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 농구

[백보드] 왜 '아저씨 농구'에 당할까

등록 2021-11-23 10:02:05   최종수정 2021-11-23 11:18:11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40대 김동욱·30대 후반 함지훈·김영환, 여전한 존재감

신체능력 처지지만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함·여유…해결사 역할도

차세대 아저씨는 KCC 이정현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21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와 수원 KT 소닉붐의 경기, 67대 58로 승리한 KT 허훈과 김동욱이 웃으며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2021.11.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지혁 기자 = 농구는 선수 생명이 긴 편이 아니다. 롱런의 비결은 제각각이지만 기본적으로 기술 외에 힘과 스피드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큰 부상이 없어야 한다.

또 매년 20여 명씩 쏟아지는 신인과 가파른 성장세에 있는 후배들과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30대 초중반만 되도 경쟁력을 잃어 은퇴를 고민하거나 코트를 떠나는 선수들이 많은 이유다.

그런 면에서 40대 김동욱(40)을 비롯해 김영환(37·KT), 이현민(38), 함지훈(37·이상 현대모비스), 양희종(37·인삼공사)은 '아저씨 농구'의 달인들이다.

젊은 시절만 못한 스피드, 힘이지만 노련함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흐름과 비법을 가졌다.

◆나이 먹어도 실력은 줄지 않아

40줄에 자유계약(FA)을 통해 새롭게 KT 유니폼을 입은 김동욱은 3점슛 성공률(46.8%) 전체 1위다. 평균 성공 개수는 2.3개로 오마리 스펠맨, 전성현(이상 인삼공사)에 이어 3위, 누적은 16경기에서 37개로 스펠맨에 이은 2위다.

에이스 허훈이 부상으로 시즌 초반 함께 하지 못할 때, 팀을 이끈 해결사다. 평균 어시스트 3.8개로 상대 수비를 깨는 운영도 가능하다. 경기당 24분3초를 뛴다.

김동욱의 합류로 맏형 자리를 넘겨준 김영환은 평균 23분11초를 뛰며 7.5점 2.3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왼손잡이 슈터라는 희소성에 철저한 자기관리로 유명하다. 그에 대해 '베테랑의 모범답안'이라고 한다.

상대적으로 둘의 느린 발은 수비에서 약점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KT 코칭스태프가 많은 출전시간을 부여하는 건 그만큼 다른 부분에서 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 기조는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프로농구 현대모비스 함지훈 (사진 = KBL 제공)
리그에서 가장 영리한 선수 중 하나로 평가받는 함지훈은 거친 몸싸움이 많은 골밑에서 평균 10.6점 4리바운드를 올리며 현대모비스를 이끌고 있다.

팀 내에서 최고액 연봉을 받는 센터 장재석이 있지만 비시즌 훈련 부족으로 함지훈에게 쏠리는 비중이 여전히 높다. 신장은 198㎝. 빅맨으로 애매한 높이지만 포스트업 능력이 탁월하고, 골밑에서 영리하게 득점이나 상대 반칙을 유도할 줄 안다. 밖으로 빼주는 패스도 일품이다.

활동량이 곧 경쟁력인 가드 포지션의 이현민은 고비에서 득점과 2대2 플레이로 현대모비스의 숨통을 트는 역할을 한다. 평균 17분34초를 뛰며 어린 가드들을 지원한다.

◆느릿느릿 보여도 빠르다

이들은 모두 첫 번째 스텝에서 큰 강점을 가졌다.

절대적인 스피드는 전성기만 못하지만 공격시 첫 발을 딛는 타이밍과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상대의 수비 밸런스를 잘 무너뜨린다. 상대의 스피드와 힘을 역으로 잘 이용하는 것이다. 빠르지 않아 보여도 수비들이 따라가는데 애를 먹는 이유다.

또 완급 조절에 능하다. 공수 전환 횟수가 많고, 빠른 농구에서 출전시간 내내 100%의 에너지로 뛰는 건 불가능하다.

경기를 읽은 시야가 좋아 언제 힘을 주고, 빼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뛴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프로농구 인삼공사 양희종 (사진 = KBL 제공)
상대와 등을 대고 플레이하는 횟수가 많은 함지훈은 특히 눈에 띈다. 그에 대해 사람들은 "등을 제일 잘 활용하는 선수", "등 신경이 동물처럼 발달한 선수"라고 한다.

포스트업을 하면서 상대의 빈틈을 잘 파고들고, 수비 흐름을 무너뜨리는 공격에 능하다. 과장하자면 등만 대고도 상대가 어떤 수비를, 어떤 식으로 이어갈지 예측 가능하다.

신기한 건 과거 함지훈을 가장 잘 수비했던 선수가 김동욱이다. 식스맨으로 출전 기회를 많이 잡지 못했지만 함지훈 전문 수비수로 서서히 코트에 서기 시작했다.

이들이 공격에 특화된 선수들이라면 부상으로 복귀를 준비 중인 양희종은 수비 스페셜리스트다. "수비는 기술이 필요 없다", "집중해서 열심히 따라다니면 된다"고 하지만 어떤 면에선 공격보다 훨씬 더 영리함을 요구하는 게 수비다.

자신의 매치업 상대뿐 아니라 상대의 전술적인 움직임과 패스 길목을 고루 이해해야 한다. 스피드가 매우 좋다고 할 순 없지만 양희종은 둘 다에 능하다.

매치업 상대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상대의 패스를 잘 차단한다. 협력 수비 때에는 제 타이밍에 지원하는 능력도 훌륭하다. 악착같은 성격이라 수비에서 틈을 허용하는 건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오랫동안 태극마크를 달고, 상대 에이스 전담 수비수로 활약한 건 우연이 아니다.

◆이정현, 차세대 '아저씨 농구' 이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전주 KCC 이정현. (사진=KBL 제공)
이정현(34·KCC)한테 이들의 과거를 찾을 수 있다.

슈팅 능력과 KBL에선 '절대반지'로 통하는 투맨 게임 능력이 리그 최정상급이다. 돌파 능력도 탁월해 수비하기 매우 어렵다.

이정현은 이런 옵션들을 큰 힘 쏟지 않으며 이끌어낸다. '수비수가 떨어지면 슛을 쏘고, 붙으면 돌파하라'는 기본 진리에 충실하면서 승부처에선 해결사로 변신한다. 과거 리그 최고 연봉을 찍었던 배경이다.

무엇보다 '금강불괴'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 매우 튼튼하다. 2010년 10월15일부터 현재까지 489경기 연속 경기 출전 기록을 가지고 있다. 추승균 해설위원이 384경기 연속으로 역대 2위, 주희정 고려대 감독이 371경기로 3위다.

이정현은 이번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다. 30대 중반의 나이를 감안해도 다시 한 번 역대급 FA 계약을 맺을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이정현은 2017년 KCC와 연봉 8억2800만원, 인센티브 9200만원을 더해 보수 총액 9억2000만원에 계약하면서 최초로 프로농구 9억원 시대를 열었다. 여전히 그를 탐내는 구단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관련기사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