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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블랙박스]쌍용차 미래 안갯속…새우가 고래 삼킬까

등록 2021-10-19 04:11:00   최종수정 2021-10-20 16:3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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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쌍용자동차의 앞날이 불투명하다.

쌍용차를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 자리를 놓고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과 이엘비앤티 컨소시엄이 경합하고 있지만 양측 모두 자금력이 불안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매각이 성사된다고 해도 정상화까지 험난한 고비가 예상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인수합병을 주관하고 있는 서울회생법원은 20일을 전후해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초 서울회생법원은 지난달 말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양측의 투자자금 조달계획·경영 정상화 계획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 보완서류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법원은 매각주관사 EY한영회계법인과 보완서류를 검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법원이 양측 모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재입찰'에 나서거나 매각을 무산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입찰에서 이엘비앤티는 법정관리 전 쌍용차의 유력 인수후보였던 HAAH오토모티브의 창업주가 세운 '카디널 원 모터스', 사모펀드 운용사 '파빌리온PE'와 손잡고 5000억원대 초반을 써냈다. 에디슨모터스는 '강성부펀드'로 불리는 KCGI, 키스톤PE를 비롯해 쎄미시스코·TG투자 등과 손잡고 2000억원대 후반의 인수가를 써냈다.

지난해 12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쌍용차의 부채는 현재 7000여억원에 이른다. 이중 회생절차와 별도로 인수 후 즉각 값아야 할 공익채권만 4000억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향후 전기차 개발과 운영자금 등을 감안하면 쌍용차 인수 후 정상화까지 투입되는 자금만 1조원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법원은 이엘비앤티와 에디슨모터스 모두 쌍용차 경영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심을 품고 있다. 이 때문에 잔고 내역, 대출확약서, 투자확약서(LOC) 등 자금 증빙을 요구했다. 입찰자들이 평택공장 부지 개발이익을 노리고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구체적 경영정상화 계획도 요구했다. 쌍용차는 자산재평가를 통해 평택공장 부지 85만㎡의 가격을 약 9000억원으로 책정했다. 평택시와 추진 중인 용도변경이 이뤄지면 가치가 1조5000억원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입찰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이엘비앤티의 경우 지난해 기준 자본금 30억원, 매출 1억원에 불과한 작은 회사다. 특히 본입찰 때 입찰지원서와 함께 납부해야 할 30억원의 보증금도 미납한 것으로 알려지며 자금력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엘비앤티가 입찰 참가 신청서에 기재한 주소지에 해당 법인이 존재하지 않고, 10여만원에 불과한 특허 등록요금을 내지 않아 전기차 관련 특허권이 소멸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에디슨모터스 역시 지난해 매출 897억원, 영업이익 27억원으로 쌍용차에 비해서는 지나치게 작은 회사다. 직원수도 180여명에 불과하다. 에디슨모터스의 경우 인수가를 추후 다소 상향조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너무 낮은 인수희망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업체가 전면에 자리하고 있을 뿐 실질적으로는 사모펀드 '파빌리온PE'와 'KCGI', '키스톤PE'가 인수주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모펀드는 짧은 시간 내에 이윤을 실현하는 것이 목표다. 이 때문에 법원 역시 쌍용차가 또다시 '먹튀'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심사 과정에서 경영 정상화 계획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전망이다.

쌍용차는 고(故) 하동환 한원그룹 회장이 1954년 설립한 하동환자동차가 모태다. 1977년 동아자동차로 이름을 바꿨고, 1986년 당시 재계 5위였던 쌍용그룹의 품에 안기며 쌍용차가 됐다. 코란도, 무쏘, 렉스턴, 체어맨 등 쌍용차의 대표모델이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한국을 휩쓴 외환위기에 쌍용그룹이 휘청이면서 쌍용차는 1998년 대우그룹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대우그룹 역시 외환위기 쓰나미에 휩쓸리며 쌍용차는 채권단에 넘어갔다.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된 것은 쌍용차에 큰 시련이었다. 상하이차는 쌍용차를 인수한 후 쌍용차가 보유한 기술을 빼내가는데만 관심을 보였고, 약속한 투자는 거의 하지 않았다. 상하이차는 기술 유출 논란 끝에 구조조정을 거쳐 2010년 한국시장에서 철수했다. 상하이차 사태 후 쌍용차는 법정관리와 평택공장 유혈사태 등 큰 아픔을 겪었다.

2011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된 후 쌍용차는 안정을 찾는 듯 했다. 마힌드라는 쌍용차 지분 72.85%를 5500억원에 인수하고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1300억원을 투자했다. 특히 티볼리 흥행으로 2016년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경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국내 SUV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적자폭이 확대됐고, 코로나19로 대주주 마힌드라의 상황이 악화하며 쌍용차는 12년만에 다시 법정관리와 매각 수순에 들어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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