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문화일반

챠브킨 연출 "'하데스타운', 연대·유대감 통한 용기 이야기"

등록 2021-06-15 14:24:38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8월24일 LG아트센터서 라이선스 초연 개막

에우리디케·오르페우스, 그리스 신화 바탕

'그레이트 코멧' 등 브로드웨이 블루칩 연출가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뮤지컬 '하데스타운' 레이첼 챠브킨 연출. 2021.06.15. (사진 = Erik Tanner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올해 국내 공연계는 미국 연출가 레이첼 챠브킨(41·Rachel Chavkin)의 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 속에서도 그녀가 연출한 두 개의 뮤지컬이 라이선스로 연달아 처음 선보이기 때문이다.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3~5월 유니버설아트센터)에 이어 '하데스타운'(8월24일~2022년 2월27일 LG아트센터)이 관객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뉴욕대 예술대 티시 스쿨 친구들과 실험적 공연을 선보이는 비영리 극단 '팀'의 예술감독인 챠브킨 연출은 이 두 작품으로 최고의 '브로드웨이 블루칩 연출가'로 자리매김했다.

'하데스타운'은 극작·작곡·작사를 도맡은 아나이스 미첼(40)의 동명 앨범을 극화했다. 비슷한 또래의 두 여성 창작진이 뭉친 이 작품은, 2019년 '73회 토니 어워즈'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연출상, 음악상 등 총 8개 부문을 거머쥐었다. 작년 '제62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고 뮤지컬 앨범상을 받기도 했다.

그리스 신화가 바탕이다.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아내 에우리디케를 되찾기 위해 지하 세계로 향하는 오르페우스. 신화 속에서 수동적으로 그려진 에우리디케는 하데스타운에서 배를 채울 빵과 몸을 피할 지붕을 얻기 위해 스스로 지하 세계를 선택해 내려간다.

주체적인 상상력으로, 박제된 고전의 텍스트를 무대 위에서 재탄생시키는 챠브킨과 '하데스타운'의 에우리디케는 그렇게 닮았다. 변화하는 시대, 새로운 뮤지컬로 각광 받는 '하데스타운'의 챠브킨 연출을 뉴시스가 e-메일 인터뷰로 먼저 만났다. '하데스타운'은 조형균·박강현·그룹 '엑소' 멤버 시우민, 김환희·김수하 출연으로 주목 받고 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뮤지컬 '하데스타운' 해외공연. 2021.06.15. (사진 = 에스앤코 제공) [email protected]
-연출님의 대표작들이 올해 한국 무대에 연이어 오릅니다. 팬데믹 시대라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그레이트 코멧'은 코로나19로 인해 이머시브(관객 참여형) 특징을 모두 쏟아낼 수 없었지만, 기존 프로시니엄 무대와는 전혀 다른 질감의 형태를 선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코로나 이후에 이런 라이브 커뮤니티, 의식을 지닌 공연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한 공간에서 배우와 관객들이 하나의 일을 경험하고 있다는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마치 이 공연만을 위해 모인 사람들의 구체적인 인간애가 느껴지도록요."

-'하데스타운' 역시 다중회전 무대 등을 통해 오프라인 공연의 미학을 보여줍니다. 이런 회전성은 연출님이 앞서 다른 인터뷰에서 말씀하신 메시지 '삶의 순환' 등의 측면과 맞물려 보입니다.

"무대 디자이너인 레이첼 헉(Rachel Hauck)이 고대 그리스의 원형 극장을 많이 생각했어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신화의 중심 사건엔 2가지 갈래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되찾기 위해 지하세계로 여정을 떠나는 오르페우스의 서사, 천천히 다시 지상세계로 올라오는 두 연인의 이야기죠. 무대 디자인에 배우들이 진심으로 걷고 뛸 수 있는 게 가능한 턴테이블이 포함되는 것이 필수라 느꼈고, 순환이라는 아이디어가 디자인에 내재돼 있다는 점도 좋았어요."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뮤지컬 '하데스타운' 해외공연. 2021.06.15. (사진 = 에스앤코 제공) [email protected]
-'하데스타운'은 연출님과 미첼, 여성 창작진이 주가 돼 만든 작품이라 더욱 주목 받았습니다. 2019년 토니상 수상 소감에서 여성 연출을 홀대하는 브로드웨이 풍토에 대해 꼬집기도 하셨습니다.

