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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AR로 실제 화장품 체험 앱 '티커'…"일상 속 플랫폼 될 것"

등록 2021-08-10 11:45:00   최종수정 2021-08-17 09: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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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후 로드숍 등 오프라인 매장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제품을 테스트해 볼 수 없게 되자 소비자 발길이 뚝 끊겼다. 증강현실(AR) 메이크업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시·공간 제약을 받지 않고 안전하게 화장품을 발라보고 비교·선택할 수 있다.

타키온비앤티가 개발한 AR 기반 뷰티 라이프 앱 '티커'다.

강덕호 타키온비앤티 대표는 기본 뷰티 앱과 차별점으로 "티커는 실제 화장품을 AR로 체험할 수 있다"고 짚었다. 스노우, 소다, 틱톡 등은 필터 카메라를 통해 인위적인 메이크업만 가능하다. 반면 티커는 실존하는 화장품을 테스트하고 사진과 영상을 촬영·편집할 수 있다.

강 대표는 "신상품은 거의 매달 나온다. 특히 색조 화장품은 피부결·톤에 맞는지 발색력은 어떤지 체험을 해봐야 구매 전환이 일어나는데, 코로나19 확산 후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상황 아니냐. 신상품을 론칭해도 유저 체험을 막아 놓으니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고객사 니즈를 반영해 가상 화장품을 제작하고, AR을 활용한 뷰티 앱을 통해 소비자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2018년 타키온비앤티 설립 후 약 2년 만에 티커를 론칭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2013년께 인에이블과 상상제작소를 창업해 노하우를 쌓았다. 장애인 보조공학기기, 양궁 국가대표팀 슈팅 로봇, 2인용 트랙 전기자전거 등을 개발했다. 전국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찾아오는 분들과 협업해 진행했다.

강 대표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2013)가 인기를 끌면서 중국에서 'K-뷰티'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당시 뷰티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며 "이후 스노우, 소다, 싸이메라 등 뷰티 앱이 나왔는데 필터로만 만족하지 않고 언젠가 실제 화장품을 체험하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시대가 올 거라고 예상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상상만 하는 아이템이 많은데 실제로 만들기 위해서는 끝을 헤아릴 수 없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티커를 개발하면서 괜히 했나 싶을 정도로 쉬운 게 하나도 없었다. 처음에는 브랜드를 뚫기도 쉽지 않았고 매일 고민이 찾아왔다.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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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커는 3월 말 출시 후 약 3달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60만을 돌파했다. 약 10주 간 구글 플레이스토어 뷰티 부문 인기차트 1위를 차지했다. 지난 5월 한국디자인진흥원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스타일테크 유망기업 성장지원 프로그램' 3기 유망기업으로도 선정됐다. 특히 자신의 개성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MZ세대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달 말께 2.0 버전 출시를 앞두고 있다. 화장품 체험과 함께 재미요소를 높일 콘텐츠를 고심 중이다. 강 대표는 "조만간 광고주 자사몰로 연결하는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유저들이 제품을 체험해보고 사진, 영상을 찍은 뒤 마음에 들면 구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제테크 시스템 탑재도 고려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하반기 이커머스 기능도 도입할 계획이다. 강 대표는 두 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첫 번째는 게임할 때 아이템숍에서 유료 결제를 통해 프리미엄 아이템을 취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제품 체험 후 구매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도록 사이클을 만드는 방법이다.
 
강 대표는 "예를 들어 샤넬이 신상품을 출시할 때 컬래버레이션 해 디지털 전용 화장품을 만들 수 있다"며 "한정판을 적용해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이고, 유저들은 디지털 화장품을 체험하고 사진을 찍으며 마치 내가 샤넬 뮤즈가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커머스에서 추천 기능이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사용자에게 상품을 추천하고 구매 전환율을 조금씩 높여야 한다"며 "유저가 화장품을 체험할 때마다 데이터가 남는데, 이를 바탕으로 추천 상품을 띄운다. 개인 맞춤형 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셈"이라고 언급했다.

다자간 영상통화도 티커 핵심 기술로 꼽힌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 등이 확산하면서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 수요가 급증했다. 후발 주자인 티커는 스티커, 아바타 등 기능을 더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각오다.

강 대표는 "티커에서 신상품을 체험하고, 무상 증정 이벤트 등을 통해 이용자 경험이 확산하면 유저수는 자연스레 많아질 것"이라며 "기존 스노우, 소다 등을 쓰는 사람이 티커로 완전히 이전하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스노우는 재미 위주로 쓰고 티커는 전문화된 메이크업과 다양한 이벤트 등 차별화된 혜택을 즐기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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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커는 돌체앤가바나, 샹테카이, 로라메르시에, 에스쁘아 총 4개 브랜드를 탑재한 상태다. 이달 중순께 네이버 웹툰 '여신강림' IP를 활용해 만든 가상 화장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최근 여배우가 론칭한 색조 브랜드, 국내 유명 화장품업체 등과도 협의 중이다.

강 대표는 "매출 수조원을 달성한 화장품 회사도 AR 영역에서 번번히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급자 관점이 아니라 유저 입장에서 당위성을 찾아야 한다. AR 기술을 보유한 회사와 합병해 서비스를 내놓으면 유저 입장에서는 계속 광고가 나오고 커머셜한 접근이 계속 시도 돼 거부감이 들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에서 글로벌 다운로드 1억건을 넘은 앱은 10개 미만이다. 이중 7할이 뷰티 카메라이거나, 그 기술을 적용한 앱이다. '뷰티 카메라 하면 다 성공한다'가 아니라 이를 응용해 '어떻게 비즈니스화할 것인가'라는 개념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유저들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충성심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구매자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티커는 올 연말까지 세계 최대 가상 화장품을 보유·서비스하는 회사로 발돋움하는 것이 목표다. 지속·발색력 등은 AR로 체험할 수 없어 한계도 있다. 전문 매거진을 발행해 정성적인 부분을 강조할 계획이다.

강 대표는 "티커는 뷰티 라이프앱을 추구한다. 단순히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일상 속 카카오톡처럼 없어서는 안 될 플랫폼이 되겠다"라며 "항상 순위는 바뀌고 영원한 1등은 없지 않느냐. 티커가 제2의 카카오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라면서 미소지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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