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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잘알]월드컵 축구엔트리는 23명인데, 올림픽은 왜 18명일까?

등록 2020-04-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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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와 IOC의 파워 게임으로 올림픽 남자축구만 '연령' 제한

올림픽 엔트리도 월드컵(23명)보다 적은 18명

국방부, 모든 후보선수에게 병역혜택 '법개정'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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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프(영국)=로이터/뉴시스】10일(현지시간) 저녁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축구 한국 축구 올림픽대표팀과 일본 대표팀과의 3-4위 결정전에서 한국선수들이 2대0으로 승리를 거둔 후 환호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안경남 기자 = 세계 최대 축구 축제인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 나서는 선수들의 출전 엔트리는 23명이다. 하지만 모든 축구 대회 엔트리가 월드컵과 같은 것은 아니다.

올림픽은 월드컵보다 5명이 적은 18명 엔트리를 적용하고 있다. 부상 위험이 큰 구기 종목에서 엔트리 수는 민감한 사항이지만, 올림픽은 20년 넘게 18명을 유지하고 있다.

◇FIFA와 IOC의 파워 게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2020년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참가종목 중 유일하게 '연령' 제한이 있는 남자축구의 23세 이하(U-23) 규정도 1년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FIFA는 코로나 대응을 위해 구성한 실무그룹의 첫 번째 회의에서 "올림픽 출전 자격을 원래대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내년에 24세가 되는 1997년생 선수의 도쿄올림픽 출전이 가능해졌다.

올림픽 연기 발표 후 대한축구협회(KFA)는 FIFA에 공식 서신을 보내 "올림픽 출전을 위해 예선을 치르고 준비해 온 선수들이 코로나19로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대회가 연기돼 본선에 참가할 수 없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1997년생 선수들의 올림픽 참가 권리를 보호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FIFA 실무그룹은 1997년생의 도쿄올림픽 참가 자격 유지에 찬성표를 던졌다.

올림픽 남자축구의 연령 제한은 FIFA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간의 일종의 파워 게임이다. 올림픽 규모가 커지자 FIFA는 IOC와 충돌 끝에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나이 제한을 두기로 했다.

이후 올림픽 축구가 흥행에서 부진하자 1996년 애틀란타 대회부터 3장의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를 두기로 했지만, 올림픽 무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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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히=AP/뉴시스]국제축구연맹 FIFA.
IOC는 올림픽 남자축구 연령 제한을 없애길 원한다. 2009년에는 자크 로게 전 IOC위원장이 올림픽 정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FIFA를 압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FIFA가 올림픽 나이 제한을 풀 가능성이 작다. 올림픽에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참가할 경우 월드컵 가치가 퇴색될 우려가 있다.

게다가 월드컵이란 대회 자체가 IOC와 마찰에서 탄생한 연원을 가지고 있다. 1930년 우루과이에서 열린 초대 월드컵은 "올림픽으로는 진정한 세계 축구 챔피언을 가릴 수 없다"는 명분에서 시작했다.

또한 월드컵이 가진 상업적인 가치도 FIFA가 올림픽의 규모가 커지는 걸 원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FIFA는 지난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만 64억2100만 달러(약 7조8000억원)를 벌었다.

◇월드컵 엔트리는 왜 23명일까?

1997년생 참가 허용 요구와 함께 대한축구협회 서신에서 또 하나의 흥미로운 주장은 올림픽 엔트리 확대에 관한 건의였다.

