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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메타버스 시장④]황금알? 신기루?…전문가 진단은

등록 2022-03-24 08:20:00   최종수정 2022-04-04 09: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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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K-메타버스 엑스포 2021'이 열린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메타버스 체험을 하고 있다. 2021.12.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인터넷, 모바일 시대를 넘어 메타버스 플랫폼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선 메타버스 플랫폼 선점 경쟁이 한창이다.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바꿀 정도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사들이 앞다퉈 참전하며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이 플랫폼을 선점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인터넷 시대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운영체제(OS), 모바일 시대에는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만큼은 기회를 놓쳐선 안된다는 산업계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도 메타버스 산업 육성을 위한 첫 종합 대책을 발표하고, 오는 2026년까지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 점유율을 5위까지 높이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상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아직 메타버스 산업이 초기 단계라 부정적인 여론이 많은 것도 사실이나, 정부의 메타버스 산업 육성책은 지금보다 더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과거 인터넷, 스마트폰 시대가 태동할 당시 우리나라에서 나온 글로벌 기업은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몇 없다. 글로벌 플랫폼 시장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과거를 잊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투자해서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플랫폼은 선점 효과가 크다. 후발주자가 판을 뒤집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토종 앱스토어 원스토어가 출범했지만, 여전히 구글과 애플의 아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 게임 이용자들이 앱 마켓에서 결제하는 금액의 30%가 수수료 명목으로 구글·애플에게 흘러간다. 국내 게임사들이 수년간 공 들여 글로벌 대작을 만들어도 허탈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메타(페이스북)가 메타버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HMD(머리에 장착하는 디스플레이)와 AR글래스(증강현실 안경) 등 자체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메타버스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고 선점함으로써 구글과 애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혼합현실 체험 플랫폼'을 개발한 권오흥 박사는 "메타가 HMD '오큘러스 퀘스트'를 대중화하려는 목적도 결국엔 메타버스 플랫폼 선점에 있다"며 "메타는 디바이스를 통해 구글이나 애플을 거치지 않고 자신들이 구축해 놓은 플랫폼에서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블록스는 게임일까, 메타버스 플랫폼일까

"어제는 게임이었는데, 자고 일어나니 메타버스라고 부르더라." 한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메타버스 열풍을 타고 로블록스, 포트나이트, 마인크래프트, 모여봐요 동물의 숲, GTA 등 게임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우리가 상상하던 SF 영화 속 메타버스와는 거리가 멀다.  아직 산업 과도기에 불과하다.

제대로된 메타버스 플랫폼이라 하면, XR(확장현실) 기술을 기반으로 한 극대화된 몰입감과 현실세계와 같은 동일한 환경 구현이 요구된다. 권오흥 박사는 “가상공간을 실제와 동일하게 만들려면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또 이를 빨리 주고받을 수 있는 데이터 처리 속도가 중요하다. 결국 5G·6G 초고속 통신망으로 데이터를 빨리 주고 받아야 메타버스에서 현실감 있는 세상을 구현할 수 있다. 또 인터페이스 기술, 대규모 데이터서버 등을 구축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아직은 그런 기술 개발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역시 다르지 않다는 시각이다. 그는 “데이터량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구현한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메타버스 투자 "장기적으로 접근"…"가상 아닌 허상일 수도"

초기 메타버스 산업은 게임 산업에서 확산 동력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 자체가 가상공간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도 그렇지만 여러 명이 동시에 같은 게임에 접속해 서비스를 공유하다는 점, 유저간 아이템 거래와 게임 내 경제시스템을 구축한 경험 등 다른 산업과 비교해 메타버스 구현에 유리한 측면이 많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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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컴투버스' 월드 콘셉트 오버뷰 영상. (사진=컴투스 제공)
이 때문에 여러 게임사들의 주식이 메타버스 테마주로 거론되기도 했다. 실제로 몇몇 게임사들은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에 NFT(대체불가토큰)를 접목해 메타버스 게임이라 홍보하기도 한다. 오락적인 요소뿐 아니라, 사회·경제 활동을 가능하게 하면서 지속가능한 블록체인·메타버스 생태계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아직 실질적인 플랫폼 매출이 없거나 미미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블록체인·메타버스 열풍에 편승해 주가를 10배 이상 부양한 위메이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4분기 매출 3524억원 가운데 60% 이상이 가상자산 위믹스 매도분( 2255억원)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는 폭락했다. 위믹스 플랫폼 매출은 아직 36억원에 불과했다.

다른 분야는 더 하다. 실제 검증되지 않은 메타버스 서비스들도 부지기수다. 메타버스 부동산 거래 플랫폼 '어스2'(Earth2)‘의 경우가 그렇다. '어스2'는 지구 전체 위성지도를 10×10m 크기(타일)로 구획한 가상토지를 분양하고 이를 이용자들끼리 거래할 수 있다. 맹목적인 투기 자산이 몰리자, 이와 유사한 서비스들이 생겨나고 있다. 한 국내 업체는 자사 플랫폼에서 '에펠탑'이 2717달러에 거래됐다고 홍보할 정도다.

메타버스 관련 업계 종사자는 "메타버스라며 개인 부동산뿐 아니라 국가 소유물까지 임의대로 팔아 수수료를 얻는 행위는 추후 법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게다가 운영사가 서비스를 돌연 중단할 경우 가치는 0이 될 수 있다"며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다.

현대원 서강대 메타버스전문대학원장은 "실물 기반 메타버스 부동산 분양이나 부동산 NFT 분양 등은 확장 가능성이 큰 비즈니스 영역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코인 이코노미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무분별한 묻지마 ICO(백서를 공개한 후 신규 가상자산를 발행해 투자자들로부터 사업 자금을 모집)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를 만들어냈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몇 가지 분명한 기준들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우선 가상과 허상은 분명히 구분이 필요하다. 가상현실 기반 메타버스는 참여자들에게 인정받는 지속적인 가치창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 가치창출 시스템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콘텐츠에 이르는 상당한 전문성을 요구하며, 이는 단기간에 쉽게 이룰 수 있는 수준은 아님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스스로 주체가 되고자 하는 다수의 적극적 참여자들을 지속적으로 끌어당길 수 있는 핵심 유인 장치(게임, IP 컨텐츠 등)를 확보하고 있는지도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가치 창출 시스템이 없이 제한된 자산을 기반으로 가치 쪼개기로 자본이 자본을 부르는 방식은 결국 온전히 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가상이 아니라 허상이 되는 것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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