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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흐빈더 "평생 베토벤 연주했는데, 질리지 않아요"

등록 2021-10-18 17:32:07   최종수정 2021-10-18 18: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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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의 내한공연…19·20일 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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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18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내한공연을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1.10.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베토벤 자체가 자유를 선사합니다."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75)가 2년 만에 내한공연한다.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통하는 그답게 19일과 20일 예술의전당에서 여는 독주회에서 베토벤의 주요 레퍼토리를 선사한다.

부흐빈더는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코스모스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자유는 베토벤을 연주하는 연주자가 항상 배워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생 베토벤을 연주해왔는데, 질리는 법이 없었어요. 항상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부흐빈더는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체코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그의 집엔 음악이 있었다. 라디오, 피아노 그리고 베토벤 악보집이 있었다. 베토벤에 단숨에 빠져든 부흐빈더는 어린 나이에도 자신의 세계 중심이 음악이라고 믿었다.

불과 다섯 살에 빈 국립음대에 입학할 수 있었던 이유다. 국립음대 최연소 입학 기록으로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어릴 때부터 대학에 몸 담은 부흐빈더는 학구적인 연주자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는 "제가 어렸을 때는, 생각의 폭이 좁았다"고 자책했다. "어렸을 때는 군인, 학자처럼 모든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려고 했다"는 얘기다. "유연하지도 않았고, 참을성도 없었어요. 한 분야만 추구하는 게 익숙했죠." 

그런데 30년 이상 연주를 해온 어느날 한 평론가가 그에게 "이제 자유로워질 때가 됐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베토벤의 직계 제자이기도 한 카를 체르니의 책에서 좀 더 유연해질 수 있는 영감을 받았다.

부흐빈더는 "체르니는 베토벤의 모든 작품을 하나씩 해석했어요. 다양한 수단을 통해서 작품의 캐릭터를 완성했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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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18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연주를 하고 있다. 부흐빈더는 오는 19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대전 예술의전당, 대구 콘서트하우스 내한공연에서 베토벤 작품을 연주할 예정이다. 2021.10.18. [email protected]
그럼에도 부흐빈더는 가장 중요한 건 기본기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기본기를 탄탄하게 한 뒤 변주(variation)를 해야 하죠. 저도 변주를 하기까지 40년이 걸렸습니다. 그전까지 수많은 연습을 해야 했죠."

부흐빈더는 지난 2019년 내한공연 당시에도 베토벤을 연주하며 매진 행렬을 기록했다. 역시 자신의 주특기인 베토벤을 내세운 이번 내한의 첫날엔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14번 '월광', 21번 '발트슈타인' 등을 연주한다.

둘째날에는 부흐빈더가 도이치 그라모폰(DG)과의 첫 프로젝트로 선택했던 디아벨리 프로젝트가 그대로 재현된다. 부흐빈더가 세계적인 음반사 DG와 전속계약하며 첫 선을 보인 '디아벨리 프로젝트'는 작년 베토벤 250주년을 맞아 그가 직접 선택한 현대 작곡가 11인이 참여한 대형 프로젝트다.

1부에서는 현존하는 모든 디아벨리 변주곡의 주제가 된 안톤 디아벨리의 왈츠 C장조로, 현재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곡가들의 손에서 다시 태어난 새로운 디아벨리 변주곡(2020), 훔멜·리스트·슈베르트 등 베토벤과 동시대를 살아가던 당대 최고의 작곡가 군단이 변주한 디아벨리 변주곡(1824)을 연주한다.

2부에서는 베토벤이 작곡한 변주곡 중 최고의 걸작이라고 할 수 있는 베토벤의 디아벨리 주제에 의한 33개의 변주곡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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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18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연주를 하고 있다. 부흐빈더는 오는 19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대전 예술의전당, 대구 콘서트하우스 내한공연에서 베토벤 작품을 연주할 예정이다. 2021.10.18. [email protected]
부흐빈더가 다른 작곡가들이 변주한 디아벨리 변주곡 중 가장 애정하는 건, 리스트 버전이다. "다른 버전은 잘못된 핑거링 등이 있는데, 리스는 그런 것이 없어 가장 깔끔하다"는 것이다.

사실 디아벨리 프로젝트는 작년에 한국에서 선보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한 차례 미뤄졌다. 지난 16일 내한한 부흐빈더는 자가격리가 면제돼 바로 공연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공무, 사업 등을 이유로 해외에서 입국자하는 자의 격리를 면제해주고 있는데 공연계에도 적용됐다.

부흐빈더는 "벌써 백신을 세 번째 접종에서 (건강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한국이 준비하는 것처럼 '위드 코로나'를 준비해야죠. 코로나19가 독감처럼 될 텐데 이것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전했다.

부흐빈더는 지한파로 한국에 대한 애정도 대단하다. 그는 "한국은 문화적으로 발전한 나라죠. 이런 나라의 특별한 관객을 만나는 건 세계적으로 볼 때 어렵다"고 말했다.

부흐빈더는 서울공연 직후 21일과 24일에는 각각 대전예술의전당과 대구콘서트하우스 무대에도 오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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