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어떻게 하라고"…설익은 '규제 정책' 혼란 자초
6·17 부동산 대책 허점 노출…정부 추가 보완책 검토전세 대출 회수 요건-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완화'"수요 억제 뒷북 정책 효과 한계…근본 처방 나와야"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최근 정부가 발표한 '6·17 부동산 대책'이 허점을 드러내면서 설익은 부동산 정책이 시장 혼란을 키운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대책 발표 일주일도 되지 않아 추가 보완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대책 발표 직후 규제 대상에서 빠진 지역의 집값이 또 들썩이고, 강력한 대출 규제 등으로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다. 정부가 부랴부랴 보완책 마련에 나선 것은 투기를 억제하고,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을 재편하기 위해 일관성 있게 추진해온 수요 억제 정책에 대한 신뢰가 흔들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대폭 확대, 법인을 통한 부동산 투자, '갭투자'(전세 보증금 끼고 주택 구입)에 대한 억제 대책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한 6·17 대책에 대한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책 발표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책을 수정해달라는 청원이 40여건이 올라왔고, 애꿎은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투기세력을 돈줄을 옥죄기 위한 전세대출 규제가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반발이 거세다. 정부는 지난 17일 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3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구입하는 경우 전세대출 보증을 제한했다. 3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매입하면 전세대출이 즉시 회수된다. 이에 따라 전세 대출을 얻어 거주하는 세입자가 집을 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전세대출을 받은 세입자가 다른 집을 전세를 끼고 산 뒤 이후 자금이 생기면 해당 집으로 이사하는 방식의 내 집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논란이 커지자 선의의 피해가 없도록 관련 규제의 예외 조항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보도해명자료를 통해 전세자금 대출 규제는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에 피해를 주는 정책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두 부처는 "최근 풍부한 유동성과 보증금을 승계해 매수하는 갭투자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수도권 및 일부 지방의 주택가격 상승세가 확대되고, 서울도 상승세로 전환해 대책을 내게 됐다"며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한 것은 중저가 주택으로 갭투자가 유입돼 집값이 급등함으로써 서민 중산층과 젊은 층의 내 집 마련 기회마저 박탈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청와대까지 나서 진화에 나섰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취임 1주년을 맞은 지난 21일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할 준비를 하고 있고, 정책수단을 소진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이 어려워졌다는 지적에 대해 "가장 중요한 원칙은 실수요자 보호"라며 "무주택자나 1주택자의 경우 규제로 인한 불편함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보완 대책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기존 세입자의 임대 기간이 남아 있으면 대출 회수를 유예하거나, 연립이나 다세대 주택, 빌라 등은 전세대출 규제에서 제외할 것으로 보인다. 또 전세대출 보증한도 축소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 조합원이 분양권을 받으려면 2년 이상 실거주를 해야 하는 것 역시 비난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임대사업자 등록을 한 재건축 단지의 집주인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최소 4년에서 최대 8년까지 의무 임대를 해야 한다. 이 기간에는 주택 매매가 불가능하다. 이번 대책에 따라 분양권을 받기 위해 임대사업자가 임대계약을 깨고 들어가려면 30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7년 8·2 대책에서 각종 세제 혜택을 주고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권고한 바 있다. 당초 임대사업 등록을 유도하더니 이제는 실거주를 안 하면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는,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 행보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임대사업자의 잔여 임대 기간과 사업기간 등 현황을 우선 파악한 뒤 규제 예외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에서는 집값이 불안할 때마다 대책을 내놓는 땜질식 처방보다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 규제가 발표되면 집값이 주춤하다 다시 오르고, 한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급등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양상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수요 억제를 위한 뒷북 정책으로는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추가 규제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인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수요가 몰리는 서울지역에 정비사업을 통해 신규 공급을 확대하고, 부동산에만 몰리는 유동자금을 분산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정부의 거듭된 수요 억제를 위한 규제 대책에 내성이 생긴 상황에서 추가 대책의 효과는 단기간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초저금리 장기화와 시중의 풍부한 유동자금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부동산에 몰리는 상황에서 또 다른 비규제지역으로 투기 수요가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