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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민간·軍서 요소수 '영끌'...사태 장기화 우려는 여전

등록 2021-11-10 08:00:00   최종수정 2021-11-10 10:5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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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민간서 발견한 요소·해외 수입분 확보

군 비축 예비분까지 긴급 수요처에 쓰기로

현재 확보·도입 예정인 분량, 길어야 13일분

결국 中 수출제한 해결 없이 빠른 해결 난망

일단 기존 계약·타국 협의로 급한 불 끌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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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요소수 품귀 현상이 계속되는 9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부화물터미널에 화물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2021.11.09.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고은결 기자 = 정부가 사상 초유의 '요소수 대란'을 수습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전방위 요소·요소수 재고 확보 노력에 나섰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차량용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를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했는데, 중국 정부가 지난달 15일 요소수 수출을 제한하자 품귀 사태가 빚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호주, 베트남 등 해외에서 요소수를 긴급 공수하고, 민간에서 발견된 요소를 끌어오며 군 비축분까지 풀어 최악의 상황은 막겠다는 각오다. 다만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인 중국의 수출 제한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단발성 대책에 그쳐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정부에 따르면 범부처의 요소수 불법 유통 단속 합동 점검 과정에서 민간 수입업체가 보관한 요소 3000톤(t)이 발견됐다. 이 중 차량용 요소는 2000t로, 요소수로 전환하면 약 600만ℓ 분량이다. 정부는 이 중 700t를 국내 요소수 생산업체에 즉각 이송해 이번 주 중 생산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분량도 요소수 생산 공정에 투입해 생산이 끝나는 대로 시장에 공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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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1.09. [email protected]


앞서 정부는 호주에서 요소수 2만7000ℓ, 베트남에서 요소 200t 도입도 확정했다. 200t 요소를 활용하면 약 60만ℓ의 요소수를 만들 수 있다. 아울러 군이 비축한 요소수 예비분 210t(21만ℓ)를 긴급 수요처에 쓸 수 있도록 액션 플랜을 마련하기로 했다.

여기에 국회 한·중남미의회외교포럼 대표단이 전날 멕시코 요소수 생산업체 녹스가드로부터 1200t(120만ℓ)의 요소수를 공급받기로 약속받았다. 포럼 대표단은 녹스가드 측에 가능한 많은 양의 요소수 수출을 요청했고, 녹스가드 측은 월 최소 600t을 한국에 보낼 수 있고 연말까지 1200t의 물량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지금까지 확보한 요소를 요소수로 전환하고, 도입하기로 한 요소수 분량을 더하면 약 803만7000ℓ로 추산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사용되는 차량용 요소수는 600t, 월간 2만t으로 추정된다. 10t 당 1만ℓ로 환산하면 하루에 60만ℓ가 필요한 셈이다.

즉, 803만7000ℓ는 정부가 제시한 하루 사용치를 기준으로 삼아 단순 계산하면 13일가량 쓸 수 있는 분량이다. 다만 업계에서 추정하는 국내 경유 차량의 하루 평균 사용 요소수는 60만ℓ를 훌쩍 웃돌아, 열흘도 안 돼 동날 것이란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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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전국건설노동조합 노조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건설기계 요소수 문제 정부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11.09. [email protected]


이런 가운데 요소수 수급난으로 인한 산업 현장의 혼란은 커져가고 있다. 특히 화물차·건설 중장비 업계는 요소수 품귀가 이어지면 당장 물류산업·건설현장이 멈출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요소수가 없어 일을 하지 못해도 그 손실은 온전히 건설기계 노동자가 떠안아야 한다"며 정부의 즉각적인 구제 방안을 촉구했다.

현재 정유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요소수 생산에 필요한 요소 물량은 이달 말 분까지만 확보됐다. 국내 요소수 시장의 과반을 점하는 롯데정밀화학이 이달 말까지 요소수 생산이 가능한 재고량을 보유하고 있고, 다른 업체들의 상황도 비슷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가 당장 물량 확보에 열 올리고 있지만, 근본 원인인 중국 수출 제한이 해결되지 않으면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까지 호주, 베트남 등에서 일부 분량을 확보했다고 해도 단발성이라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일단 (단발성 공급을 해서라도) 급한 불은 꺼야겠지만,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날 국회에서도 정부가 선제적인 대응에 실패해 사태가 심화했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중국이 지난해 11월에 호주로부터 석탄 수입이 제로(0)가 됐다. 지난해부터 요소수에 대한 대응 방안이 있어야 됐다는 것"이라며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가 제대로 대응을 못 해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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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뉴시스] 김얼 기자 = 전국적으로 요소수 대란이 이어지고 있는 9일 전북 익산시 익산실내체육관 앞에 마련된 요소수 판매장에서 요소수를 구입하기 위해 몰린 시민들로 장내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고 있다. 2021.11.09. [email protected]


일단 정부는 중국에 수출 전 검사를 신청해 기존 계약분을 신속하게 도입하겠다는 목표다. 외교부에 따르면 중국 업체와 이미 계약을 맺었지만 수출 제한 조치 때문에 국내로 들여오지 못한 요소 중 신속 수입을 목표로 하는 물량은 1만8000여t이다. 이 중 7000여t에 대해서는 이미 수출 전 검사를 신청한 상황이다.

아울러 연내 다양한 나라로부터 1만t 이상의 요소수를 들여올 수 있게 협의 중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어떻게든 요소수 공급을 늘리고 유통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보고 10여개 국가와 협의하고 있다"면서 "호주·베트남 등 국가의 물량이 이달 중 들어오게 되면 요소수 문제가 단기적으로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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