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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일단 '휴전' …3월 정상회담서 '빅딜' 이뤄질까

등록 2019-03-03 05:00:00   최종수정 2019-03-04 10:5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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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노스아이레스=신화/뉴시스】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찬 회동에서 악수하고 있다. 악화일로를 걷던 미중 무역갈등은 이날 회동을 통해 휴전으로 일단 봉합됐다. 2018.12.02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쟁 휴전 기간을 연장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최종 합의를 시도한다.

양측은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 이전, 농업, 서비스, 통화 등 핵심 이슈에 대한 논의에 진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져 무역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2월 19일부터 24일까지 워싱턴에서 차관급과 고위급 무역 협상을 잇따라 진행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대표로 나선 고위급 협상은 22일까지로 예정돼 있었지만 양측이 회의를 이틀 연장할 정도로 치열한 논의가 전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끝난 24일 트위터를 통해 3월 1일로 예정된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미국은 지적재산권 보호, 기술 이전, 농업, 서비스, 통화 등 중요한 구조적 문제에 있어 중국과 무역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을 만들어냈음을 알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설명했다.

당초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3월 2일 오전 0시1분부터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까지 올릴 예정이었다. 이 경우 미국으로 수입되는 중국 제품의 절반 가량에 25%의 관세가 부과돼 상당한 경제적 혼란이 예상되던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협상 기간을 연장한 것은 미국측도 무역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3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최종 합의 시도할 듯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만약 양측이 추가적인 진전을 이뤄낸다면 시진핑 국가주석과 마러라고에서 협정을 마무리 짓기 위한 정상회담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은 3월 말 미중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백악관에서 열린 전미주지사협회 연회에서 "협상에서 모든 것이 잘 되면 다음 주 또는 2주 후에 매우 큰 뉴스가 있을 수도 있다"며 대화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암시했다.

당초 양국은 이번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정상간 합의의 '틀' 역할을 양해각서(MOU) 형태의 중간 합의를 만들어낼 예정이었다. MOU는 ▲농업 ▲비관세 장벽 ▲서비스 ▲기술 이전 ▲지식재산권 ▲환율 등 6개 이슈에 대한 합의로 준비되고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22일 백악관에서 류 부총리를 면담하는 자리에서 "나는 MOU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게 그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 최종 계약이 중요하다"며 계획을 백지화했다. 시 주석과 만나 직접 무역 전쟁을 끝낼 '빅 딜'을 만들어내겠다는 뜻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그동안 미국과 중국이 논의해 온 문서(MOU)들은 양국 정상의 최종 승인을 위한 단일 협정으로 통합될 것이라고 전했다.

◇경제 침체 우려가 협상 동력으로 작용

그동안 중국은 무역 협상에서 농산물과 에너지 등 미국산 제품의 구매를 늘리는 방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려 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의 첨단 산업 육성 정책, 지식재산권 보호, 비관세 장벽, 외국 기업 차별, 환율 등 구조적인 부분에 메스를 대려 했다.

이 때문에 양측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는듯 했으나 중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다소 온건하게 바뀌면서 꼬였던 매듭이 플리는 모습이다. 협상 타결을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대중 강경파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갈등을 겪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 대중 온건파들은 중국과의 이번 협상을 성사시키지 못할 경우 증시가 다시 한 번 흔들릴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역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어 미국과의 무역 갈등을 조속히 끝내야 한다는 절박감이 큰 상황이다.

외신들은 양측이 미국이 요구한 일부 구조적인 이슈에서도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의 기술 이전 정책에 대해서는 이번 주에 합의서 초안이 구체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진들도 정상회담을 한 달 가량 남겨두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협상단 중 일부는 고위급 무역 협상이 끝난 24일 이후에도 워싱턴에 남아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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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2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아이젠하워빌당에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열리고 있다. 이번 고위급 협상은 21~22일 이틀간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다. 2019.02.22

◇윤곽 드러낸 무역 합의…지재권·보조금·통화 등 총망라

대화에 속도가 붙으면서 무역 합의의 윤곽도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협상이 타결될 경우 ▲중국의 미국 상품 구매 ▲지식재산권 ▲통화 안정성 ▲규제 완화 ▲산업 보조금 ▲관세 철폐 ▲이행 강제 조치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이 확실시된다고 전했다.

우선 중국은 우선 미국산 대두(콩), 옥수수, 밀, 쇠고기, 가금류 등의 구매를 단계적으로 크게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무역전쟁 진행 과정에서 미국 농부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어 보상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소니 퍼듀 미 농무장관은 지난 22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대두 1000만t을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른 상품들에 대한 구체적인 구매량은 협정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온 지식재산권 보호 관련 합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자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 강제 이전을 억제하는 조치를 약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규제와 법 체계를 얼마나 바꿀지가 관건이다.

위안화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합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그 동안 중국이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통화를 평가절하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이와 함께 중국은 생명공학, 화학 등의 분야에서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 서비스 시장의 개방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보조금 지급은 중국 산업 육성 정책의 핵심 요소라는 점에서 가장 까다로운 이슈 중 하나다. 하지만 미국의 요구가 강한 만큼 중국이 일부 개혁 조치에 합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협상 타결시 관세 인상 중단…화웨이 제재 완화 가능성도

양국은 무역 합의가 이뤄질 경우 관세 인상 계획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미국은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2000억 달러의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또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267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도 부과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역시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관세를 더 이상 늘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양국이 현재 부과 중인 관세를 그대로 둘지, 철폐할지가 관건이다.

무역 전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미국의 타깃이 된 화웨이나 푸젠진화 등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완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FT는 이 문제가 구속력 있는 문서에 명시되지 않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거래의 일환으로 화웨이와 푸젠진화에 대한 기소를 취하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무역협정을 체결한 뒤 이행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최대 쟁점 사항이다. 미국은 과거 중국이 무역 개방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전례가 많기 때문에 강력한 이행 강제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미국은 중국의 협정 준수 수준과 미국의 관세 완화를 연동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요구가 '내정 간섭'에 해당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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