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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육하면 아동학대로 겁박…교사들, 학부모 갑질에 피멍"

등록 2023-07-23 08:17:31   최종수정 2023-07-23 12: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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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지적하면 SNS에 교사 능력 없다" 막말

"학부모 수개월 민원…다른 학생 학습권 침해"

"교장·교감 적극 개입…교육청 민원 창구 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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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 지역 교사들이 21일 오후 광주 광산구 신창동 광주교원연수원에서 열린 '서울 서이초 사망 교사' 추모문화제에서 추모·연대 글귀를 적고 있다. 이날 추모제는 지난 18일 안타까운 선택으로 숨진 서울 서이초등학교 20대 담임교사를 애도하고자 열렸다. 2023.07.21.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의 안타까운 사망의 원인으로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광주지역 교사들도 일부 학부모의 갑질이 학습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며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2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와 광주교사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일선 학교에서 학부모에 의한 민원은 휴대전화, 하이클래스, 홈페이지 게시판, 직접 방문 등을 통해 하루 수십건 이상 제기되고 있지만 교사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외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광주의 A초등학교 저학년 담임교사는 교실내에서 다툼을 목격하고 시시비비를 가려 잘못한 학생이 사과하는 것으로 생활지도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난 뒤 학생의 학부모가 전화해 "왜 우리 아이만 혼내느냐"며 욕설과 막말했다. 학부모는 공개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도능력이 없다"는 글을 남겼으며 아직까지 남아있다.

교사는 학교장에게 교권보호위원회를 요청했지만 "사과하는 것으로 마무리 하자"고 해 휴직계를 내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B초교의 고학년 한 학급은 학부모의 지속된 악성 민원 제기로 담임교사가 수차례 바뀌기도 했다. 학부모는 교사가 편애하고 있다며 학교까지 방문해 항의했고 해당 학생도 불성실한 수업태도를 보여 학급 분위기가 엉망돼 교사는 결국 휴직계를 제출했다. 학교는 순환교사제도와 교감이 임시 담임을 맡아 1학기를 마쳤다.

C초교에서는 한 학생이 수업 중에 책상에 눕고 바닥을 기어다니는 등의 행동을 해 교사가 바른 자세로 앉아야 한다고 지도 했다. 하지만 학생은 "수업을 듣지 않겠다"고 버텼다. 이후 학생이 "본인에게만 발표를 시키지 않았다"며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지는 등의 행동을 보여 교사는 학부모 상담을 통해 치료가 필요하다고 안내했지만 "우리 아이 정신병자 취급한다"며 막말을 쏟아냈다.

D초교의 한 교사는 특정 학부모가 수개월동안 밤·새벽·휴일을 가리지 않고 연락해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학부모는 "내가 누군지 아느냐, 모든 수단 동원해서 잘라버리겠다"며 학교까지 찾아와 폭언해 교사는 병가를 내고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남아있는 학생들이 아른거려 1년을 버텼다. 학부모의 행동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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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21일 오후 광주 광산구 신창동 광주교원연수원에서 한 교사가 안타깝게 숨진 서울 교사 추모 공간에 헌화하고 있다. 이 추모 공간은 지난 18일 안타까운 선택으로 숨진 서울 서이초등학교 20대 담임교사를 애도하고자 설치됐다. 2023.07.21. [email protected]
광주와 전남지역 교권침해는 지난해 기준 207건 집계됐다. 욕설과 폭언에 의한 명예훼손이 가장 많았으며 폭력을 행사한 사례도 2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조광주지부 관계자는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는 시간을 가리지 않고 지속적이어서 이를 먼저 막아주는 것이 필요한데 대책이 없다"며 "학부모의 민원을 접수하는 창구를 교육청 차원에서 마련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광주교사노조 관계자는 "교권침해가 발생할 경우 광주와 전남도교육청은 상담치료·법률지원 등을 하고 있지만 피해 교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이용 할 수 있다"며 "법적인 분쟁으로 이어질 경우 수개월 또는 수년이 걸려 교육활동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철저한 진상 조사와 교권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제2의 서울 초교 교사 사망 사건은 이어질 것이다"고 경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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