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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신대출규제①]LTV 풀어도..."연소득 6000까진 한도 그대로"

등록 2022-05-07 09:00:00   최종수정 2022-05-09 10: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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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도 서민·실수요자엔 LTV 20%p 우대…실효성 의문"

"DSR 조정 없이는 고소득자에만 혜택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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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은행권에서 만기 10년짜리 분할 상환 신용대출 상품이 등장했다. 시중은행 신용대출의 만기는 길어야 5년이었다. 대출 기간을 늘리면 DSR 비율이 낮아지고 대출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다만 만기가 연장되면 매월 상환액이 줄어드는 대신 이자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영업부 대출 창구의 모습. 2022.05.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윤석열 정부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를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최대상한을 80%로 완화하기로 했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유지하기로 해 정책의 혜택을 체감하기 힘들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들이 추정한 결과에 따르면, 연소득 6000만원 이하 중저소득자들의 경우 이번 LTV 완화의 수혜를 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지난 3일 발표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통해, 생애최초 주택구입 가구를 대상으로 LTV 최대상한을 기존 60~70%에서 80%로 완화하는 방안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LTV 상한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40%(생애최초 60%), 조정대상지역은 50%(생애최초 70%)다.

단 인수위는 생애 첫 주택구매 가구가 아닌 경우 LTV 상한을 지역과 관계없이 70%로 단일화하겠다는 공약은 추후 추진키로 했다. 다주택 보유자의 보유 주택 수에 따라 LTV 상한을 40%, 30% 등으로 차등화 하겠다는 공약도 주택시장 상황과 DSR 안착 여건 등을 고려해 나중에 추진하기로 했다.

당초 공약에 포함되진 않았었지만, 일부 완화 가능성이 제기됐던 DSR 완화에 대한 내용도 제외됐다. 대신 DSR 산정시 청년층의 미래 소득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청년들의 대출한도를 늘려주기로 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이번 LTV 규제 완화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LTV를 아무리 높여준다 하더라도 DSR 규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소득이 낮은 이들의 대출 가능 금액은 늘어날 수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DSR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유가증권담보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현재는 총 대출액이 2억원 이상인 차주들에 DSR 40%가 적용되고 있고, 오는 7월부터는 총 대출 1억원이 넘는 차주들로 확대된다. DSR 40% 규제가 적용된단 것은 연 소득의 40% 이상을 원리금을 갚는데 쓸 수 없다는 것으로, 연소득 5000만원인 차주는 연간 2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대출을 갚는데 쓸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 한 시중은행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기존 대출이 없는 연소득 5000만원인 A씨가 규제 지역에서 금리 4.17%(3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로 시세 9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할 때 현재 LTV 40%, DSR 40% 규제에서는 3억42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LTV가 80%로 확대되고 DSR은 그대로 40%가 적용되면, 대출한도는 3억4200만원으로 기존과 변함이 없다.

하지만 같은 조건에서 연봉이 6145만원인 경우엔 대출한도가 3억6000만원(LTV 40%·DSR 40%)에서 4억2000만원(LTV 80%·DSR 40%)으로 8000만원이 늘어난다. 또 같은 조건에서 연소득이 1억원인 경우,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 3억6000만원에서 6억8400만원으로 무려 3억2400만원 뛰어오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중저소득자는 LTV 보다 DSR 영향을 더 많이 받고 고소득자는 DSR보다 LTV 영향을 더 받기 때문에 DSR 완화 없이 LTV만 늘릴 경우 정책 효과는 고소득자에 집중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지금도 생애최초구입 가구 등 일부 서민·실수요자들에 LTV를 20%포인트 우대해주고 있는 정책이 있는데, 생애최초구입 가구들에 LTV 상한을 80%로 늘려주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여기다 DSR 40%가 여전히 적용되기 때문에 연봉이 6000만원 정도까지는 대출 한도에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청년 대출자의 DSR 산정시 미래소득을 반영하는 제도를 활성화하면, 이러한 문제점이 일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은행들이 적용하고 있는 기준대로 반영할 경우, 수혜가 고소득자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문제는 여전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지금과 같이 변동성이 큰 경제 상황에서 대출 규제를 전방위적으로 풀 경우, 시장의 또 다른 불안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3월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를 통해 "급격하게 불어난 가계부채가 하방리스크로 작용하지 않도록 LTV 상한 비율 강화, DSR 적용 등 정부의 거시건전성 조치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지금과 같이 물가 상승이 지속되고 있는 현 경제 상황에서는 대출 규제 완화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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