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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5년만의 쇼팽…"이때 쯤이면 다시 해도 되겠다"

등록 2021-09-03 13: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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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8일 리사이틀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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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두 번째 쇼팽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여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 스케르초를 연주하고 있다. 2021.09.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2016년 쇼팽을 녹음하고, 의식적으로 쇼팽 곡을 녹음하지 않았어요. 쇼팽 콩쿠르 우승자가 정말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고, 경력을 잘 쌓을 수 있는 탐나는 자리지만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각인될 위험성 있죠. 그걸 원하지 않았습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두 번째 쇼팽 앨범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스케르초'를 발매했다. 조성진은 지난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서 처음으로 우승을 거머쥐며,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과 계약했다. 2016년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담은 앨범으로 데뷔했다.

한국인 첫 '쇼팽 콩쿠르 우승자'라는 수식은 일찌감치 떼어 버리고, 드뷔시·모차르트·슈베르트·리스트 등 음악이라는 바다에서 자유롭게 방랑했다. 이후 5년 만에 발매한 쇼팽 앨범으로, 심해 같은 쇼팽 해석을 들려준다.

조성진은 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때 쯤이면 쇼팽을 다시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녹음을 했어요"라고 말했다.

5년 전 데뷔 앨범엔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더불어 차분한 발라드를 담았다. 이번에는 피아노 협주곡 2번과 함께 더욱 대담하고 정열적인 '4개의 스케르초'를 담아 쇼팽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다만 데뷔 앨범과 마찬가지로 피아노 협주곡에서는 지아난드레아 노세다가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췄다.

조성진은 "같은 악단, 같은 지휘자로 해서 완성된 사이클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는 4일(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을 시작으로, 5일(대구 수성아트피아), 7일(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8일(아트센터인천), 11일(여수 GS칼텍스 예울마루), 12일(경기아트센터), 16일(부산시민회관)에서 연주를 합니다. 국내 팬들과 오랜만에 만나는 소감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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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두 번째 쇼팽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1.09.03. [email protected]
"코로나19 이후 투어를 시작한 것이 작년 서울 공연이었어요. 뜻깊은 연주였고, 개인적으로는 일상 생활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죠. 작년 연주 중 잊지 못할 이벤트였습니다. 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지만, 연주를 할 수 있게 돼 감사해요."

-예전과 달리 이번에 쇼팽을 다시 녹음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쇼팽 콩쿠르 당시엔 제 연주 스타일이 지금과 달랐죠. 콩쿠르라는 환경 속에서 연주를 하려다보니, 경직돼 있는 느낌이 있었죠. 콩쿠르 이후엔 자유롭게 제 음악을 할 수 있었어요. 5년 전과 다른지는 모르겠어요. 일부러 다르게 하려고 한 적은 없어요. 다만 맨날 거울을 보면 제 얼굴은 똑같아 보이는데, 다른 사람들은 늙었다고 하잖아요. 연주 스타일도 그럴 거 같아요."

-쇼팽 콩쿠르는 어떤 의미였습니까?

"쇼팽은 저에게 많은 기회를 줬어요. 하지만 끔찍한 기억도 있죠. 그 때 긴장을 많이 했거든요. 우승을 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이제 콩쿠르 안 해도 되겠다'는 안도감에 기쁨이 컸죠. 하지만 쇼팽 콩쿠르 덕분에 원하는 연주를 할 수 있었고, 좋은 음악가들과, 좋은 홀에서, 좋은 오케스트라와 연주를 할 수 있어서 감사해요."

-애초 5년 만인 작년에 열려야 했을 쇼팽 콩쿠르가 오는 10월 열립니다. 바로 직전 대회 우승자로서 이번 출전자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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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두 번째 쇼팽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1.09.03. [email protected]
"제게 (우승) 비결은 없어요. 비결이 있었다면, 제가 나갔던 대회에서 다 우승했을 겁니다. 콩쿠르는 운이 필요한 거 같아요. 최대한 준비를 완벽하게 하고, 컨디션 조절을 해서 무대에 서는 것이 필요하죠. 너무 많이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은 거 같아요. 마음을 비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코로나 이후 어떻게 시간을 많이 보냈는지요.

"작년 3월 미국에서 연주를 하고 베를린(현재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연주가 모두 취소됐어요. 처음엔 한두달 취소가 되겠구나 생각이 들어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을 할까 고민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심각해짐을 느꼈죠. 저뿐만 아니라 많은 아티스트들이 힘들어했어요. 새로운 곡을 익히려고 해도 손에 안 붙고요. 시험 공부를 하려는데, 시험이 언제인지 모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죠. 연주에 대한, 음악에 대한 소중함을 느꼈어요.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콘서트를 하게 됐는데 사실 중계를 하면 긴장이 돼 싫어하거든요. 나중엔 그것에 적응했습니다. 하지만 무관중 온라인 콘서트가 라이브 콘서트를 대체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더 했어요. 연주자로서 관객의 소중함을 더 알게 됐죠."

