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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붕 128가족' 카카오式 성장방식이 화 불렀다

등록 2022-10-18 17:52:58   최종수정 2022-10-24 09: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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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서비스 장애 나흘째 지속

계열사 128개 늘리며 각자도생 성장방식 화 키워

연 매출 6조 대기업 성장했지만 공통 인프라 투자는 소홀

빠른 위기대응 컨트롤타워 미흡…리더십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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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카카오 판교 아지트 1층에 조성된 아지트 포레스트와 카카오 프렌즈 파사드. (사진=카카오 제공)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지난 15일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발생한 카카오 서비스의 대규모 장애를 두고 카카오식 성장 방정식이 단초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계열사를 128개로 급속도로 늘렸고 연 매출 6조원이 넘는 국내 IT 대기업으로 초고속 성장했다.

그러나 이번 대규모 서비스 장애 사태와 같은 '화'를 불러온 것은 카카오가 각 계열사 '각자도생' 방식으로 성장에 집중한 반면 대기업 덩치에 걸맞은 인프라 투자를 주도할 컨트롤타워 부재가 여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올초 컨트롤타워 교체로 전면 경영 쇄신에 나섰음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는 점에서 리더십 부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카카오톡 앞세워 초고속 성장…'계열사' 각자도생 성장


카카오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카카오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는 128개다. 문어발 확장 논란에 계열사를 약속하겠다고 밝힌 지난 4월과 대비하면 11개 줄었다.

국민 메신저가 된 ‘카카오톡’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카카오는 금융, 쇼핑, 게임, 웹툰·웹소설, 음악, 모빌리티 등 일상에 필요한 서비스를 인수합병(M&A)하고 카카오톡과 연결하며 생태계를 확장해왔다. 그 결과 카카오 그룹은 한 때 시가총액 120조원이 넘는 대기업 집단으로 우뚝 섰고 한국을 대표하는 빅테크 기업이 됐다. 지난해 연 매출은 6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급속도로 커진 덩치 만큼이나 카카오에 쏠리는 시선도 많았다. 잇따른 계열사 기업공개(IPO) 추진은 ‘쪼개기’ 논란으로 이어졌고, 공격적인 내수 위주의 사업 확장은 ‘골목상권 침해’ 비판을 받았다.

계열사들이 ‘각자도생’하는 성장방식은 연달아 부작용을 낳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8월 카카오T 택시 호출료를 5000원 인상한다고 밝히면서 비난의 여론에 직면, 결국 플랫폼 독과점 규제 후폭풍으로 이어졌다.

이어 올 초에는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대량 주식 매도 논란이 또 한 번 발목을 잡았다. 카카오페이 전임 대표 등 경영진 8명이 스톡옵션을 행사해 900억원 어치 주식을 시장에 대량 매각했다.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 마다 카카오가 계열사 위기 관리에 미흡, 그룹 주도 컨트롤타워가 부재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또 올해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증시가 얼어붙고 주요 계열사 주가가 폭락한 가운데 계열사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 무분별한 쪼개기 상장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카카오는 ‘컨트롤타워’ 강화하며 위기 타개에 섰다. 올해 초 윤리경영 강화와 계열사 간 시너지 강화를 위해 지난 1월 코퍼레이트얼라인먼트센터(CAC)를 설립했다. 올해 초 3월에는 남궁훈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카카오 대표로, 7월에는 홍은택 CAC장을 각자 대표로 앉혔다.

◆나흘째 서비스 장애 지속…컨트롤타워 역할 무색

그런데 컨트롤타워 CAC 출범 약 9개월도 지나지 않아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았다. 카카오와 주요 계열사들의 서버가 전면 먹통이 며칠간 지속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를 두고 또 한번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것이 단초가 됐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지난 15일 오후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전기실 화재로 전원 공급이 차단되면서 해당 데이터센터를 메인으로 사용하고 있던 카카오 서버도 중단됐다. 이로 인해 카카오와 주요 서비스들이 사용하고 있는 3만2000대에 대규모 서버가 다운되면서 나흘째인 이날까지도 완전히 복구가 되지 않고 있다.

물론 화재가 발생하자 센터 전체 전력 공급을 차단한 SK C&C에 이번 서비스 장애의 일차적 책임이 있다. 하지만 IT서비스를 운영하는 카카오는 이미 일어난 재해를 뒤로 하고 빠르게 서비스를 재개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특히 카카오는 한국에서 의존도가 가장 높은 서비스로 꼽힌다.

IT서비스 업체 고위 관계자는 "카카오톡이나, 카카오 택시, 쇼핑 등 소상공인이 쓰는 필수 서비스만이라도 인프라를 DR에 구축했다면 이번과 같은 사태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120개가 넘는 계열사별 독자경영 체제에서 공통 분모로 투자하는 인프라의 신뢰성 확보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가 컨트롤타워 CAC를 지난 16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 출범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이번 사태에서 서비스 복구가 늦어진 것은 전체 계열사 서비스 장애를 통솔하고 대응할 수 있는 '일사천리'의 신뢰의 리더십 체계가 미흡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그동안 컨트롤타워 부재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면서 올 초 CAC를 출범, 지주사 체계로 전환을 선언했음에도 이번 사태와 같은 화를 키웠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론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지난 10년 동안 계열사별 성장에 몰두하며 명실상부한 대기업으로 성장한 반면 IT서비스의 근본인 인프라 투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계열사 서비스의 공통된 인프라 투자를 주도해야 하는 카카오 컨트롤타워 리더십이 부재한 것이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카카오 CAC에서 시설투자, 재난 대응 등 명확히 메뉴얼과 체계가 정립됐고, 인프라 투자에 앞섰다면 이번과 같은 대규모 서비스 장애 사태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나오는 이유다.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카카오 계열사가 모두 다른 형태로 나뉘어져 있다 보니 장애 사고가 났을 때 서버 구성이 깨져 버린 것"이라며"컨트롤타워 핵심은 장애 시 신속하게 결정하고 기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서버를 확장하는 건 쉽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안정적으로 복구할 수 있는 만큼의 서버 대응력을 갖췄는지 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 관계자는 "안산 데이터센터 구축에 4249억원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모든 데이터를 국내 여러 데이터센터에 분할 백업하고 있으며, 외부 상황에 따른 장애 대응을 위한 이중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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