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춘호 "'라디오 DJ' 벌써 1년...제가 이렇게 말이 많을줄"
한국 대표 기타리스트의 변신TBS '함춘호의 포크송' 진행
교통방송(TBS) FM '함춘호의 포크송'에 게스트로 나온 가수 양희은은 깜짝 놀랐다. 평소 말이 없던 함춘호의 언변이 능수능란했기 때문이다. 1981년 이광조의 '저 하늘의 구름 따라' 음반에 참여하며 기타 세션으로 첫 발을 내딛은 함춘호는 작년까지 기타로만 묻고 기타로만 답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10월11일 '함춘호의 포크송'을 통해 처음 DJ로 나서면서 말문이 트였다. 최근 상암동 교통방송에서 만난 함춘호는 "제가 이렇게 말을 많이 하고 싶어하는지 몰랐다"며 웃었다. 함춘호는 조용필, 이선희, 신승훈, 이문세, 김광석, 양희은, 이승철, 임재범, 유희열(토이), 아이유, 트와이스 등 내로라하는 가수들과 작업하며 한국의 대중음악을 이끈 기타리스트로 유명하다. 그가 참여한 음반 목록을 정확히 따지면 기네스북에 올라갈 정도라는 얘기가 대중음악계에서는 나온다.
꼭 1주년을 맞는 지난 11일엔 국내 대표 DJ인 배철수가 게스트로 나와 축하와 덕담을 건넸다. 올해로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배캠)를 31년간 진행해온 배철수가 다른 라디오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나오는 건 이례적이다. 함춘호는 "'배캠'은 국내 라디오 중 가장 믿음이 가는 프로그램이죠. 목소리만 들어도 모든 국민이 배 선배님인 줄 알잖아요. 말씀 한마디 한마디에 힘이 있고요. 그런 분이 나와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했다"고 몸을 낮췄다. 다음은 함춘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인터뷰 자리엔 프로그램 론칭부터 함께 해온 김현우 PD와 김윤하 작가가 함께 했다. 두 사람 모두 음악계 경력이 상당하다. 김 PD는 홍대 앞 초창기 이한철 등과 일하며 음악업계에 잔뼈가 굵다. 10년 전부터 교통방송 PD로 일하고 있다. 김 작가는 인디·아이돌·해외 팝을 가리지 않고 근사한 해석을 자랑하는 유명 음악평론가이기도 하다. 김 PD와 김 작가는 과거 음악 동호회에서 함께 활동한 인연이 있다.
김현우(현)=어릴 때 함춘호 선배님의 음악을 듣고 자랐죠. 1990년대 들었던 음악 크레디트의 대부분에 함춘호라는 이름이새겨 있었습니다. 김윤하(윤)=라디오 작가는 어릴 때부터 꿈이었어요. 김 PD님이 먼저 손를 건네주셔서 용기를 냈죠. 함 선배님과는 심사 등으로 이전에 만난 적 있어요. 무엇보다 제가 하는 일들을 많이 존중해주셔서 감사해요. 현=우리 라디오는 함춘호라는 축으로 움직입니다. 그 기준으로 대중음악의 다양한 접점을 만들죠. 윤하 작가가 음악하는 젊은 친구들에 대한 정보가 많아서 크게 도움이 됩니다. '뉴 포크 제너레이션'(화요일 코너)는 윤하 작가가 함께 출연해서 포크음악을 하는 젊은 친구를 소개하는 자리예요.
현=다른 방송에서도 많이 틀었을 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를 우리도 튼 적 있어요. 그런데 "어느 장충동에서 녹음했는데…" 같은 에피소드는 우리 프로그램만 가능하죠. 유영진부터 H.O.T 같은 SM 그룹들, 빅뱅과 2NE1 같은 아이돌과도 작업하신 분이죠. 함=기존 라디오의 형식을 답습하고 싶지는 않아요. 교통방송은 자유를 줘서 그것이 가능하죠. 다만 (대중의 다수가 쳐지는 시간인) 오후 4시라는 시간이 주는 압박감은 있어요. 다른 프로그램처럼 밝은 분위기만 좋아하실까라는 생각도 했는데 우리 같은 프로그램을 좋아해주시는, 숨어 있는 청취자분들이 계시더라고요. 현=함 선배님은 비호감이 거의 없는 캐릭터입니다. 그것으로 안정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계단식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함=배철수 선배님이 그렇죠. 그 분은 '참다운 어른'이라고 생각해요. 말이 영향력과 믿음을 갖는 이유죠. 저희가 저희 프로그램에서 '배캠' 시그널(영국 록그룹 '롤링스톤스'의 '새티스팩션' 클래식 버전)을 틀고, 멘트를 부탁드리는 것이 무례일 수 있는데 저항을 못하시더라고요. 사람이 좋고 라디오를 좋아하기 때문에 가능한 거 같아요. 현=처음 시작할 때 TBS에도 '배캠'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어요. 했다. SBS 파워FM에는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가 있는 것처럼요. TBS 라디오 대표 음악 프로그램이 생긴다면, 함 선배님이 적임자라고 생각했죠. 함=한 어린 청취자가 '포크로 콕 찍어서 들려주는 음악이 포크송'이라고 얘기하더라고요. 하하. 무엇보다 좋은 아티스트들이 앞다퉈 출연하고 싶어하는 프로그램이었으면 해요. 물론 출연해주시는 모든 분들, 들어주시는 모든 분들이 소중하죠.
윤=철딱서니 없는 얘기일 수 있지만 우선 저희끼리 재미가 있어야 듣는 분들도 재밌다고 생각해요. 저희 기운이 듣는 분들에게 간다고 생각하거든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나눌 수 있는 소소하면서도 깊이 있는 에너지가 있는데, 저희 셋이어서 낼 수 있는 시너지죠. 현=사실 라디오가 장수하면 스태프가 바뀌어요. 초반 빌드업하는 과정에 저와 김 작가님이 계신 거고요. 결국엔 스태프가 바뀌어도 상관 없이 잘 되는 프로그램이 최고죠. 무엇보다 저희에겐 함춘호라는 지속될 브랜드가 있으니까요. 함=라디오는 일상의 이야기를 누군가와 함께 얘기하는 거죠. 아무한테도 얘기 할 수 없는 걸 갖고 있는 상태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주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유희열 씨가 게스트로 나와서 한 얘기가 있어요. '라디오를 만날 때는 항상 설렘이 있어야 한다'고요. 그래야 항상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임할 수 있다고. 피곤할 때마다 희열 씨 얘기를 생각해요. 그리고 항상 긴장하죠. 이게 일상적으로 만나는 일이라고 느껴질 때, 라디오를 그만 둬야죠.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