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비례제 논란②]선거제 논의는 하지만…민주·한국 아직도 '난기류'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자유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김관영·민주평화당 장병완·정의당 윤소하 등 5당 원내대표들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또 비례대표 확대와 의원 정수, 의원선출 방식 등에 대해서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협의에 따르기로 했다. 하지만 국회의원 정족수 확대,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 당의 이해득실 등을 고려했을 때 야 3당보다 '플러스'가 되지 않을 거로 보이는 민주당과 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앞장서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합의문에 적힌 '적극 검토'라는 문구가 실질적인 합의로 이어질지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한국당의 내부 분위기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부정적이다. 대외적으로는 권력구조 개헌과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의석수가 줄어들 수도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의원 정족수 확대에 국민적 반감이 큰 것도 선거제도 개혁 반대에 명분이 되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4일 오전 상임위원장-상임위 간사 회의에서 "원 포인트 권력구조 개헌과 함께 선거제도 개혁을 논의한다면 적극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연동형 도입 시 국회의원 정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공식적으로 이른 시일 내 의원총회를 열고 당론을 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의견일치를 보기 쉽지 않아 보인다. 내부적으로 수도권 의원들은 도농복합중대선거구제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큰 반면 영남 의원들을 중심으로는 현행 선거구제 유지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당내 의원들의 의견이 다른 만큼 의원 총회를 한 번 연다고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면서 "의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시뮬레이션까지 해본 뒤에 당론으로 '반대'를 결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16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적극 검토하기로 했으며 앞으로 각 당과 협의하여 국민의 대표성과 비례성을 확대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나갈 것"이라면서 "일부 보도처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로 최종적으로 합의한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민주당의 속내는 더 복잡하다. 민주당은 2015년 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사실상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기반으로 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당론으로 의결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대통령 선거에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며 선거제도 개혁에 적극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집권 여당이 된 후 선거제도 개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현행 소선거구제로 선거를 치를 시 지지율을 발판 삼아 21대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의석수를 양보할 수 없다는 기득권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고 야 3당과의 협치를 생각하면 대놓고 반대를 외칠 수 없는 노릇이다. 야 3당은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한국당과 손잡고 예산안을 통과한 민주당을 향해 '더불어한국당', '적폐 연대'라고 연일 공격했다. 특히 집권여당의 정책 방향에 호의적이었던 평화당과 정의당은 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혁을 두고 미적거리자 "협치는 끝났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정개특위에서 선거제도 개혁 합의가 불발될 경우 한국당에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의원 정족수 확대를 받을 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민주당도 "어쩔 수 없었다"면서 발을 빼는 모습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예상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의원정수를 확대하지 않으면 지역구를 줄여야 하는데 어떤 의원이 동의하겠느냐"라면서 "거기다가 우리가 선거제도 개혁에 합의를 해줘도 한국당이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가 복잡한 방정식을 놓고 자당에게 유리하게 판을 짜기 위한 물밑 줄다리기를 시작하는 셈이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