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가 없어 못 팔 정도" 올 여름도 일본 여행 몰린다 [엔저 쇼핑 열기①]
일본 예약, 팬데믹 이전대비 143%↑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엔화 가격도 많이 내렸잖아요. 올 여름 오랜 만에 일본 여행 가는 김에 쇼핑도 많이 하고 오려고요." 2019년 노재팬(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이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발길이 뚝 끊겼던 일본에 한국 여행객이 몰리고 있다. 8년 만의 '슈퍼 엔저'까지 이어지며 우리나라 해외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 인기 관광지로 일본이 떠오르고 있다. 4년 전 일본의 무역 보복으로 반일 감정이 격화하면서 '노재팬' 운동이 일었지만 최근엔 이때 수준 회복을 넘어 오히려 더 늘어나는 등 상당히 달라진 분위기다. 이젠 '예스재팬'으로 전환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24일 국토교통부의 실시간 항공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국제선 여객(263만6673명) 중 일본으로 향한 여객수는 75만453명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베트남(31만7241명), 중국(24만4285명), 미국(21만6135명) 순으로 나타났다. 일본 여객 수는 해외 여행 국가 2~4위를 합친 숫자와 비슷한 수치일 정도로 많았다. 우리나라 해외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 1순위 여행지로 일본이 부상한 것이다. 일본 여행 열풍은 지난해 10월11일 일본 정부가 무비자 입국을 재개하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엔화 약세 이른바 '엔저' 현상까지 겹치면서 일본 여행 수요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원엔 재정환율은 환율은 19일 한때 100엔당 897.49원까지 하락하면서 2015년 6월 이후 8년 만에 800원대로 떨어졌다. 현재는 900원대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여행 업계 관계자는 "2019년 노재팬에 이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까지 이어지며 일본 여행 수요가 상당기간 사실상 없다시피 했다"며 "지난해 10월 일본이 무비자 입국을 재개한 후부터 일본 여행이 늘기 시작해 최근 기록적인 엔저까지 겹치자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본은 인천에서 2시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등 가깝고 가격도 저렴해 여행상품 판매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소도시나 럭셔리 여행에 대한 문의도 늘어나는 등 일본 여행 트랜드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 여행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참좋은여행이 이번 달 1~23일 일본 패키지 예약 인원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479.7% 증가했다. 다만, 지난해엔 단체 비자 발급이 제한됐던 때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팬데믹으로 인한 입국 제한 조치와 불매운동이 없었던 2018년과 비교해 봐도 143.4% 늘었다. 여름 성수기인 6~8월 출발 예정자로 비교해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393.8% 늘었다. 2018년에 비해서는 20.8% 증가했다. 모두투어도 7~8월 출발 예정자의 여행 지역을 분석해 본 결과 일본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19%로 나타났다. 또 이번달(1~23일) 일본 여행 예약 건 수도 전월 보다 80% 증가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입국 규제 완화와 엔저 현상 등으로 일본 지역 인기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투어의 6월 일본 여행 수요는 약 2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0배 가량 증가했고 본격적으로 일본 여행 회복세가 나타난 지난해 10월과 비교해도 3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월 정점을 찍고 주춤했던 일본 여행은 최근 들어 다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데, 올해 4~5월과 비교해도 10% 내외의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올 상반기 일본 여행 지역은 오사카가 34.7%로 가장 많았고, 규수 28.5%, 북해도(홋카이도) 15.8%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7~8월 출발 예정인 여행 수요는 북해도 비중이 40%를 차지할 정도로 북해도가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모두투어가 7~8월 일본 지역 예약 건수를 비교한 결과 역시 북해도가 40%로 가장 많았고 오사카(29%), 후쿠오카(14%), 도쿄(8%), 오키나와(7%) 등의 순이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북해도는 일본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어 여름철에도 비교적 시원한 편이고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한 감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며 "여름성수기를 맞아 삿포로 전세기 등 항공좌석 공급이 확대되면서 북해도에 관심을 갖는 여행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일본 여행 트랜드도 바뀌고 있다. 일본 여행은 팬데믹과 불매운동 이전에는 단거리와 값싼 여행으로 인기를 모았지만 코로나 이후 일본 여행이 큰 폭 올랐는데도 판매량이 줄지 않고 있다. 또 최근엔 소도시 여행 수요도 늘고 있다. 실제로 하나투어의 일본 소도시 시즈오카, 다카마츠의 2분기 여행수요는 1분기 대비 3배 내외 증가했다. 가격이 인상됐음에도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여름 성수기인 6~7월 기준 코로나19 이전 오사카 2박3일이 40만~50만원대, 북해도가 70만~80만원대 였다면 지금은 오사카는 60만~70만원대, 북해도는 100만~110만원대다.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코로나19와 불매운동 이전의 일본여행은 단거리와 값싼 가격으로 인기를 모았다"며 "코로나 이후 일본여행 가격이 큰 폭 올랐는데도 지금은 판매량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데 자리가 없어 판매를 못할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행 업계에서는 향후 일본 지방 소도시 항공 노선이 확대될 경우 일본 여행객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지방 도시의 항공노선 확대가 예상되고 있어 일본 소도시 여행수요 증가세가 기대되고 있다 "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