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에서' 배우 박완규 "연극은 삶을 구원합니다"
9월 4일~19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고리키는 러시아의 셰익스피어로 통하는 인물. 그가 1902년 발표한 '밑바닥에서'는 싸구려 지하 빈민 합숙 여관이 배경이다. 다양한 계층 출신의 부랑자들이, 최하층에서 서로 뒤엉키며 암울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100여년이 지나도 그 음울함은 가시지 않는다. 특히 코로나19로 인류로 인해 멸망의 때를 느낀 현재 관객들이 공감할 여지가 크다. 배우 박완규(44)가 한 때 잘 나갔던 지식이었으나 사기 도박꾼이 된 '사친' 역을 맡았다. '파우스트 엔딩'의 그로테스크한 악마 '메피스토', '왕서개 이야기'에서 국수주의로 똘똘뭉친 일본 외무성 관리 '임팔', '국물있사옵니다'에서 산업화 시대 전후의 얼굴을 간직한 '상범' 등을 맡은 그는 '대학로 천의 얼굴'로 통한다. 이번에 맡은 사친은 단호한 절망 속에서 구원의 가능성에 대해 질문하는 중요한 키(Key) 역할이다. 인생의 밑바닥까지 내려가서 한 번 더 삶을 뒤집어야 하는 시기에, 사친은 희망의 도달 가능성에 대해 궁극적인 질문을 던진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박완규는 "예전에도 지금도 연극이 삶을 구원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5월 '제42회 서울연극제'에서 '붉은 낙엽'으로 연기상을 받으셨습니다. 동아연극상 등 이미 상을 많이 받으셨는데 기분은 어떠세요?
-소속돼 있는 극단인 '백수광부'가 올해 창단 25주년을 맞았습니다. 배우님이 이 극단에 들어오신 지는 20주년이 됐네요. "전 연기를 전공한 것이 아니라, 입단해서 10년은 '백수광부 대학'에서 공부한 느낌이었어요. 이성열 상임연출님은 총장님 같았고요. 이후 10년은 집이 됐죠. 외부 작품을 한 뒤 돌아올 때보다, 명절 때 친척들 모인 느낌입니다." -백수광부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그래서 백수광부 표 '밑바닥에서'가 기대가 됩니다. 백수광부가 '밑바닥에서'를 공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요. (백수광부(白首狂夫)는 옛 시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에 나오는 술 마시고 춤을 추며 바다로 걸어 들어가는 '백발의 미친 늙은이'에서 이름을 따왔다.) "광부(광산노동자 '광부(鑛夫)'와 동음이의어)라는 저희 극단 이름 때문에 그런 거 같기도 한데, 제목이랑 연극인들 삶이랑 어울려요. 저희 백수광부도 거무튀튀한 지하에서 처음 시작했거든요. 이번에 포스터 촬영을 연습실 앞 노량진 재개발 지역에서 진행했는데, 옛날 생각이 많이 났어요. '밑바닥에서'는 지금과 많은 부분이 맞물린다고 봐요. 코로나19 시대에 구원을 원하는 상황이 맞물리죠." -사친 역은 마지막 4장에서 구원과 관련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히든 카드' 캐릭터이기도 하죠.
-최근 이성열 연출님이 구원에 대한 고민이 늘었는데, 그와 계속 함께 하셨죠. "손창섭의 단편 소설 '비오는 날'을 기반으로 한 40분짜리 연극 독해도 구원에 대한 연극이었어요.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이었는데 그런 내용이엇습니다. 작년 옴니버스식의 연극 '안녕, 코로나'에서 공연한 '신세계'(극작 백하룡) 역시 구원에 대한 이야기였고 '서교동에서 죽다' 역시 구원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난리가 난 뒤에 구원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에도 구원에 관심을 가졌어요. 그런데 그건 '인간 박완규'에 대해 한정됐죠. 이제 그 구원의 대상이 더 넓어졌습니다." -연극에 들어갈 때마다 관련 책들을 되도록 많이 섭렵하신다고요.
-연극이 삶을 구원할 수 있다고 믿으세요? "그럼요. 연극이 삶을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더 그래요. 그래서 함부로 강요하지 않아요. 그냥 저희는 보여드릴 뿐 구원 등의 메시지는 관객분들이 찾아가시는 거죠. 저희가 최선을 다하고, 관객분들이 거기서 고민하는 지점이나 느꼈던 것들을 찾아가실 수만 있다면 그것도 구원이라고 생각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