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어떻게 내보내나요"…서울 전세시장 규제 '후폭풍'
2년 이상 거주한 재건축 조합원에 분양권재건축 소유주 들어오면 세입자는 나가야타 지역 이사도 어려워…인근지역 전세난대거 입주물량에도 영향 적어…"규제 때문"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작년 10월 전세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된 상황입니다. 세입자와 원만하게 협의해 제가 실거주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최근 인터넷 부동산카페에 올라온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소유자의 질문이다. 정부가 6·17부동산대책을 통해 내년부터 재건축 조합 설립을 신청하는 단지의 경우 2년 이상 거주한 조합원만 새 아파트를 받게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소유주 입장에선 전세계약이 아직 끝나지 않았더라도 갑작스레 재건축사업이 진행될까 우려스러운 마음에 거주요건인 2년을 채우려는 것이다. 23일 부동산시장에 따르면 정부의 6·17대책 후폭풍이 서울 전세시장을 덮치는 모양새다. 가뜩이나 불안했던 서울 전세시장에 정부가 기름을 부은 격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1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월 셋째 주(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0.06%)대비 0.08% 올랐다. 지난해 7월 첫째 주(0.01%) 이후 51주 연속 상승세다. 송파구(0.21%), 서초구(0.11%), 강남구(0.11%) 등 강남3구는 물론, 마포구(0.12%), 용산구(0.08%), 노원구(0.10%) 등 강북지역도 오름세를 기록했다. 또 다른 지표도 서울 전세시장의 불안함을 나타낸다. KB국민은행의 주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6월 셋째 주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73.1로, 지난달 평균인 158.1에 비해 크게 올랐다. 전세수급지수가 100에서 더 높아질수록 전세 수급이 불안하다는 걸 의미한다. 시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발표된 정부의 6·17발표가 실수요자 중심의 서울 전세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재건축 조합원이 2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만 분양권을 준다는 내용은 전세 수요자들에게 타격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의 대부분이 학군을 비롯한 교통, 생활 편의시설이 좋은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구축이라는 단점이 있지만, 청약 가점을 쌓아가면서 최상의 입지를 저렴한 가격에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자들이 꾸준한 편이다. 특히 은마아파트의 경우 학군 때문에 전세살이를 하는 경우가 많아 쉽게 타 지역으로 이사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4400여 가구의 약 75%가 전·월세를 끼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소유주들이 제 집으로 들어오게 된다면 이 일대 전세난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경우 집값과 관계없이 6개월 안에 입주를 해야 하는 내용과 3억원 초과 아파트 신규 구입 시 전세대출이 제한되도록 하는 내용도 전세 매물을 줄이는 요인이 된다. 직방에 따르면 다음 달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총 3만4263가구로 올해 중 가장 많을 예정이다. 하지만 직방은 대규모 공급에도 불구하고 전세 시장에 미칠 영향은 극히 적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통은 신축 아파트가 대거 공급되면 세입자를 구하려는 수요로 인근 전셋값이 내려가는 효과가 있지만, 전세대출 제한과 6개월 의무 전입요건으로 세를 놓기 보다는 직접 입주하는 집주인들이 상당수일 것이란 이유에서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은 "전입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정부의 바람대로 투자수요를 차단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할 뿐더러 전세 물량을 감소시켜 전세시장의 불안을 더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