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사회일반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민간장악 복지시장에 '메기효과' 가져올까

등록 2019-03-11 11:45:34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방만한 민간복지영역에 '사회서비스원' 역할 주목

복지서비스 대부분 민간위탁 운영돼 감독 어려움

사회서비스원 등장시 민간위탁 부문 자극제 가능

복지서비스 장악한 민간복지시설단체 반발 불가피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창립식. 2019.03.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민간영역에 맡겨졌던 장기요양, 장애인 활동지원, 보육 등 복지서비스를 공공차원에서 직접 제공하는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이 11일 정식으로 설립되면서 공공복지와 민간복지 간 경쟁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사회서비스원이 복지서비스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복지분야 일자리 질을 개선함으로써 그간 방만하게 운영됐던 민간복지분야에 '메기 효과'(막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불러일으킬지 주목된다.

이날 설립된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은 서울시 산하 공익법인으로 앞으로 국·공립 복지시설을 직접 운영하고 복지서비스 종사자들을 직접 고용한다. 보육교사 등 시설 종사자는 사회서비스원에 직접 고용되며 정년(60세)이 보장된다. 사회서비스원은 장기요양, 노인돌봄, 장애인 활동지원 등 각종 지역사회 돌봄서비스도 직접 제공한다.

사회서비스원은 민간 위탁 일색인 현 복지전달체계에 상당한 변화를 줄 전망이다. 사회서비스원은 전체 복지서비스의 2~3%에서 시작해 최대 15% 수준까지 분담률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회서비스원의 등장에 민간복지시설·단체들은 긴장하고 있다. 그간 경쟁 없이 수월하게 서비스를 제공해왔지만 사회서비스원의 등장으로 종사자 채용과 내부 경영관리 측면에서 적잖은 '불편'을 겪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시내 민간복지시설·단체들은 정부와 서울시가 제공하는 거의 모든 복지서비스를 위탁 받는 방식으로 복지영역을 장악해왔다. 민간복지시설·단체들은 80%에 달하는 정부 지원을 받으면서도 관리와 점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이 과정에서 시설 종사자들은 임금기준 부재, 노무관리 전문성 부족 등으로 인해 최저임금에 제대로 된 수당도 받지 못하며 장시간 노동을 해왔다. 감시 감독의 사각지대 속에서 여러 시설들에서 아동 학대와 부실급식 사건, 보조금 횡령 비리 등 각종 사건사고와 비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민간복지시설·단체들이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의 등장에 위기감을 느끼는 이유다. 기존 민간시설에서 일하던 종사자들이 정년을 보장하는 사회서비스원으로 대거 이직해 민간시설에 일할 사람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란 게 민간시설 대표자들의 푸념이다.

민간위탁 복지시장을 지키려는 단체행동도 감지된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는 국공립어린이집 위탁 시장을 사회서비스원에 뺏기지 않겠다며 강하게 주장했고 결국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은 기존 어린이집을 직접 운영 대상에서 배제하면서 한발 물러서야 했다.

서울시로서는 민간복지시설·단체들의 위력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민간복지시설·단체의 원장들은 최근 사립유치원 사태를 일으킨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와 마찬가지로 지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각종 선거의 표심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민간복지시설·단체의 이 같은 행태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복지재단 연구위원인 송인주 박사는 "이미 사회서비스의 재원은 80% 이상을 국가가 지원하고 있다. 또 이미 제도가 바뀌어 법인 회계를 써야 하고 정부의 수가 중 일정비율은 인건비로 지출해야 한다"며 "따라서 민간이라고 하지만 완전한 민간이 아니다. 서비스나 전달체계에서 공공성을 가져야 하는 민간이다. 그런 취지와 공감하는 사람이 (복지)시장에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송 박사는 "이번에 한유총 사태를 봤을 때도 복지서비스를 이용하는 관점을 지켜주려면 서비스 전달체계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그중에서 하나의 모델링이 바로 사회서비스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서비스원의 역할은 시장 전체를 커버하는 게 아니다"라며 "서울시 계획도 처음에는 2~3% 영역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점진적으로 사회서비스 제공량을 확보하다보면 15%까지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복지를 자신의 대표공약으로 여겨온 박원순 서울시장으로서도 사회서비스원 설립과 운영은 필연적이다. 박 시장은 2011년 취임 후부터 초·중·고 무상급식, 청년수당 지급, 임대주택 공급,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등 복지정책을 최우선정책을 삼았으며 사회서비스원을 통한 복지서비스 직접제공 역시 같은 맥락이다. 사회서비스원의 성공 여부는 박 시장의 향후 정치행보와도 무관치 않다.

박 시장은 "여러가지 반론과 논쟁이 있었다. 특히 보육을 (사회서비스원 업무 범위에) 포함하는 데 있어서 보육이 가진 교육적 기능을 강조하는 분들이 계셔서 조화로운 대화와 논의 과정에서 시간이 흐르기도 했다. 또 보육시설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민간영역이 해온 일을 공공이 개입하는 과정에 갈등도 있었다"며 "하지만 결국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므로 공공성 확대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다만 민간이 해온 역할과 헌신을 고려하면서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관련기사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