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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의장 출신 정세균 총리에 "국회 모욕" 반발…송곳 검증 예고

등록 2019-12-17 18: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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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제일 높은 어른이 행정부 2인자로, 사상초유"

"삼권분립 흔드는 도발", "견제 아닌 부속기관 취급"

역대 의장 은퇴 수순 역행…곧 70세, 이낙연보다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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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1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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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이승주 기자 =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차기 국무총리로 지명되자, 야권에서는 "국회에 대한 모욕"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무엇보다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을 지낸 정 후보자를 총리로 내정한 것에 분개하며 철저한 인사검증을 예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을 찾아 "통합과 화합으로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국민들께서 변화를 체감하실 수 있도록 민생과 경제에서 성과를 이뤄내는 것이 과제"라며 "이런 시대적 요구에 가장 잘 맞는 적임자가 정 후보자라고 판단했다"며 인선 배경을 밝혔다.

정 의원의 총리 지명에 여권은 대체적으로 기대가 크다. 정 의원이 기업인 출신에 참여정부 시절 산업부 장관을 지내는 등 경제 전문가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주력해야 할 현 정부 기치에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그가 국회의장직을 역임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오히려 이 경력이 갈등의 골이 깊은 여야를 아우를 것으로 기대했다. 또 당 대표와 6선이란 이력이 이낙연 국무총리 바통을 이을 만큼 무게감이 있다는 평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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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많은 취재진이 몰린 가운데 총리로 지명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19.12.17. [email protected]

역시나 야당은 정 후보자가 국회의장 출신이란 점을 가장 문제삼았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심재철 원내대표는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규탄대회'에서 "국회에서 제일 높은 어른이 바로 의장이다. 정 의원은 바로 직전 국회의장을 했다"며 "그런 사람이 총리로 가겠다는 것이 말이되나"라고 분개했다.

성일종 한국당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을 지낸 인사가 의전서열 5위인 총리로 가는 것으로, 입법부 수장이 행정부 2인자가 되는 사상초유의 일이 발생한다"며 "전직 국회의장을 총리후보자로 지명한 대통령은 국회를 행정부의 하위기관으로 본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국회 본회의가 열리면 국회의장은 총리로부터 경례를 받는다. 이제 정 후보자가 총리에 임명되면 그는 본회의장에서 후배 의장에게 경례하고 입장해야 한다. 참으로 웃지 못할 촌극"이라고 비꼬았다.

입법부가 행정부의 견제기관이 아닌 부속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도 표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삼권분립'이란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흔드는 전례없는 발칙한 도발"이라며 "기본 원칙마저 허무는 정부가 어떻게 공직 기강을 바로 세우고 국정을 안정시킬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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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신임 국무총리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심지어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대안신당(가칭)의 천정배 의원도 우려의 목소리를 같이 했다. 천 의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의장석에 앉아있던 분이 총리로 출석해 야당 의원들의 질타를 당할 장면을 떠올리니 털끝이 쭈뼛해진다"며 "이런 식이라면 국무총리 인준투표 때 반대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대체로 역대 국회의장들은 의장을 마지막으로 정계 은퇴 수순을 밟아왔다. 그런데 정 후보자는 의장까지 역임하고도 이번 총선에서 종로 출마를 밝힌 것을 넘어 총리 자리를 수락한 것도 야권에서 문제 삼았다.

 성 원내대변인은 "정 후보자는 과거에도 열린우리당 의장을 역임하다가 산업자원부 장관직을 수락해서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도 "정 의장은 무슨 욕심이 남아 의장 임기 이후 정계를 은퇴하던 기존 관례마저 깨며 스스로 행정부의 하수인이 되려 하는가"라고 물었다.
 
정치권에서는 정 후보자가 곧 70세를 앞둔 고령이란 점도 지적된다. 젊은 총리를 기용하고 청년 정치를 강조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한다는 점에서다. 정 후보자는 이낙연(66) 총리보다도 세 살이 많다.

야권은 지명 철회 및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한편 인사검증 준비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한국당 고위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오늘 지명돼 아직 특위를 꾸리진 않았지만, 삼권분립에 위반된다는 점부터 능력 및 자질까지 철저히 검증할 청문회 준비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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