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작심 발언 이재명, 윤에 '민심' 전달·'국정전환' 압박…정국 주도권 잡기
A4용지 10장 분량 준비해 15분 간 모두 발언윤에 전달할 메시지 집중하기 위해 준비한 듯최대한 정중한 표현 쓰되 직접적인 내용 밝혀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첫 영수회담에서 모두발언 15분간 작심 발언을 했다. 총선 민심을 전달하며 국정기조 전환을 압박한 것이다. 총선에서 압승한 제1야당 대표의 의무와 책임에 주력한 것이다. 이 대표는 선명성을 부각며 정국 주도권 잡기에 고삐를 죈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담은 오후 2시께부터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차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 대표는 A4용지 10장 분량을 준비해 와 15분 가량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 윤석열 정부 집권 2년에 대한 평가와 민생회복지원금, 전세사기 특별법 등 민생 법안 처리, 이태원 참사 특별법·해병대 채상병 특검법 등 거부권 미행사 약속, 김건희 여사 등 가족 관련 의혹 정리, 의료개혁 및 연금개혁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평소 이 대표가 기자간담회 등을 진행할 때 특별히 정해진 원고 없이도 발언을 끝마칠 정도임에도 모두발언을 정리해, A4용지 10장에 고루 담아 준비한 것은 총선 민심을 과감없이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모두발언 도입부에 "(여의도 국회에서 용산 대통령실까지) 한 20분 정도 걸리는데 실제 여기 오는데에는 700일이 넘게 걸렸다"고 꼬집은 것은 윤 정부가 2년동안 민심을 역행한 부분을 짚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이 대표와 민주당 입장에서 이번 영수회담은 '총선 민심'을 전하는 일이 최대 의제이었다. 때문에 다소 길어지더라도 전해야 할 내용은 전한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총선 과정이나 국회 내 회의석상에서 보였던 공세적 언어로는 협치의 물꼬를 트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최대한 정중한 표현으로 전하되 군더더기 해석이 달릴 일 없이 적확한 내용으로 구성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관계자들이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윤석열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정말로 바란다"고 하면서도 "정치·경제·사회·외교안보 등 국정의 모든 영역이 위기"라고 지적했다. 현안인 의료개혁, 의정갈등 장기화에 대해선 "개혁이 중요한 과제"라면서도 "갈등을 먼저 풀어야 한다. 국회 공론화특위에서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거대 야당과 개혁을 논의해야 한단 당위성을 강조하며 일방 독주 대신 협치를 압박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인사청문회에서 갖가지 의혹, 문제점이 드러난 경우에도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지명자를 그대로 임명한 부분 등에 대해 "국회를 존중하고,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면서 "과도한 거부권 행사, 시행령 정치, 인사청문회 무력화 등을 그만둬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같른 뜻으로 읽힌다.
민주당이 21대 국회 마지막 회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 개정안,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안 등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안된다는 뜻을 전하면서는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의미의 약속을 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및 처가 관련 주가조작 의혹 등에 대해선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며 우회적인 표현으로 의사를 전달했다. 이와 함께 "입법부와 행정부는 견제와 균형 속에 국정을 함께 이루는 수레의 두 바퀴"라며 "행정 권력으로 국회와 야당 혹여라도 굴복시키려고 하면 성공적인 국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비공개로 전환된 뒤의 회담은 이 대표가 화두를 던지면 윤 대통령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박성준 수석 대변인은 시간으로 비교해본다면 이 대표 15분, 윤 대통령 85분 정도의 비율로 발언시간을 가졌던 것으로 계산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 여야정협의체 또는 이 대표와 자주 만나 소통하는 것에는 공감하면서도 민생회복지원금 등 민생입법 관련해선 이견을 나타냈다. 채상병, 김 여사 의혹 관련 특검법에 대해선 직접적 발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회담을 마친 뒤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에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는 소회를 밝혔다고 박 수석대변인은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