-피아니스트로서 어떤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아직 '성공했다'고 정의를 내리기가 어려워요. 그렇다면 '성공이 뭐냐',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배워나가는 입장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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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두 번째 쇼팽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여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 스케르초를 연주하고 있다. 2021.09.03. [email protected]
마흔살이 되든, 쉰살이 되듯 똑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정도면 완성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발전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 '쇼팽을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던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가 계획적인 사람은 아닌데, 음반을 녹음할 때는 계획적으로 됩니다. 2018년 말에 미팅을 갖고 이번 앨범 녹음을 결정했어요. 쇼팽 첫 음반 이후 5년이 흐른 거니까 충분한 시간이 됐다고 느꼈죠. 큰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계획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하셨는데, 남은 연주작업 때 꼭 하고 싶은 곡이 있나요.? 계획 일정은요?

"'내일 고민은 내일하자'는 생각을 갖고 살아요. 하하. 오늘 할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거죠. 몇년 전까지만 해도 카네기홀 리사이틀, 베를린필, 빈필이랑 협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제 그런 꿈은 많이 없어졌어요. 제가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그건 좋은 연주를 하는 것이에요. 앞으로 작업 프로젝트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제 가장 큰 목표는 제가 조금이라도 더 만족할 수 있는 연주를 하는 것입니다. 내년 10월, 11월 쯤에 귀국해서 협연을 주로 할 거 같아요. 독일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와 투어를 할 예정입니다."

-피아니스트로서 매력적인 작곡가는 누군인가요? 다음에 다루고 싶은 작곡가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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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두 번째 쇼팽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여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 스케르초를 연주하고 있다. 2021.09.03. [email protected]
"몇 명만 고르기 힘들죠. 쇼팽은 피아노를 위해 일생을 바쳐서, 개인적으로 매력적입니다. 베토벤은 피아노 소나타에서 오케스트라가 들리는 것처럼, 스펙트럼이 넓은 작곡가라 다른 매력이 있죠. 다음 앨범에는 헨델을 비롯 바로크 작곡가들을 연주하고 싶어요."

-이번에 연주한 스케르초는 어떤 성격의 곡들인가요.

"4곡 다 성격이 다르고 훌륭한 곡이에요. 음악엔 추억이나 기억이 중요해요. 스케르초 2번은 저와 추억이 많은 곡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연주했어요. 중학교 3학년 들어가기 전 2009년 1월 정명훈 선생님 앞에서 연주해 인연이 생겼고, 2007년 이 곡을 연주하는 걸 신수정 선생님이 들으시고 또 인연이 생겼죠. 쇼팽 콩쿠르 파이널 마지막 곡으로 연주하기도 했죠."

-취미는 무엇이고, 영감은 어떻게 얻나요?

"취미는 딱히 없어요. 음악이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쉴 때도 음악을 듣고 연주회에 가죠. 영감이란 건 추상적이에요. 모든 방법을 열어놓고 하는 편이죠. 제가 정답이 아닐 수 있고,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니까 되도록 많은 분들과 대화를 나누려고 합니다. 의견을 듣는 것이 중요하죠. 항상 생각을 열어두려 해요."

-음반 녹음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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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두 번째 쇼팽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여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 스케르초를 연주하고 있다. 2021.09.03. [email protected]
"연주자마다 녹음에 대한 입장이 다르죠.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는 녹음실을 선호했지만, 전 무대를 좋아해요. 최대한 녹음도 콘서트처럼 하려고 노력하죠."

-1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전국 7개 도시 투어 피날레 앙코르 공연(1부 야나체크·라벨, 2부 쇼팽)을 엽니다. 네이버TV를 통해 실황 중계하는데요. 리사이틀 무대를 국내에서 실황 중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세요.

-작년 3월 마티아스 괴르네와 공연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온라인 공연을 열었습니다.

"괴르네와 첫 온라인 공연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꼈어요. 슬픈 느낌이 있었고,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감사힌 느낌도 있었고요. 온라인 콘서트를 할 때는 다른 음악가랑 하는 것이 더 좋아요. 사람에게서 얻는 에너지를 믿는 편이기 때문이죠. 그런 시너지 때문에 온라인 공연은 협연이나 실내악이 더 수월했습니다. 이번에는 관객이 있어서 아무래도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어요."

-최근 한국에 입국해서 장염으로 고생하셨는데 몸은 괜찮은가요?

"다 회복됐어요. 연주에 전혀 어려움이 없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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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두 번째 쇼팽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여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 스케르초를 연주하고 있다. 2021.09.03. [email protected]
-지난 2019년 통영에서 오케스트라 지휘와 피아노 협연을 겸하는 이색 무대를 펼쳤어요. 당시 호평을 들었는데, 지휘를 계속 할 생각은 없나요?

"당시엔 실험적 이벤트로 지휘를 했어요. 그때 결심했죠. 지휘는 앞으로 안하겠다고."

-지휘를 하지 않기로 한 이유는요.

"이유는 (지휘에) 재능이 없기 때문이죠. 하하."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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