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국제일반

[초고령사회가 온다]스웨덴식 고부담·고복지…한국에 적용 가능할까?

등록 2019-09-05 08:07:48   최종수정 2019-09-16 10:40:43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스웨덴 복지 국민부담률 44%, 한국은 27%

누진세보다 부가가치세 등 정률부담 많아

아직 노인 안 된 40대 등의 개혁의지 중요

associate_pic
【스톡홀름=뉴시스】박대로 기자 = 한국사회는 현재 '고부담 고복지'와 '저부담 저복지' 사이 갈림길에 서 있다. 과거에 비해 복지 관련 예산과 정책을 확대하고 있지만 과잉복지와 방만한 재정운영에 대한 우려와 공포 역시 상존하는 게 현실이다.

반면 스웨덴은 복지국가이면서도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복지 확대에 강한 두려움을 가진 우리나라는 스웨덴의 성공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웨덴은 어린이, 학생, 청년, 고령자 등을 통틀어 모든 계층에게 상당한 수준의 무상복지를 제공하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온전히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출신과 빈부에 관계없이 기회의 평등을 제공하고 있다.

스웨덴 국민이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높은 수준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대다수 국민이 높은 부담을 납득하고 감수함으로써 든든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부담에 대한 논의와 국민적 합의가 없었다면 지금 같은 사회보장제도를 구축할 수 없었을 것이다.
associate_pic
【스톡홀름=뉴시스】 박대로 기자=지난달 27일 스톡홀름 카운티 내 살렘 코뮨(기초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요양원 '새비헴멧(Säbyhemmet)'에서 한 입주자가 식사를 하고 있다. 2019.09.06. [email protected]
이 과정에서 증세는 필수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증세는 정치적 금기 중 하나이지만, 스웨덴 국민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광범위한 증세에 동의했다.

스웨덴 국민이 어느 정도로 복지부담을 감수하고 있는지는 수치로도 입증된다. 스웨덴의 국민부담률(세금과 연금을 포함한 사회보험료 합계가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7년 기준 44%에 이른다. 이는 같은해 우리나라의 27%에 비할 바가 아니다.

복지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고소득자나 기업이 무거운 부담을 질 것으로 추측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고소득자가 내는 누진세인 국세소득세나 대기업이 내는 법인세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스웨덴의 세금이나 사회보험료는 대부분 소득에 관계없이 일정비율로 부과되는 정률부담이다. 정률부담은 지방소득세, 사회보험료, 부가가치세(소비세) 등이다.

즉 고소득자나 기업만이 아닌 중산층이나 저소득층까지도 자국의 복지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부담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스웨덴 고소득층의 반발을 잠재우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다.
associate_pic
【스톡홀름=뉴시스】 박대로 기자=스웨덴 스톡홀름 시내 모습. 2019.09.06. [email protected]
저소득층 뿐만 아니라 고소득층 역시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믿음 자체도 스웨덴 복지체계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강화하고 있다.

세계적인 가구업체 이케아(IKEA)의 창업자인 잉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의 경우 대표적인 고소득층 수혜사례다. 잉그바르 캄프라드는 이케아 대성공 후 세율이 높은 고국을 떠나 네덜란드·덴마트·스위스 등지로 본사를 이전해 세금 회피 의혹을 샀지만, 노년에 40년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사망할 때까지 노인돌봄서비스를 누렸다.

이에 대해 군나르 안데르손(Gunnar Andersson) 스톡홀름대학교 인구통계학과 교수는 "고부담 고복지가 가능해지려면 노인뿐만 아니라 복지의 모든 영역에서 소득에 관계없이 혜택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중산층 역시 혜택을 받기 위해 복지로 인한 세금 부담을 지려고 할 것"이라며 "모든 사람이 노인돌봄이나 교육, 보건 등 모든 복지 혜택을 받는다면 (한국인도) 기꺼이 부담을 지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associate_pic
【스톡홀름=뉴시스】 박대로 기자=스웨덴 스톡홀름 시내 모습. 2019.09.06. [email protected]
스웨덴 정부가 오랜 기간 신뢰를 쌓지 않았다면 스웨덴에서 고부담 고복지가 상식이 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스웨덴 복지는 1700년대 빈민 구제를 시작으로 1913년 국가 차원의 국민연금 도입, 1961년 건강보험 구축, 1990년대 신연금제도 도입 등을 거치면서 오랫동안 수정되고 정착됐다. 이 과정에서 각 제도는 더 정교해졌고 제도에 대한 신뢰는 깊어졌다. 사회복지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지지는 세금 납부라는 측면을 넘어 정치와 국가에 대한 신뢰로 확대됐다.

야콥 할그렌 주한 스웨덴대사는 "스웨덴은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지향하지만, 세금을 많이 내고 그 세금을 고소득층과 기업으로부터 많이 걷어서 그것을 사회 서비스를 통해 취약계층에게 제공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며 "부유한 사람은 세금을 더 내는 것을 받아들인다. 내가 더 많이 세금을 내면 나는 궁극적으로 더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에서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부담 고복지 사회로 바뀌기 위해선 아직 고령층에 편입되지 않은 한국 중년층의 생각과 의지, 그리고 행동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있다. 중년층이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앞장 서서 복지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톡홀름 카운티 내 살렘 코뮨의 레나트 칼데렌(Lennart Kalderèn) 시장은 "1980년대에 요양원 시설을 놓고 격한 논쟁이 있었다"며 "40대가 된 1940년대 출생자들이 자신들도 결국 시설에 의존해서 살아야 하는데 대규모 병원 같은 형태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하게 항의했다"며 "사회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40대들이 자기들 스스로의 노후를 위해 강력하게 주장했고 이에 따라 개선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관련기사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