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비례제 논란③]"개혁우선" vs "시기상조" 전문가들 갑론을박
반대 전문가 "대통령제에선 야권 담합 불러올 수도""의원정수 확대문제, 국민·현역의원 반대 못 이겨"찬성 전문가 "민주, 세비동결 약속하며 확대 설득해야""연동형 비례제 도입 시 투표결과부터 달라질 것"
【서울=뉴시스】임종명 기자 =여야 5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관한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이에 대한 전문가 입장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들은 현행 선거제의 문제점 해소를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은 환영하나, 전체 국회의원 정수 조정, 지역구 의원수 축소 및 비례대표 의원 확대 등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이견을 보였다. 우선 선거제도는 선출하는 방식에 따라 최다득표자를 뽑는 다수대표제와 비례대표제로 나뉜다. 특정 나라의 경우 이를 복합적으로 적용하는 혼합형 선거제도를 운용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253개 지역구에서 다수득표자를 대표로 선출하는 방식과 정당득표율에 맞춰 47명의 비례대표 의석수를 나눠갖는 병립형을 쓴다. 현 제도는 국회의원 300석 중 비례대표 의석수가 47석에 불과해 세대별, 직종별, 사회 각 계층을 대표하는 의원 수가 적어 비례성이 낮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을 받는다. 나머지 253석은 지역구별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한 사람만이 가져가는 소선거구제 방식이다보니 2위를 차지한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의 표가 사표(死票)가 됨은 물론, 거대 정당에 유리한 승자독식 구조를 고착화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찬성하는 인사들은 현 시점이야말로 기존의 선거제도를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입장이다.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절대적 기준이 됐던 남북관계에 평화 기류가 흐르는 상황이라는 점, 보수 세력의 힘이 비교적 약화됐고 집권여당은 개혁입법 등 처리를 위해 군소정당의 협조를 필요로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지난 수십년 논의선상에만 머물렀던 선거제 개혁을 다시 한 번 부각되게 했다는 것이다. 반면 반대입장에서는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따른다. 선진국들의 사례가 있더라도 대한민국 정치 실정에 알맞게 적용되도록 보다 깊은 고민이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또 연동형 비례제의 경우 의원정수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인데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상휘 세명대 교수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 정치사를 보면 도입을 해야하는게 맞겠지만 아직 그 시기는 아니다. 성숙한 논의가 있고 난 다음에 (시도돼야한다)"라며 "우리나라 권력구조는 대통령제인데 이건 권력집중형 민주주의다. 이를 개정하지 않고서는 다당제가 안착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좋든 나쁘든 안정되게 운영돼야하는데 자칫 다당제 구도가 권력구조 개편없이 도입되면 대통령제가 심각하게 흔들릴 수 있다"며 "잘못하면 다당제가 집권여당과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 담합 또는 야합하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정계 관계자는 "소수정당이 연동형 비례제를 주장하는 이유는 도입 시 거대양당 사이에서 비례대표를 통해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라며 "그런데 비례대표를 1~2석 가져갈 것 같았던 정당이 실제론 20~30석을 가져간다면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을까. 국민들 시각에서 충분히 논의가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양당제가 국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담을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로서는 연동형이 방법 중 하나일 수 있는데 비례대표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없다면 효율성이 떨어진다. 국민들이 의원수 늘리는 것을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라며 "253석인 지역구 의원수를 줄이는 방법도 있지만 이건 현 의원들이 심하게 반발할 것이다. 지금 연동형 비례제가 '정답'인 것처럼 여겨지는데 이런 차원에서보면 환상, 허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찬성입장을 보인 전문가들은 의원정수가 늘어나야한다는 점에는 공감대를 보였다. 다만 그보다 먼저 민주당과 한국당의 결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결단만 하면 얼마든지 도입할 수 있다. 집권당인 민주당이 의원정수를 늘릴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국민에 공개하고 세비 동결이나 감축 등 국민 혈세가 들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득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시기상조'라는 주장에 반박하며 "늦어도 너무 늦은 것. 10년 전부터 시민사회단체, 학계, 정치권에서 대체로 합의됐고 노무현 정부 때도, 중앙선관위에서도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이 2대1이 돼야한다는 근거도 나왔다. 그런데 거대정당에 발목잡혀 우리 정당 정치의 새로운 물꼬를 트기위한 논의가 전혀 속도 못 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대측에서는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했을 때 지역구 당선자가 많은 민주당과 한국당이 비례대표 의석수를 못 가져갈 수 있다는 우려와 현행 제도에서 사표 주장이 나오듯 이러한 상황이 새로운 사표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박 교수는 이에 "두 정당은 과잉득표하는 기득권 세력이기 때문에 정당득표율에 의한 비례대표 의석수를 확보하지 못한다고 해서 사표라고 하기엔 무리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김욱 배재대 정치학과 교수 역시 "연동형 비례제 취지가 정당득표율에 맞게 총 의석수를 가져가는 것이기 때문에 지역구 의석수가 비례대표 의석을 받지 못할 정도로 많다면 그것은 이미 지역구 선거 결과로 정당득표율을 확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그런 경우가 사표가 발생한다는 것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나 새누리당 후보들이 지역구 선거에서 많이 발생한 것에는 유권자들에게 사표 방지 심리란 게 있어서다"며 "새로운 제도에서 투표를 하게 되면 지역구 선거를 양당 후보가 휩쓰는 것이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