"사실 여성 창작진들에 관해서만 이야기한 건 아니에요. 다양한 인종의 창작진들에 대해서, 브로드웨이 프로듀서들이 인종적으로 그리고 성적으로 다양한 크리에이티브팀을 꾸려야 한다는 점을 함께 이야기했습니다. 경제적 다양성을 포함해 더 많은 창작진들과 관객 모두에게 환영받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진정한 포용과 상상력의 급격한 확장이 주요 관심사입니다. 따라서 상을 받은 현장은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로부터 일어나는 집중력·추진력을 증폭시킬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이후 코로나로 인해 연출님이 촉발시킨 브로드웨이 변화를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의 공연계는 인종적 정의와 경제·사회적 정의를 위한 절박한 움직임들에 휩쓸려 왔어요. 우리는 이미 브로드웨이에서 흑인과 다양한 인종들이 이끄는 새로운 작품을 보고 있습니다.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에서 그동안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던 관객들에게까지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고요."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뮤지컬 '하데스타운' 해외공연. 2021.06.15. (사진 = 에스앤코 제공) [email protected]
-미첼 작곡가님과 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신 부분은 무엇입니까?

"아나이스는 제가 아는 가장 대단한 시인이자 뮤지션 중 한 명이에요. 본인의 음악에 대해 완고하게 자신만의 견해를 고수하죠. 둘 다 퇴고에 대한 열망을 공유하고, 작품 속에서 더 깊어지고, 서로의 비전과 취향을 존중해요. 우리 두 사람은 협력자로서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장점을 바탕으로 많이 배우고 힘을 줬습니다."

-'그레이트 코멧', '하데스타운' 두 공연 모두 밴드가 무대 위에 올라옵니다.

"배우들의 공연을 보는 것 만큼이나 뮤지션들의 공연을 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데이브 말로이('그레이트 코멧' 작곡가 겸 극작가)나 미첼을 포함한 여러 작곡과들과 일할 수 있어 매우 기뻤어요. 사실 뮤지컬에서 밴드가 숨어있는 것을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뮤지컬 '하데스타운' 해외공연. 2021.06.15. (사진 = 에스앤코 제공) [email protected]
-'그레이크 코멧'은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일부를 원작으로 삼았죠. 연출님은 고전의 해석, 무대화에 탁월하십니다.

"새로운 작품이든 고전적인 글이든 이 작품이 왜 지금 일어나야 하는지 묻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고전 작품을 새로운 연극인 것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떤 것을 당연하게 여기면, 그 작품은 죽는 것과 같과 같다고 생각해요."

-'하데스타운'에서 에우리디케는 독사에게 물려 죽는 것이 아닌, 스스로 죽음을 택합니다. 이 능동성이 눈길을 끕니다.

"아니이스와 저는 '하데스타운'에서 에우리디케에게 주체성을 부여하는 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많은 배우들이 이 역할을 하고 싶어한 이유라고 생각해요. 깊은 불완전함과 감정적 복잡함이 있는 중요한 여성 캐릭터죠. 우리는 에우리디케를 '생존자'라고 여겼어요. 또 이 역할에게 주어진 노래가 여배우들에게 엄청난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해요.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대부분의 뮤지컬 속 여주인공들의 노래는 엄청나게 높고 불가능에 가까운 '벨팅(진성) 레지스터'에서 노래를 불러야했어요. 에우리디케는 여성 알토 목소리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역할입니다."

associate_pic
[서울=AP/뉴시스] 뮤지컬 '하데스타운' 레이첼 챠브킨 연출
-'하데스타운'은 다양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그 중 하나를 압축하면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용기가 아니라 '연대와 유대감을 통한 용기'입니다. 연인뿐 아니라 동료들과의 유대감과 친밀감일 수도 있고요. 오르페우스는 공간·시간 차원의 법칙을 바꿔서 에우리디케를 되찾아 오려고 해요. 그가 태생적으로 용감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이 그를 용감하게 만들거죠. 이야기의 끝에서 일꾼들이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에서 말하길 '너가 할 수 있다면, 그녀가 할 수 있고, 그녀가 할 수 있다면, 우리가 할 수 있다'라고 해요. 이 모든 게 '우리'와 그룹을 통한 힘에 관한 것이죠."

-다양한 사회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압니다. 한국에서 보기 드문 스타일의 공연연출가인데요.

"저희 부모님 두 분 다 인생의 대부분을 사회적·경제적 정의, 특히 건강 정의를 옹호해 온 민권 변호사이십니다. 두 분의 일과 두 분이 참여했던 작은 운동들에서 영감을 받아, 우리가 믿는 것처럼 세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모두의 의무죠. 특히 특권을 가진 사람들이요. 백인인 중산층과 현재는 중상위층의 시스젠더(생물학적 성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 여성으로 저는 엄청난 특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특권을 변화를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하는 것이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