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 주52시간 위해 국민 고통분담 불가피?
국토부, 버스기사 주 52시간 근로제 위해 요금 인상 필요성 인정서울 등 일선 지자체 요금 인상에 난색…"서울 비용증가 요인없어"
재원 마련을 위해 국토교통부는 준공영제를 운영 중인 주요 지자체에 버스요금을 올리라고 권유했지만 지자체는 요금 인상에 따른 주민 불만 때문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토부는 9일 전국 시·도 버스정책 담당자들을 소집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인정했다. 김정렬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현실적으로 정부와 지자체의 재원만으로는 모든 부담을 해소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파업방지와 원활한 인력충원을 위해 동결된 버스요금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김 차관은 "노동자 삶과 일의 조화라는 긍정적 변화를 유도하고 버스기사들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공공과 국민이 적극 협력해야 한다"며 버스기사들을 위해 지자체와 국민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국토부는)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해 달라, 그리고 주 52시간이 사회적인 변화에 맞추는 것이므로 필요하다면 추진해 달라고 주문했다"며 "그동안 동결됐던 버스요금을 현실화하는 게 필요하지 않겠냐고 하더라"고 회의 내용을 전했다. 버스요금 인상은 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주 68시간에 달하는 일부 버스기사들의 근로시간을 52시간까지 줄이려면 사측은 기사를 더 채용해야 한다. 추가 채용을 위해서는 비용이 드는데 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사측은 요금을 인상하거나 준공영제를 운영하는 해당 지자체에 손을 벌려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지자체가 재정적 여력이 없을 경우 사측은 어쩔 수 없이 요금을 올려야 한다. 게다가 국토부가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남은 선택지는 버스요금 인상밖에 없는 상황이다. 버스요금이 오르면 생활비 부담이 큰 가계의 경우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은 현실에서 버스요금 인상 요인까지 추가되면 서민의 불만이 커지고 정부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각 지자체의 장들 역시 버스요금 인상을 사실상 방조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버스요금 인상 외에 대안이 없다고 하지만 일각에서는 요금 인상만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파업의 쟁점은 주 52시간 근로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 버스기사들은 1일 2교대 근무를 하고 평균 근무시간은 1주일에 50시간이다. 이미 주 52시간 근로제가 달성된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 버스노조의 요구사항은 시급 5.98% 인상과 완전한 주 5일제 시행(주 45시간 근로), 복지기금 지원 지속, 법상 필수교육 시 수당 지급 등 타 지자체에 비해 진일보한 것들이다. 그러다보니 서울시로서도 주 52시간 근로제를 위한 요금 인상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경기도 같은 경우는 2000~3000명을 채용해야 한다는데 서울시는 (이미 주 52시간 근로가 정착돼) 비용 증가요인이 없어서 버스요금 인상요인은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버스노조 역시 버스요금 인상을 요구하지 않는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이를 언급할 이유가 없다. 노조 대표자총회도 요금 언급은 없었다"며 "(요금 인상은) 지자체가 재정상황을 고려해 판단할 것이지 우리는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주 52시간 근로제와 임금 인상 등 버스기사들의 요구가 분출하는 가운데 각 지자체는 대책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서울시는 10일 오후 1시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한다. 서울시는 15일 파업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에 대비해 대체교통수단을 미리 준비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지하철 증회운행과 막차시간 연장, 마을버스 동원, 전세버스 수배, 택시 부제 해제 등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