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양궁 3관왕' 길러낸 스승 "타고 난 안산, 믿고 도울 뿐"
광주여대 양궁팀 김성은 감독 "정신력·포부·의지 남다르다"기보배·최미선 이어 올림픽 3회 연속 金…"운 좋은 지도자""기쁨·행복 이어질 수 있길…세계선수권 광주 유치 성원을"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의지와 정신력은 타고 났습니다. 전 그저 마음껏 쏘라고만 했습니다." 사상 첫 올림픽 양궁 3관왕에 오른 안산을 길러낸 광주여대 양궁팀 김성은(46) 감독은 1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마지막 1발로 승패가 결정되는 슛 오프에서도 웃으며 들어가 10점을 쏠 정도로 정신력(멘탈) 만큼은 타고났다"며 제자를 높게 평했다. 김 감독이 안산과 사제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산이 활을 잡은 지 2년 남짓 된 초등학교 4학년생 무렵, 경기를 본 김 감독은 '재밌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김 감독은 "왜소한 체구에 실발(실수)을 거듭하는 데도 웃고 있었다. 또래 선수들이 실수를 하면 고개를 숙이거나 인상을 쓰는 모습과 대조적이었다"고 회고했다. 4년 가량 지나 중등부 대회 첫 메달을 따낼 때에도 여전히 웃는 안산을 본 김 감독은 '크게 될 선수'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후 광주체고 1학년에 진학한 안산을 찾아간 김 감독은 첫 면담에서 "꼭 너와 함께 운동을 하고 싶다"며 일찌감치 영입에 공을 들였다. 당시 17세였던 안산은 '박지성, 김연아처럼 모두가 알아보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남다른 포부를 드러내 김 감독을 놀라게 했다. 김 감독은 제자로 들어온 안산에 '빠른 경기 운영'이라는 자신만의 색채를 덧입혔다. 안산은 18세부터 국가대표팀으로 선발됐지만, 국제대회에선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에 김 감독은 안산이 입학하자마자 발사 시간을 3~4초에서 1.5초 내로 앞당기도록 지도했다. 김 감독은 "사대에서 오래 끌고 있을수록 바람 영향이 커지고 체력 안배에도 불리하다"며 "슛 타이밍을 앞당기는 데 집중하는 학습과 훈련을 반복했다"고 이야기했다. 지도 방향에 적응 못하는 선수도 있지만, 안산은 3개월 만에 본인만의 리듬으로 '속사'를 했다. 김 감독은 "본인의 간절함과 노력, 지도자에 대한 믿음이 있어 가능했다"며 제자를 추켜세웠다. 김 감독은 양궁 개인 결승 시작 10분 전 통화 내용도 소개하며 사제 간의 각별한 신뢰와 애정을 드러냈다. "어떻게 쏠까요?"라는 제자의 물음에 김 감독은 "쫄지 말고 막 쏴라. 즐겨라"라고만 답했다. 그는 "산이와 저의 대화는 늘 이런 식이다"라며 웃었다. 안산의 3관왕 위업에 대해선 "선생이 아닌 한 양궁인으로선 존경한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 "감히 2024년 파리올림픽 출전도 확신한다. 다만 성인 선수로선 부족한 기초 체력을 더 가다듬어야 한다"며 제자를 위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은 안산에 앞서 기보배(2012 런던올림픽 2관왕), 최미선(2016 리우올림픽 금메달) 등 광주여대 출신 양궁 선수들을 이끌며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한 지도자다. 그의 제자들이 한국에 안긴 올림픽 금메달만 6개다. 한국 양궁계가 명맥을 이을 수 있었던 데에는 그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빛났지만, 김 감독은 "전 자타공인 운이 무지 좋은 지도자입니다. 선수들이 절 선택해줘 고마울 따름이다"며 스스로를 낮췄다. 그는 "각급 학교에서 기본기와 단계별 기술들을 충분히 잘 가르쳤다. 이전 은사들의 공이 크다"며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체계적으로 양궁 유망주를 육성하는 광주의 시스템이 이룬 쾌거이기도 하다"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성과를 계기로 양궁에 대한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감독은 "다음 달이면 광주가 2025년 세계양궁선수권 대회 유치를 신청한다. 국제대회와 관련 전지 훈련·교류전은 선수들에게 큰 동기 부여이자, 보고 느끼는 배움의 기회가 될 것이다. 유치를 위한 지지와 성원이 필요하다"며 "안산이 국민들에게 안겨준 기쁨과 행복이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도록 열렬한 호응과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안산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 양궁 혼성·단체·개인전을 휩쓸며 역사상 첫 양궁 3관왕 자리에 등극했다. 역대 하계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금메달 3개를 따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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