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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부대원들 "함장도 산소호흡기로 버텨" 토로

등록 2021-07-23 18: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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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 중인 청해부대원들 대상 전화 인터뷰

급속 확산, 감염경로, 확진 과정 등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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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뉴시스] 강종민 기자 = 해외파병 중 코로나19에 집단감염돼 귀국한 청해부대 제34진 장병들이 20일 밤 대전시 유성구 국군대전병원에 도착하고 있다. 2021.07.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국방부 공동취재단, 박대로 기자 = 코로나19 집단 감염 현장에 있었던 청해부대 34진 승조원들이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승조원들의 증언에는 코로나19 의심 증상자 발생 초기부터 걷잡을 수 없이 유증상자가 늘어나는 상황까지 곳곳에 아쉬운 대목이 있었다.

A간부는 23일 전화 인터뷰에서 "감기 증상자가 많이 생기고 난 이후에 함정 특성상 어쩔 수 없이 3밀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고 너무 짧은 기간에 급속도로 많은 환자들이 생겼다"고 말했다.

B간부는 "침실을 36명까지도 같이 쓰게 설계돼있다. 화장실도 시간을 나눠 쓰지만 그 시간 동안 바이러스가 없어지는 상황이 아니니까 바이러스가 남아있으면서 확진자가 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화장실 손잡이, 식당, 침실 등은 같이 사용하니까 그런 식으로 퍼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C간부는 "조리병 (유증상자) 발생 후 같은 침실을 쓰다 보니 감기환자가 발생했는데 코로나는 생각지도 못했다"며 "어느 순간부터 환자가 80명 정도 생기고 급속도로 많아지기 시작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승조원들은 아프리카 현지에서 들여온 식자재와 물품 등을 감염원으로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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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뉴시스] 강종민 기자 = 해외파병 중 코로나19에 집단감염돼 귀국한 청해부대 제34진 장병들이 탑승한 버스가 20일 밤 대전시 유성구 국군대전병원에 도착하고 있다. 2021.07.20. [email protected]
B간부는 "부식이 부족하거나 불량 부식들이 있으면 간헐적으로 에이전트를 통해서 받은 적 있다. 부식 포장 상태도 부실했고 그걸 통해서 들어오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해산물이나 야채, 씻어서 먹는 과일류들은 냉동 포장과는 다르게 그냥 바로 들고 오고 따로 소독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C간부도 "부식들이 포장이 깔끔하지 않고 지저분했다"며 "아프리카가 코로나가 창궐한 곳이어서 소독약을 뿌리고 방역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D병사는 "(보급품) 양이 엄청나게 많았다. 부식 박스가 훼손되거나 녹은 것도 있었다"며 "정확한 감염 경로를 알 수 없지만 초반에 대부분 조리병이 걸린 걸로 봤을 때 조리병이 감염된 것"이라고 말했다.

E병사는 "(보급 받은) 계란 품질이 다른 곳에 비해 깃털이나 흙이 묻어 좀 더 더러웠다"며 "세척하지 않은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집단 감염 조짐은 조리병들에게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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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뉴시스] 김종택기자 =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귀국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의 장병들이 20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국방어학원에 마련된 생활치료센터로 들어가고 있다. [email protected]
A간부는 "조리원들이 정말 몸이 안 좋고 그랬을 때는 자체적으로 다른 승조원들도 그런 부분 감안해서 전투식량으로 이틀간 대체했다"고 설명했다.

B간부는 "처음에는 조리병 친구들이 감기 증상이 있다고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 사람들이 1주일 정도 뒤에 증상이 나아지고 다시 요리했다"고 전했다.

신속항원검사 장비가 아니라 신속항체검사 장비를 쓰면서 코로나19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정황이 승조원 증언을 통해 확인됐다.

B간부는 "초반에는 감기 증상자로 판단했고 감기증상자가 100명쯤 됐을 때 키트검사를 실시했다. 7월9일로 기억한다"며 "여기서 모두 음성이 떠버리면서 코로나 확률은 낮게 판단했다"고 말했다.

증세가 호전된 인원이 다시 임무에 투입된 정황도 파악됐다. 이를 통해 바이러스가 확산됐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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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뉴시스] 김종택기자 =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귀국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의 장병들이 20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국방어학원에 마련된 생활치료센터로 들어가고 있다. [email protected]
B간부는 "증상이 3일 정도 지나면 환자에서 해제가 돼 일과를 수행했다"며 "온도가 정상으로 나오면 의무참모가 판단해 감기에서 나았다고 생각하고 해제시켰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을 알고 난 뒤 철수하는 과정에서 확진자와 비확진자가 뒤섞였을 가능성이 있다.

B간부는 "(PCR)검사 자체는 총원이 받았는데 검사 결과가 한 번에 안 나오고 단편적으로 나왔다"며 "누가 음성인지 양성인지 몰라서 한 번도 안 아팠던 사람들을 격리시키는 것으로 조치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현지 정부가 청해부대 문무대왕함 입항을 허용하지 않아 철수가 늦어진 정황이 드러났다.

C간부는 "원래는 14일 단위로 입항했다, 부식작업도 하고 피로도도 낮출 수 있으니. 그런데 입항을 거부당했다"며 "원래 7월15~16일 입항해야했는데 입항을 거부했던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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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해외파병 중 코로나19가 집단발병한 청해부대 제34진 장병들이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를 타고 20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 기내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국방일보 제공) 2021.07.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D병사는 "입항을 바로 못하고 현지 앞바다에서 둥둥 떠다녔다. 현지에서 부두 자리가 없다고 저희를 기다리게 했다"며 "지휘부에서도 계속 자리 알아본다고 전화하고 했다. 그 사이에도 환자는 하루에도 20명씩 늘었다"고 밝혔다.

문무대왕함을 현지에 두고 귀국해야 하는 상황에서 승조원들은 끝까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였다.

C간부는 "배를 두고 내려야 된다는 말이 나왔을 때 '음성자들만 한국에 보내자', '양성자들은 면역체계가 생기지 않겠느냐', 우리가 배를 몰고 가야 한다' 하면서 울었다"며 "지휘관과 부함장은 무선으로 지시했고 함장도 산소 호흡기를 착용하고 버텼다"고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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