대형 2사는 올해 3분기 만족할만한 성적표를 받지는 못했지만, 조선업계 특성상 수주실적이 매출로 반영되는 1~2년 후에는 회복세를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associate_pic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야경. (사진=삼성중공업 제공)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업이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결국 위기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불황과 구조조정을 거치면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는 조선사들은 업황이 조금이라도 회복되면 분명히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조선업은 수주 이후 건조를 거쳐 인양까지 오래 걸려 통상 수주 성과가 1~2년 후에 나타나는 만큼,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실적이 눈에 띌 것"이라고 기대했다.

거제시 역시 조선업 부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최근 대우조선을 방문한 자리에서 현장 관계자들에게 '요즘 전반적으로 살아나는 분위기'라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예전의 호황까지는 아니겠지만 조만간 안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변 시장은 "바닥은 찍었으니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며 "조선업 활성화에 행정이 할 수 있는 부분이나 역할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거제 사람들은 '거제가 유사 이래 나라를 세 번 구했다'고 흔히들 얘기한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거제 옥포대첩에서 큰 승리를 거뒀고, 6·25전쟁 당시 15만명의 피란민이 거제에서 전쟁을 견뎌냈으며, 외환위기 때에는 거제의 조선업이 대한민국을 살렸다는 얘기다.

나라를 살려낸 거제의 조선산업이 얼어붙어 있다. 하지만 '거제의 봄'을 기억하는 많은 시민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부활의 길'을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관련기사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