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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행복한 학교 만들어야"…국내외 교육학자 입 모아

등록 2019-10-23 19: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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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교육, 정신건강·대인관계에도 긍정적"

사회적 인식 개선 필요…국가의제 삼아야"

고교학점제 등 학생 선택권 확대 정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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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뉴시스】안드레아스 슐라이허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교육국장과 스위스 바젤대학교 우베 퓌제 스포츠과학과 교수는 23일 개막한 한-OECD 국제교육컨퍼런스 공동세션에서 학교에서 체육교육이 신체단련보다는 장기적으로 학생의 웰빙을 중심에 두는 개념으로 재정의돼야 한다는 연구보고서를 첫 공개했다. 2019.10.23. (자료=국가교육회의 제공)
【고양=뉴시스】이연희 기자 =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뿐 아니라 행복감과 자기효능감 등 웰빙(well-being)을 보장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학계 주장이 나왔다. 학생 웰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학교에서 체육교육 개념을 재정의해야 한다는 연구보고서도 공개됐다.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교육국장과 스위스 바젤대학교 우베 퓌제 스포츠과학과 교수는 23일 개막한 한-OECD 국제교육컨퍼런스 공동세션 첫 발표를 맡아 이 같이 주장했다.

이날 두 발표자는 한국을 비롯해 체육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18개 국가의 학교체육·건강교육의 주요 특성을 비교 분석하고 정책 시사점을 도출한 'OECD 체육교육 국제 비교 분석 보고서'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나머지 17개 대상국가는 ▲호주 ▲캐나다(온타리오주) ▲칠레 ▲중국(홍콩) ▲영국(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에스토니아 ▲일본 ▲카자흐스탄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포르투갈 ▲스위스 ▲터키 ▲러시아 등이다. 이들 국가에서 체육교육의 평균 의무 수업시수는 연간 84시간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의무시수는 터키와 칠레에 이어 3위로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일주일에 학교에서 일주일에 체육수업을 실시 빈도는 낮다. 한국은 대체로 일주일에 이틀 정도 체육교육을 실시하지만 미국과 캐나다, 러시아, 일본, 헝가리, 폴란드는 대체로 3일 이상 체육교육을 실시한다.

퓌제 교수는 "체육교육은 학생의 신체활동 증진 뿐 아니라, 신뢰·공동체의식 등 사회적 역량 발달과 함께 자존감·자기효능감·삶의 만족도 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또한 "포용성을 강조해 모두를 위한 체육 및 건강교육과정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체육 및 건강교육의 중요 개념으로 범교과적 역량을 포함해 풍부한 지식과 역량기반의 교육과정을 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체육교육과정의 효과적인 실행을 위해 체육교육의 목표와 교육과정, 교수학습방법과 평가가 일관성을 갖도록 연계하고, 이 과정에 ICT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반상진 한국교육개발원장이 나섰다. 반 원장은 '학습과 삶의 균형성장을 위한 학생 웰빙 정책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OECD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18 웰빙 측정 개념틀과 유사한 한국 학생 웰빙 현황 분석틀을 고안해 제시했다.

그는 "한국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OECD 회원국 중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하지만 인지적 측면에 지나치게 집중해왔던 학교교육으로 인해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는 매우 낮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의 주된 스트레스인 학업 관련 스트레스는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지속적으로 높아지다가 중학교 2학년 때 최고점을 보이며, 중학교 3학년 때 소폭 감소한다.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한 응답은 응답자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핀란드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덴마크, 영국 등 북·서유럽 국가 학생 85~95%가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과는 상반된다.

정신건강 측면에서 살펴보면 스마트폰 과의존율은 2011년 11.4% 수준이었으나 2015년 31.6%로 최고치를 찍고 2018년 29.3%로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다. 우울감을 경험한 학생은 우리나라 학생의 약 3분의 1이다.

교우관계나 교사와의 관계, 부모와의 정서적 지원 등에서 학생들은 긍정적 인식을 보였다. 학교폭력 발생률이 거의 없었고 학교 주변 환경에 대한 만족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등 학교 안팎에서 학생 웰빙과 관련되 많은 부분의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반 원장은 "좀 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학생들의 웰빙과 균형성장에 관심을 가질 때가 왔다"며 "학생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균형성장을 위해서는 교육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사회인식 변화도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나치게 지식에 치중된 학력에 대한 개념, 입시중심주의, 대학서열화, 학벌주의 등 우리 사회가 교육에 대해 갖고 있는 가치와 인식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숙고가 필요하다"며 "학생 웰빙 문제는 교육정책 의제를 넘어선 국가적 의제로 상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발표를 맡은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학생의 행복한 성장을 위한 학교교육의 실천과 과제'를 주제로, 교육부가 추진 중인 일부 정책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성기선 원장은 "성공적인 교육 이면에 경쟁과 학생 수월성 중시, 결과 중심의 줄 세우기 평가, 지식·암기 위주 수업, 수동적 학생 양성 등으로 행복하지 않은 학생들을 길러왔던 것도 주지의 사실"이라며 "학생들이 행복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미래를 선택하고 개척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선택권과 행복도를 높일 수 있는 정책으로 중학교 자유학기제와 고교학점제, 혁신학교 정책을 꼽았다. 또한 "학생들이 잠재력과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정서적, 신체적으로 성장하며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교육활동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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