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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 연출 "바이러스 다룬 '태양', 코로나보다 인간 이야기"

등록 2021-10-05 08: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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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두산연강예술상'(2018) 공연부문 수상자

5일~23일 서울 두산아트센터 Space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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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정 연출. 2021.10.05. (사진 = 두산연강재단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예술계 권위를 자랑하는 '제9회 두산연강예술상'(2018) 공연부문 수상자 김정(프로젝트 내친김에 연출)이 신작을 선보인다.

김 연출의 신작 '태양'(번역 이홍이)이 5일~23일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Space)111 무대에 오른다. 두산아트센터와 김 연출이 상임연출로 있는 경기아트센터 산하 예술단체인 경기도극단이 공동제작한다.

김 연출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인간의 심리를 파고드는 혜안이 뛰어다는 평을 듣는다. 일본 작가 마에카와 도모히로의 '태양'이 그래서 기대를 모은다. 이미 개막 전부터 모든 회차가 매진됐다.

마에카와는 국내에서도 유명한 '산책하는 침략자'의 작가다. SF나 오컬트, 호러 장르를 주로 창작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과 인간과의 관계, 일상을 뒤집어봤을 때 나타나는 세계를 배경으로 인간의 심리를 그린다.

특히 '태양'은 21세기 초, 바이러스로 인해 전세계 인구가 감소한 시대가 배경으로, 코로나19 시대와 맞물린다. 새인류와 구인류의 갈등 속 절망, 선망, 희망에 대한 이야기다.

최근 두산아트센터에서 만난 김 연출은 "몇해 전에 쓰여진 작품이 지금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아지는 것이 놀라웠어요. 그런데 코로나19는 여전히 심각하고 진행 중이라, 함부로 제가 시의적절하다고 규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작가와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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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태양'. 2021.09.23. (사진 = 두산아트센터 제공) [email protected]
-'태양'의 이야기는 코로나19 시국이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저 역시 작업을 시작하니까 너무 헷갈리는 거예요. 이미 바이러스에 익숙해진 시기인데,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나서 지난 상황을 보여줘야 하니까요. 그런데 바이러스는 계속 변화는 소재잖아요. 지금도 계속 변화하면서 심각한 상황이고요. 여전히 우리에게 현재진행형의 이야기이니, 제가 함부로 시의적절한 이야기라고 규정지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이러스라는 상황을 통해 그 속 인간들의 고민을 더 포착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죠. 시의성은 관객분들이 알아서 얻어가실 거라고 생각해요."

-마에카와 도모히로 작가는 특수한 상황에서 보편성을 끌어내는 작가 같아요. '산책하는 침략자'에선 외계인을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들춰냈죠. 

"독특한 세계관으로 접근을 하는데, 인간적이고 보편적인 감정들을 느끼게 하는 작가예요. 잊고 살았던 감정들을 끄집어내줍니다. 어떻게 보면 신파적 요소일 수도 있지만, 적절한 라인에 배치를 해서 빛을 발하죠."

-'처의 감각' '손님들' '신의 막내딸 아네모네' 등 전작에서 배우들의 독특한 '신체 언어'로도 주목 받아오셨습니다. 이번 '태양'에선 신인류 '녹스'의 움직임이 궁금해요. 감염자 중 바이러스 항체가 생긴 사람들이 우월한 신체를 가진 이들이잖아요.

"전 신체뿐만 아니라, 제 작품의 모든 것을 움직임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말로써 발화하는 것과 똑같죠. 몸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움직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번 '태양'은 신인류 '녹스'와 구인류 '큐리오'로 딱 나눠지는 콘셉트가 미술적으로도 그렇고, 움직임도 그렇고 참 어려웠어요. 처음엔 녹스 쪽이 신체가 더 발달했다고 상상했습니다. 마블 히어로처럼요. 야생적이고 동물적이고 감각적인 반응을 보여주죠. 반면 큐리오는 신인류보다 신체 능력이 떨어지죠. 동네에서 아이들이 노는 신체성을 떠올렸어요. 양 측이 눈에 보이는 대비를 이루는데, 그 정도까지 달라야 나중에 '우리는 다르지 않은 같은 인간이야'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드러낼 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그래야 진정 벽을 허물수 있다고 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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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정 상임연출. 2021.10.05. (사진 = 경기도극단 제공) [email protected]
-경기도극단은 공공극장이고 두산아트센터는 민간극장입니다. 두 단체가 협업하는 것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요? 주목 받았던 '앙팡 테리블'에서 이제 행정도 신경써야 하는 중견연출가로 접어들고 있네요.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할 때는 극명한 갈등 사이에 놓여요. 충성 고객이 많은 동시에, 일반 관객에게 익숙한 극장이죠. 편안하고 소소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을 할 것인가, 도전적인 새로운 시도를 할 것인가 갈등 속에 놓이게 됩니다. '태양' 같은 경우는 제겐 대중적인 작품이었어요. 경기도극단 상임연출로서는, 한태숙 예술감독님 계셔서 힘이 되지만 제 개인적으로도 리더십이 중요했죠. 작품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이 극단을 어떤 방향으로 끌어갈 것인가도 중요하더라고요. 코로나19 가운데서 안전하게 공연을 멈추지 않은 것이 중요한 재산이었고, 단원들과 신뢰감도 중요했습니다. 무엇보다 경기도극단에서는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분들과 작업한다는 것이 참 좋아요. 대학로에서는 제가 감히 초청할 수 없었던 연령대의 분들이죠. 최근 경기도극단이 아서 밀러의 '시련'을 공연했는데, 안정된 배우 군에서 색다른 시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태양'에선 경기도극단 배우들과 대학로 배우들이 만나 섞이면서 새로운 시너지가 생기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커요."

-'두산연강예술상' 공연부문을 받은 지 3년이 지났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건 시기가 한정돼 있어요. 2018년이 이 상을 받았을 때 2021년은 너무 먼 거 같았어요. 두산아트센터라는 극장이 주는 도전적인 이미지처럼, 해오지 않은 것을 무섭게 펼쳐나가는 기세로 공연하고 싶어요. 무엇보다 코로나19 기간에 관객분들이 보러 오신다는 것도 감사하고요. 앞으로는 긴 시간을 갖고 작업하며, 떳떳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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