KFA는 "올림픽 예선을 비롯해 FIFA 및 각 대륙 연맹의 모든 대회가 23명 엔트리로 구성되는데 올림픽 축구만 오래전에 결정된 18명 엔트리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18명 엔트리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국제 축구의 최근 흐름과도 맞지 않기에 올림픽 연기와 함께 엔트리 확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KFA는 과거 정몽준 회장 시절에도 올림픽 엔트리 확대를 건의했지만 크게 이슈화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협회 관계자는 "FIFA가 올림픽 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출전 선수 숫자에 큰 신경을 쓰진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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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리아(브라질)=뉴시스】고범준 기자 = 11일(한국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 마네 가린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브라질 리우올림픽 남자축구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C조 예선 최종경기, 한국이 1-0으로 승리를 거뒀다. 경기 종료 후 한국 손흥민이 관중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2016.08.11. [email protected]
'엔트리(Entry)'는 스포츠 경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정식으로 선수의 이름을 등록 신청하는 것을 말한다. 월드컵의 경우 최종 엔트리 23명은 쉽게 말해 월드컵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가 한 팀에서 모두 23명이라는 뜻이다.

축구는 팀당 11명이 나와 대결하는 스포츠다. 골키퍼를 제외한 포지션은 모두 10개다. 10개 포지션별로 주전 1명과 백업 선수 1명을 둔다고 가정할 때 20명이 된다. 골키퍼는 상대적으로 부상 위험이 크고 일반 플레이어가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에 2명이 아니라 3명을 배정한다. 그래서 월드컵 엔트리는 23명이 됐다.

물론 월드컵 엔트리가 처음부터 23명은 아니었다. 과거 22명이었다가 골키퍼의 부상 위험이 커지면서 2002년 한일월드컵부터 23명으로 늘었다.

국제대회 축구 엔트리가 모두 23명인 것은 아니다. 아시아 챔피언을 가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은 23명으로 월드컵과 동일하지만, 지난해 이강인(발렌시아)을 앞세워 한국이 사상 첫 준우승을 달성한 20세 이하(U-20) 월드컵은 21명이다. 출전 국가가 월드컵보다 적고 성인대표팀이 아니라는 이유로 2명이 적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주관하는 아시안게임은 축구 종목 엔트리가 20명이다. 월드컵 23명과 올림픽 18명의 중간이다.

◇올림픽 남자축구 엔트리는 왜 18명일까?

월드컵을 비롯한 국제대회는 대부분 FIFA 주관이다. 그 때문에 대회 엔트리 수는 FIFA가 최종 결정한다. 하지만 올림픽은 IOC가 주관한다. 그래서 올림픽 축구 엔트리는 IOC와 FIFA가 논의해 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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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프(영국)=뉴시스】서재훈 기자 = 10일(현지시간) 저녁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런던올림픽 축구 한국 축구 올림픽대표팀과 일본 대표팀과의 3-4위 결정전이 열린 가운데 김기희가 구자철과 교체되어 투입되고 있다. [email protected]
하지만 IOC는 올림픽의 비대화를 막기 위해 엔트리 수를 줄이길 원한다. 구기 종목의 경우 출전 선수가 많을 경우 1분도 뛰지 않고 메달을 딸 수 있기 때문이다. IOC는 이러한 무임승차를 막기 위해 엔트리 수 확대에 민감하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왔다.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수비수 김기희는 4분만 뛰고도 동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 특례혜택을 받았다.

이는 단체경기 종목에서 단 1분이라도 경기에 출전한 선수에게만 병역 특례 헤택을 주는 현행 법령 때문에 빚어진 촌극이었다.

국방부는 이같은 불필요한 선수 교체를 없애기 위해 경기에 출전하지 않더라도 후보 선수 전원에게 병역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IOC 입장에서 축구도 하나의 올림픽 종목일 뿐이다. 안 그래도 구기종목 특성상 인원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늘리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FIFA도 올림픽 엔트리를 늘려 월드컵처럼 규모를 키우길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올림픽이 월드컵보다 경기 수가 적은 것도 엔트리 확대에 IOC가 보수적인 이유다. 월드컵은 32개팀이 출전하지만, 올림픽은 16개 팀으로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오히려 IOC는 올림픽 축구 엔트리를 18명보다 더 줄이길 원하지만 부상 등을 이유로 18명보다 더 낮추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이다. 프로 축구리그의 경우도 스타팅 멤버 11명에 교체 멤버 7명을 둬 총 18명으로 출전 명단을 꾸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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