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환 대표 "작년 극단 산, 코로나 확진 사태 그 경험 연극으로"
'1번출구 연극제' 참여 연극 '어느 날 갑자기…!' 공연바이러스 감염보다 더한 마음 상처 담은 블랙코미디
극단 산의 윤정환 연출과 배우·스태프들은 올해 6월 자신들의 확진 경험담을 담은 연극 '어느 날 갑자기…!'를 올렸다. 확진, 이송, 격리, 치료 그리고 다시 세상으로 나오기까지 과정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담아냈다. 위기 상황 속 인간의 이기심을 통해 바이러스 감염보다 더한 마음의 상처에 대해 이야기한 블랙코미디다. "사람들에게서 받은 상처와 아픔을 숨기지 않고, 해학과 풍자로 승화시켜 위로를 건넨 극단 산에 박수를 보낸다" 등의 호평이 잇따랐다. '제4회 1번출구 연극제'(25일부터 10월17일)를 통해 '어느 날 갑자기…!'(9월 15~19일 드림아트센터 3관)가 재공연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더 매서워지고 있는 상황이라, 더 주목 받는 작품이다. 최근 전화로 만난 윤정환(49) 극단 산 대표는 "코로나19 발생보다 계획했던 일들이 멈췄다는 것이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1년 전 상황을 다시 돌이켜보실 수 있을까요?
-코로나19 확진 이후 과정들을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작년 8월19일 공연 시작 당일이었는데 확진자가 나왔으니 당연히 공연을 시작도 못했죠. 홍보·마케팅 비용, 대관료를 다 지급한 상황이었어요. 당시 코로나19로 인한 취소로 대관료를 환불해주는 대학로 소극장은 없었어요. 공연을 시작하지도 못하고 제작비 50%의 손실을 본 거죠. 그래도 개런티는 다 지급했어요. 저희 팀원 40명 중에 16명이 치료센터와 병원에 있었는데, 심적 부담이 얼마나 컸겠어요. 저도 마찬가지로 병원에 있었고요. 금액이 얼마되지 않았지만, 격려금 차원이었고 심리적 상처를 조금이라도 덜었으면 했습니다." -연극 '어느 날 갑자기…!'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코로나19 확진 이후 치료를 받고 휴식을 취하면서 그 해 12월까지 팀원들이 제대로 만나지 못했어요. 다들 심리적 상처가 생겼고요. 저는 강원 정선에 집에 있어 9월에 퇴원하자마자 그곳으로 내려갔죠. 이후 팀원들과 각자 겪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일반 분들은 치료센터, 병원 내 상황을 모르시더라고요. 그 안에서 서로가 상처 받을 수 있는 상황들을 간접적으로나마 미리 알리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확진된 이후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천차만별이었어요. 거기서 받는 상처가 꽤 크죠. 그들은 의도치 않았겠지만 평소 가깝게 지냈던 사람들로부터 나오는 반응에 상처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 저희 공연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하시면, 혹시나 모를 일이 발생해도 대비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죠. 치료를 받으면서 의사, 간호사분들이 진짜 고생을 하신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그래도 상처를 직접 마주하기는 쉽지 않았을 거 같습니다. "우선 첫 번째로, 상처를 피하지 말고 맞서보자 의견을 모았죠. 근데 역시 쉽지는 않더라고요. 중간에 3명 정도가 포기를 했어요. 직접 경험한 일을 다시 연기해야 하니 당연히 심리적 부담이 컸겠죠. 심리 치료 상담을 하고, 이 공연을 통해 저희가 겪었던 일을 다른 각도로 보는 것도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1990년대 후반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 연출을 하시고, '에비타' '캣츠' '천국의 눈물' 같은 대형 뮤지컬 협력 연출을 맡기도 하셨죠. 2002년 연극 '내 아내의 남편은 누구인가?'를 통해 극작가로 등단하신 이후 연극에 매진하셨는데, 그간 우리 공연계가 얼마큼 성장했다고 보시나요? 코로나19 같은 위기상황에서 공연계에 필요한 지원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올해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올해 강원 정선 아리랑센터 상주단체가 됐어요. 시골 아주머니들을 소재로 신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를 오는 25일 아리랑센터에서 공연도 해요. 내년엔 저희 극단 대표작인 '짬뽕' 공연도 할 계획입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대학로 극단들이 뭉치는 '1번출구 연극제' 같은 프로그램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저희가 이번에 '1번출구 연극제'에 처음 참여하는데요. 서로가 부담을 덜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장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이처럼 다양한 시도들이 벌어지는 것이 좋죠. 서로가 격려하는 자리가 됐으면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