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국제일반

연준 내에서도 엇갈린 인플레 전망…언제까지 지속 될까

등록 2021-10-14 15:24:04   최종수정 2021-10-18 09:56:44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13일 공개된 연준 의사록서 위원들 간 엇갈려

연은 총재들 "인플레이션 일시적이지 않아" 강조

부의장 '일시적'이란 의견에 무게…"목표치에 근접"

전문가들도 우려 많아…내년 1분기까지 지속 전망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의사록 공개를 통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시행 계획을 밝힌 가운데 연준 내부에서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 전반으로 확산된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는 연준의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공개된 연준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대해 보도했다.

회의록에는 이르면 다음달 중순 테이퍼링을 시작해 경기 회복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내년 중반 쯤 마무리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담겼다. 매달 국채 10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MBS) 50억 달러씩을 줄이는 것으로 시작한다는 것도 시사했다.

이러한 결정은 불과 몇 달 전 민간 경제 전문가들의 전망보다 빠른 것이다. 올해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에 대한 전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회의에서 일부 위원들은 테이퍼링의 빠른 시행을 촉구했다. 이들은 연준의 물가 상승 2% 목표치를 넘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 때문에 내년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유연성을 얻기 위해 현 상태의 경기부양책을 마무리 짓기에 혈안이 됐다고 WSJ는 전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지난 12일 공개 발언에서 최근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이라고 묘사하는 것을 그만둘 때라고 말했다.

그는 "공급망 문제 등으로 인한 강력하고 광범위한 인플레이션이 간단한 문제가 아닐 것이라는 게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전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에 맞서기 위해 내년 금리를 인상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 테이퍼링을 더 공격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associate_pic
[워싱턴(미국)=AP/뉴시스]지난달 28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청문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1.10.14.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최근 인플레이션 장기화 가능성을 인정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유럽중앙은행(ECB) 주최 콘퍼런스에서 현재의 인플레이션에 대해 "당황스럽다"고 표현하며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몇 년 동안 인플레이션을 관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도 했다.

반면 또 다른 그룹은 물가가 연준의 목표치로 떨어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들은 향후 2년 동안 경기가 현재와 비슷하거나 비슷한 수준의 금리를 보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빠른 테이퍼링 시행으로 너무 빨리 금리를 인상하면 물가 상승 2% 목표치 달성이 무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리처드 클래리다 연준 부의장은 다수 위원들이 인플레이션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주장에 무게를 뒀다.

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목표치에 가까운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0년 2월 이후 연율로 2.9% 수준이기 때문에 연준 목표인 물가 상승 2% 목표치에 근접하다는 입장이다.

클래리다 부의장은 "달갑지 않은 인플레이션 급등은 일단 공급망 병목현상이 해소되면 일시적이었던 것임이 판명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경제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백신 접종률 증가와 2조8000억 달러(3324조1600억원)이 투입된 경기부양책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미 노동부가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에 비해 0.4% 상승해 12개월 연 누적 5.4%를 기록했다. 이는 13년 전인 2008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항목별로는 식료품, 휘발유, 난방 연료 가격과 신차, 부동산 임대료 등이 올랐다. 반면 중고차, 항공료, 의류 물가는 떨어졌다.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소비가 늘어나면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원활하지 않은 공급망은 위기에 처했고, 인력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까지 겹치면서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리처드 클래리다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 2021.08.05.
앞서 공개된 데이터들도 우려를 부추긴다.

지난 8일 발표된 9월 일자리수는 시장 전망에 못 미쳐 19만4000개가 늘어난 데 그쳤고, 국제통화기금(IMF)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 제시했던 6.0%에서 5.9%로 낮췄다. 또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견해가 나온다.

메디올라눔 인터내셔널 펀드의 브라이언 오'라일리 시장전략 책임자는 최근 WSJ와의 인터뷰에서 공개된 수치와 관련해 "'불만의 겨울'에 대한 실질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불만의 겨울'은 1970년대 말 영국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임금인상률 상한제를 도입하자 노동조합들이 겨울에 총파업을 일으킨 것을 말한다. 이 사건으로 영국 노동당 정권이 붕괴되고 신자유주의를 내세운 보수당 마거릿 대처 정권이 장기 집권하게 됐다.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연준의 수석 경제학자 윌리엄 잉글리시는 "인플레이션 수치가 좋지 않고 공급망 문제도 있어 상황이 좋지 않다. 덜 일시적인 것처럼 보이고 인플레이션 위험은 몇 달 전보다 더 커 보인다.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ING은행의 수석 국제경제학자 제임스 나이틀리는 "주택 비용, 공급망 문제,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이 인플레이션을 더 오래, 더 높게 유지할 것"이라며 "5% 이상의 인플레이션이 2022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관련기사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