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현황은①] 한국경제, 멀리서 희망의 빛이 보인다
경남·울산 조선업 일감은 여전히 '부족'기계, 산업용 플랜트 등 제조업은 '냉기'
뉴시스는 연말연시를 맞아 경남·울산지역의 조선업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관련 업체들의 경영사정과 자구노력, 지역상권, 활성화 대책 등을 7회에 걸쳐 긴급 점검한다. <편집자 주> "여전히 힘들지만 이제 희망의 빛이 보이기는 합니다." 대한민국 조선산업을 이끄는 경남 거제와 울산지역의 '조선 빅3'가 글로벌 선박 발주물량 증가와 정부의 과감한 지원 정책에 힘입어 긴 침체의 늪을 벗어나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BNK금융그룹 소속 BNK금융경영연구소 동남권연구센터는 지난 11월 29일 발표한 '2019년 동남권(경남.부산.울산) 경제전망’ 연구보고서에서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조선산업의 '6년 만의 플러스 성장'을 점치고, 내년 수주 전망도 밝다고 했다. 하지만 낙관은 이르다. 올해 3분기(7~9월)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대형 조선소 3사가 전 세계 발주량의 45%를 수주하며 7년 만에 세계 선박 수주 1위를 탈환했으나, 일감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조선경기 회복세와 수주량 증가에 따라 두 회사와 협력사들은 인력 고용에 나선 것도 고무적이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중형조선사인 STX조선해양도 지난 4월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의 요구로 제출한 강도 높은 자구계획안을 착실히 이행하면서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대규모 인적 구조조정에 이어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던 비업무용 자산 매각도 마무리했다. 이에 회사는 산업은행의 발 빠른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기대하고 있다. 통영은 지난 2009~2015년까지 5개 중·소형 조선사에 1만8000여명의 근로자가 일했지만, 현재 성동조선해양은 법정관리 중이고 나머지 4개사는 도산해 지역경제가 정말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통영지역 경제도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됐다. 오는 19일 창원지법 파산부에서 진행되는 '성동조선해양 M&A(인수·합병)가 그동안 크게 위축된 통영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큰 동력이 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끝을 모르고 침몰하던 울산 현대중공업도 하반기 들어 부활의 신호가 감지됐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9월 4년여 만에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를 계약하는 등 선박 수주량이 늘어나고 있다. 수주된 선박들이 본격 건조를 시작하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다시 희망의 돛을 펼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조선업의 부활 조짐은 분명히 반길만한 일이다. 하지만 조선소 수주량 증가가 현장에서의 고용 증가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지나고 있는 '불황의 터널'이 생각보다 조금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정부는 지난 2016년 10월 대형 조선사 중심의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올해 4월 중형조선사 대상 ‘조선산업 발전 전략’에 이어 지난 11월 22일에는 중소 조선사와 조선기자재 업체를 목표로 한 ‘조선산업 활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한 ‘조선산업 활력 제고 방안’에 대해 지역 조선업계와 상공인들은 일제히 환영 입장을 밝히는 한편, 금융권의 신속한 RG 발급 등 실제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제, 세계 1위 조선 강국의 명성 회복과 조선업 회생은 조선업계와 지역 상공계, 지방정부의 몫이 됐다. 조선업과 달리 제조업은 업종 따라 온도차가 있으나 전체적으로 힘들어 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한때 ‘기계산업의 요람’으로 통했던 창원국가산업단지만 봐도 그렇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지역본부, 창원상공회의소 등에 따르면 반도체와 전기·전자, 공작기계, 방산 등 업체는 작년보다 성장 혹은 보합세를 보이이고 있다. 반면에 조선기자재, 산업용 플랜트, 자동차부품, 원전 관련 제조업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영실적이 좋은 중소기업 대표는 "1~2년 전부터 거래선 다변화, 신규 사업 발굴을 위해 매진한 덕분인 것 같다"면서 "앞으로 기술개발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수출도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매출이 감소한 자동차부품업체 대표는 "2차 밴드지만 원청의 단가 인하와 일감 감소 속에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면서 답이 없다. 그냥 힘겹게 버티고 있다"면서 한숨부터 내쉬었다. 중소제조업도 이제 체질 개선과 함께 미래를 대비하는 경영전략을 세우고 실천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시대임에 분명해 보인다. 지금, 경남도와 창원시, 거제시, 통영시 등 지자체와 지원 기관들은 조선업과 제조업 살리기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남도의 경우, 스마트공장 보급 확산과 스마트 산업단지 조성 등을 통한 ‘경남형 제조업 혁신 모델 만들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창원시와 한국산업단지 경남지역본부는 창원스마트업 파크 조성과 산·학·연·관 협력을 통한 지역산업 경쟁력 강화에 본격 나서고 있다. 이에 경남과 울산 주민들은 기업체와 지방정부, 상공계 등 각계의 노력으로 조선업과 기계제조업이 내년에는 활기를 찾기를 염원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