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총리 후보자에 정세균 前국회의장…文대통령, '협치' 방점(종합)
포스트 패스트트랙 국면 대비…여야 갈등 해소 필요 판단文 "풍부한 정치력, 경청의 정치"…靑 "협치 능력 높이 평가"'쌍용맨' 실물경제, '미스터 스마일'…경제·화합 요건 충족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룸을 찾아 "문재인 정부 제2대 국무총리로 정세균 의원을 모시고자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국무총리 후보자를 직접 발표한 것은 이낙연 총리 때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문 대통령은 취임 당일이던 2017년 5월10일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서훈), 대통령 비서실장(임종석), 경호실장(現 경호처장 주영훈)을 직접 발표했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그동안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우리 사회의 낡은 시스템을 개혁하고, 혁신적이고 포용적이며 공정한 경제로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통합과 화합으로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국민들께서 변화를 체감하실 수 있도록 민생과 경제에서 성과를 이뤄내는 것"이라며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가장 잘 맞는 적임자가 정세균 후보자라고 판단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또 "정세균 후보자는 우선, 경제를 잘 아는 분이다. 성공한 실물 경제인 출신이며, 참여정부 산업부장관으로 수출 3000억 불 시대를 열었다"면서 "또한 6선의 국회의원으로 당대표와 국회의장을 역임한, 풍부한 경륜과 정치력을 갖춘 분이며 무엇보다 온화한 인품으로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며 항상 경청의 정치를 펼쳐왔다"고 강조했다. 집권 초 개혁 과제에 집중하느라 불가피하게 사회적 갈등이 발생했고, 이를 치유하는 것을 후반기 국정 운영의 기조로 삼겠다는 것이다. 포스트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여야 간의 갈등을 조정하면서 내년 총선을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한 발탁이었음을 의미한다.
나아가 정 후보자의 실물경제 경험을 바탕으로 집권 후반기 본격적인 경제 성과를 내겠다는 기대감도 함께 담겨 있다. 정 후보자는 정치권 입문 전 쌍용그룹에 입사해 상무이사까지 지내는 과정에서 얻은 실물 경제 감각과 참여정부 시절 산업자원부 장관의 경험은 '경제형 총리'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온 이 총리는 다음 총선에 지역구 출마가 유력시 되고 있다. 내년 1월16일까지 공직에서 사퇴해야 하는 일정을 감안해 후임자를 지명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한 달 이내에 정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국무총리 권한대행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이 총리를 가리켜 '이제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놓아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했던 것에 답이 있는 것 같다"며 "당의 요청 등 여러가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이 된 것으로 보면된다"고 말했다. '역대 최장수'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던 이 총리의 재임 기록은 1000일을 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총리는 현재 931일째 재임 중이다.
정 후보자는 전북 진안 출신으로 전주 신흥고와 고려대를 졸업했다. 쌍용그룹에 입사해 상무이사까지 역임했다.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제안을 받고 'DJ특보'로 정치권에 입문한 뒤 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에서 15~18대 내리 4선에 성공했다. 이후 험지(險地)인 서울 종로로 지역구를 옮겨 19대~20대 총선에 당선했다. 정 후보자는 6선 의원의 무게감으로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냈다. 국회의장으로 여야 간 협치를 모색했던 경험과 참여정부 시절 산업자원부 장관의 경험이 더해져 '경제·화합형' 총리라는 평가를 받는다. 입법부 수장을 지냈던 정 후보자를 행정부 2인자로 앉히는 것이 삼권분립의 원칙 위배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 유일한 고민의 지점이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입법부 수장을 지내신 분을 국무총리로 모시는 데 주저함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다만 현직 국회의장을 국무총리로 수평 이동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다. 야당과의 협치를 위해선 정무적 부담은 다소 감소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회에서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 처리 후 총리 후보자를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당초 계획과 달리 앞당겨 발표한 것은 국회 상황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은 정 후보자에 대한 발표를 이날 오전까지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선거법·검찰개혁 관련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치열한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국회 인준을 필요로 하는 총리 후보자의 발표는 자칫 야당의 협상력만 높여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발표를 미뤄줄 것을 요청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오늘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발표) 결정이 안 났었다"며 발표 시점을 두고 적잖은 고민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처리가 길어지면서 문 대통령이 발표를 결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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