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총선 압승…文정부 '집값 안정화' 대책 탄력 받나?
부동산 투기세력 차단·실수요자 재편…규제 정책 기조 강화1가구 1주택 실수요자 종부세 완화…세율·인상폭 일부 조정"주거복지 실현"...전·월세 갱신 청구권·상한제 연동 가능성↑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하면서 '집값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6일 오전 7시 현재 99.7%의 개표한 결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전체 253개 지역구 중 민주당 후보가 163곳을 확보했다. 여기에 17석가량으로 예상되는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 의석을 합하면 180석 가까운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투기'와 '집값'은 반드시 잡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 의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투기를 억제하고,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하기 위한 규제 정책 기조가 더욱 강화될 공산이 크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3년 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도입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3기 신도시 건설, 대출 규제 강화, 공시가격 현실화,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인상 등 집값 안정화를 위한 공급·세금·대출규제 등 사실상 모든 규제 대책을 쏟아낸 상태다. 집권여당인 민주당도 정부와 손발을 맞춰 왔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인 집값 안정화 기조와 결을 같이하며 주거복지 확대 카드로 표심을 공략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수도권 3기 신도시를 활용해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10만호 공급 공약이 대표적이다. 또 현재 2년인 주택 임대차 기간을 최대 4년으로 늘리는 '계약갱신청구권' 도입도 약속했다. 집값 급등을 부추긴 투기세력을 옥죄고, 주택시장을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하겠다는 정책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 침체와 부동산시장이 위축이 맞물리면서 지나친 규제가 부동산시장 전체를 냉각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집값 안정화라는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은 유지하되, 민주당이 총선 기간 약속한 '1가구 1주택 실수요자 종부세 완화' 등 세부 추진 사항이 당·정·청간 논의 과정에서 일부 수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종부세 강화 법안 국회 심사...1가구 1주택 실수요자 완화 쟁점 민주당은 이번 총선 기간 청년·신혼주택 10만 가구 공급을 약속했다. 3기 신도시에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5만 가구를 비롯해 지역거점도시 구도심에 4만 가구, 서울 용산 등 코레일 부지와 국유지에 1만 가구 공급이 골자다. 앞서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수도권 3기 신도시 계획과 용산 코레일 부지 개발, 주거복지로드맵 2.0(청년·신혼 맞춤형 주택 10만호 건설) 계획과 결이 같다. 민주당이 내건 또 다른 부동산 공약은 1가구 1주택 실소유자에 대한 종부세 완화다.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이인영 원내대표 등 여당 주요 인사들은 유세와 토론회에서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완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낙연 위원장은 지난 2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종부세와 관련한 질문에 "1가구 1주택 실수요자의 현실을 감안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이 위원장은 또 지난 11일 민주당의 험지로 꼽히는 강남지역을 찾아 "저는 1가구 1주택 장기거주자, 뾰족한 소득도 없는 부분에 대해서 과도한 세금을 물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 완화할 여지가 있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며 "앞으로 그것을 사려 깊게 현실화해갈 것"이라며 또 다시 종부세 완화 정책의 변화를 시사했다. 하지만 종부세 완화를 두고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 사이에서 미묘한 온도차를 보이면서 당·정·청간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총선 이후 종부세 인상이라는 정책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되, 세율과 인상폭이 일부 조정될 것으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종부세부터 적용하기 위해서는 종부세 납세 기준일인 6월1일 이전 종부세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 또 미래통합당도 고가주택 기준(공시가격)을 현행 9억원 이상에서 12억원 이상으로 조정하는 공약을 내놓은 만큼 총선 이후 열리는 5월 임시국회에서 종부세 완화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1가구 1주택 실수요자 종부세 완화 여부가 총선 이후 부동산 관련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주거복지 실현"...전·월세 갱신 청구권·상한제 연동 가능성 높아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전셋값은 2019년 5월 첫째 주부터 46주 상승세다.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세입자 주거 안정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의 총선 승리로 세입자 주거 복지 실현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공약 사항이었던 '계약갱신 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도입에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계약갱신 청구권은 전월세 계약 만료 때 세입자가 요구하면 한 차례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권리다. 집주인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계약 연장을 거부할 수 없어 전세기간이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난다. 임대료 인상률도 연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도 연동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집주인이 임대료를 과도하게 올려 계약 연장을 거부하는 꼼수를 막기 위해서다. 국토부는 지난해 6월 '제2차 장기 주거종합계획(2013∼2022년) 수정계획'에 따라 내년 이후 임대주택 등록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계약갱신청구권 및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해 9월 법무부는 더불어민주당과 사법 개혁 당정협의를 통해 전월세 자동연장 계약기간을 늘리는 내용이 담긴 주택임대차 보호법을 추진키로 했다. 당시 국민 주거와 관련된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국토부가 빠진 채 이같이 결정되면서 주택시장의 영향 등이 제대로 고려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대 국회에서 전월세 계약갱신 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도입 등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재산권 침해와 단기간 임대료 급상승 등을 문제 삼는 야당의 반대 때문에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총선 이후 21대 국회가 개원하면 정부와 여당이 전·월세 갱신 청구권·상한제 연동한 법안을 발의한 뒤 처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또 청약 과열"…시세 차익 환수 '채권입찰제' 도입할까 코로나19 여파로 아파트값이 하락하는 와중에도 청약시장은 과열되고 있다.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로또 청약'에 자금력과 청약가점을 갖춘 현금 부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또 대출 규제 강화와 오는 7월 말부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현금 부자만을 위한 로또 청약이 더욱 과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부동산 불로소득을 원천 차단하고, 시세 차익을 환수 차원에서 주택채권입찰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채권입찰제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아파트를 분양 받은 청약자가 분양가와 별도로 추가 채권을 매입하도록 하는 제도다. 채권 매입액이 높은 순서대로 당첨자가 선정된다. 시세 차익의 일정 부분을 국채로 환수하는 채권입찰제는 불로소득과 투기수요를 차단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청약자의 부담이 채권 매입액만큼 늘어나 분양가를 사실상 끌어올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청약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될 경우 시범적으로 9~10억원 이상의 고가 분양 주택에 한해 시세 차익 환수 차원에서 주택채권입찰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 이후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감안할 때 총선 이후에도 규제 정책 기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집값 안정화라는 정책의 큰 틀은 유지하되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완화 조치와 같은 세부 정책들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정책이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장기화로 경기 침체가 현실화한 상황에서 지나친 규제 정책이 부동산시장 전체를 더욱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정책 시행에 앞서 부동산시장의 상황 등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