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문화재 될 4·19 유산…폭행 상처 등 생생한 증언들
9일 문화재청이 공개한 올해 상반기 국가등록문화재 등록을 추진하는 4·19 관련 문화유산은 4·19 혁명 관련 유물 7건 가운데 총 3건이다. ▲4·19 혁명 참여 고려대학생 부상자 명단 3종 ▲연세대학교 4월혁명연구반 수집자료(4·19 혁명 참여자 구술 조사서) 9종 ▲연세대학교 4월혁명연구반 수집자료(4·19 혁명 계엄포고문) 19종이다. '4·19 혁명 참여 고려대 학생 부상자 명단'의 경우 4·19 혁명 하루 전에 일어난 '4·18 고려대 데모'를 중심으로 시위에 참가한 고려대학교 학생 부상자 명단 초안 2종과 이를 정리한 정서본 1종이다. 초안(1)은 부상자 명단이 학과·학년·번호·이름·장소·맞은 정도 항목에 따라 작성한 것으로 필체와 필기도구가 다양해 작성자가 여러 명인 것으로 보인다. 부상 장소는 안암동, 천일극장 앞, 국회의사당, 종로3가, 동대문경찰서 앞 등이며 맞은 정도는 "곤봉 엇개(어깨) 맞다", "깡패에 다리 부상 7일 치료", "머리 터지다", "천일백화점 근처에서 깡패의 몽둥이로 후두부를 맞고 失神(실신)" 등으로 자세하고 생생하게 기재돼있다.
초안(2)는 1면 위에 '4월 18일 부상자 명단'이라고 쓰여 있으며 같은 필체인 것으로 볼 때 한 사람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서본은 '4.19 의거 시 부상한 학생'이라는 제목으로 초안 내용을 수정 또는 보완해 재정리한 것이다. 4월 18일 고려대 학생들이 국회의사당까지 시위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정치깡패의 습격을 받은 상황과 4월 19일 시위 폭행 장소, 부상 정도 등 정황을 상세하게 알 수 있어 4.19 혁명을 이해하는 역사적 가치가 큰 자료다. '연세대학교 4월혁명연구반 수집자료(4·19 혁명 참여자 구술 조사서)'는 4·19 혁명 당시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4학년 학생 주도로 '4월혁명연구반'이라는 조사반을 구성해 작성한 구술기록 자료다. 대상별로 총 9종으로 ▲4·19 데모 목격자와 인근주민의 조사서(서울지방) ▲교수데모실태조사서(서울지방) ▲사후수습사항 조사서(서울지방) ▲연행자와 사후수습사항 조사서(대구·부산·마산) ▲연행자 조사서(서울지방) ▲부상자 실태조사서(대구·부산·마산) ▲부상자 실태조사서(서울지방) ▲데모사항조사서(서울지방) ▲데모사항조사서(대구·부산·마산)으로 구성돼있다.
주요 설문항목에서 정치에 대한 관심, 그 당시의 심정 등을 묻고 있어 조사 대상별 정치의식, 사회의식 등이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드러나 있다. 특히 '데모사항조사서'에는 참여 동기·경과·시간·장소·해산시까지 충돌(경찰과 충돌, 깡패, 부상, 살상, 공포) 등이 자세히 기록돼있으며 서울뿐 아니라 대구 2·28, 마산 3·15 시위 참여자를 대상으로 구술 조사한 자료로 현재까지 유일한 기록이다. 해당 유물은 4·19 혁명 당대에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과 시민들을 찾아다니며 직접 질문해 작성한 설문지로 현장의 실증적인 기록물이기도 하다.
4월 19일 오후 5시에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에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계엄선포문을 시작으로 집회 해산, 등교 중지, 통행 금지(오후 7시∼오전 5시), 언론·출판 통제, 유언비어 유포금지 등 통제 내용의 포고문과 공고문이 연이어 발표되다가 4월 26일 대통령 사임 발표 이후 점차 통제가 와해된 내용을 시간 순으로 이해할 수 있다. 4월 혁명기 비상계엄 하의 사회상과 국가의 대국민 관리·통제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이들 문화재를 통해 1960년 정·부통령 부정선거와 폭력으로 재집권 시도에 항거한 '2·28 민주운동', '3·15 의거' 등이 기폭제가 돼 일어난 4월 19일 전국 각지의 시위들, 계엄령으로 시위를 무마하려다가 4월 26일 대통령 하야 성명으로까지 이어진 일련의 정부 조치들, 시위 과정에서 경찰의 무차별 발포와 폭행으로 인한 다수의 희생자 발생 상황 등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번 4·19 혁명 문화유산 등록이 국민의 성숙한 민주주의 인식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민주화 관련 문화유산을 꾸준히 발굴해 등록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