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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전 中서 치밀한 범행 준비…마약음료 사건 전말은?

등록 2023-04-18 07:00:00   최종수정 2023-04-18 09: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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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中 보이스피싱 조직 가담…반년 준비

설문 명목 부모 연락처 수집…협박전화까지

100병 중 18병 배포…투약량 3.3배 마약 담겨

'범죄집단' 혐의 적용…中 윗선 국제 공조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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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에서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 관련 압수품과 증거품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제공) 2023.04.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학부모들을 불안에 떨게 한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은 중국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이 수개월 전부터 계획한 범죄로 드러났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중간책으로 의심받고 있는 한국 국적 이모(25)씨가 지난해 10월 중순 중국으로 출국해 현지의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에 가담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의심된다.

◆중국서 범행 설계…재료도 국제우편 발송

경찰은 이씨가 중국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에 가담한 뒤 특정 합숙소, 콜센터 등지에서 범행을 모의했다는 진술을 복수 피의자에게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씨 외에 범죄를 지시한 총책이 있다는 진술도 나왔다고 한다.

실제 이씨는 중국에 체류하며 중학교 동창인 한국인 길모(25)씨에게 마약 음료의 제조·전달을 지시하고, 김모(39)씨에게는 협박전화를 위한 휴대전화 발신번호 변작 중계기 설치를 의뢰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년 가까이 치밀하게 준비해온 범행은 지난달 본격화됐다. 길씨가 지난달 22일 국내 유통되는 인기 중국산 우유를 구입했고, 25일에는 인천의 주택가에서 박모(35)씨가 '던지기' 수법으로 전달한 필로폰 10g를 수거해왔다. 박씨는 '마약 상선'인 중국 국적 이모(32)씨로부터 특정 장소에 마약을 공급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마약 음료 재료인 공병, '메가ADHD' 문구를 인쇄한 라벨, 판촉물 등은 모두 중국 국적 박모(39)씨가 중국에서 마련해 지난달 28일 한국의 길씨에게 국제우편으로 전달됐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아무래도 범죄를 처음부터 계획 모의하고 준비한 게 중국 본부 현지이다보니 거기서 만들어서 보냈다고 본다"며 "국내에서 제작했을 때 위험부담이 더 크다고 판단한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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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에서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 관련 압수품과 증거품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은 설문지. (사진=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제공) 2023.04.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알바 통해 음료 뿌리고 학부모 연락처 수집…변조 번호로 협박전화

재료를 받은 길씨가 이달 1일 새벽 집에서 마약 음료 100병을 제조했다.

또 다른 공범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구인·구직 사이트,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일당 15~18만원의 고액 알바' 구인공고를 통해 아르바이트생들을 모집했다. 경찰은 이들 사이트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등 모집책을 추적 중이다.

길씨는 이달 3일 퀵서비스를 이용해 원주에서 서울로 마약음료를 보냈고, 이를 받은 아르바이트생들은 2인1개조로 나뉘어 '좌표'를 찍어준 강남 대치동 학원가를 돌았다. 이들은 3일 오후 4시52분께부터 오후 9시경까지 마약음료를 나눠줬고 설문조사 명목으로 학생·학부모 연락처를 수집해 카카오톡 메신저로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집한 연락처를 토대로 이튿날인 4일 오전 11시10분께부터 낮 12시4분경까지 협박전화가 걸려왔다.

신원 불상의 협박범은 전화로 4명, 카카오톡 메신저 2명 등 총 학부모 6명에게 순차적으로 자녀가 마약음료를 마셨다며 금전을 요구하는 협박을 시도했지만 모두 미수에 그쳤다. 이중 1명에게는 1억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협박전화는 김씨가 설치한 변작 중계기를 활용해 발신번호를 숨긴 채 이뤄졌다.

협박범에 중국동포 억양을 썼다는 의혹도 제기됐는데, 이를 증명할 녹음파일은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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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사진=강남경찰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학생·학부모 9명 마셔…1병 마시면 "급성 중독 위험"

경찰은 제조된 마약 음료 100병 중 18병이 학생들에게 전해졌고, 총 8병을 학생 8명과 학부모 1명이 마신 것으로 보고있다.

36병은 미개봉 상태로 경찰이 압수했고, 알바생이 2병을 마신 것 외에 44병은 폐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음료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추가 피해자 6명에 대해선 인적사항 확인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약 음료에는 한 병당 0.1g의 필로폰을 섞인 것으로 조사됐다. 통상 필로폰의 1회 투약량이 0.03g인 데 비춰볼 때 음료를 다 마셨을 경우 3.3배를 투약한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투약 경험이 없는 미성년자가 3.3배에 달하는 양의 필로폰을 1회 투약할 경우 영구적 손상은 아니어도 급성 중독에 걸려 정신착란, 기억력 상실 등의 신체 손상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피해 학생 중 1명은 한 병을 다 마신 탓에 일주일 동안 상당한 고통을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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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 필로폰과 우유를 섞은 음료를 제조한 혐의를 받는 길모(25)씨가 17일 오전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email protected]


◆'범죄집단가입활동' 혐의 적용…중간책 여권 무효화

경찰은 피의자들에게 마약류관리법 58조(미성년자 제공) 위반 혐의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미성년자 제공은 형량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이다.

또한 경찰은 전날 제조책 길씨를 검찰에 넘기면서 '범죄집단가입활동', 마약류관리법 위반(필로폰 음료 제조, 미성년자 필로폰 제공, 필로폰 수수), 특수상해·미수, 공갈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형법 114조 '범죄단체조직죄'에서 범죄단체의 경우 통솔체계 등을 규명해야 해 일단 보다 요건이 간소한 '범죄집단' 혐의를 적용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 밖에 중계기업자 김씨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공갈미수 혐의로 구속 송치했고, 필로폰을 전달한 박씨는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불구속 송치했다.

아울러 중국의 '윗선'에 대해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 및 현지 중국 공안당국에 국제 공조 수사를 요청하고, 한국 국적인 이씨는 여권 무효화 조치도 밟고 있다.

안동현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장은 전날 "단순한 공조 요청에 그치지 않고 수사 협조가 되도록 다각적으로 요청 중"이라며 "중국도 마약범죄를 중하게 보고 있고, 그간 상호 공조를 통해 (범죄자를) 송환한 전례가 있기에 이 건에 대해서도 협조가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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