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교제살인①] "3일에 1명꼴 사망" 공식 집계 땐 더 늘수도
20대 최씨 "여자친구가 헤어지자 해 범행"교제폭력 검거 피의자 수 3년 새 55.7%↑"관련 정부통계 미비…실태부터 파악해야"[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 강남 한복판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20대 의대생 최모씨 소식이 알려지면서 교제살인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의해 살해되는 피해자가 3일에 1명꼴로 생겨나는 등 잔혹 범죄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 6일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 A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A씨가 헤어지자고 말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범행 당일 집 근처인 경기 화성의 대형 마트에서 흉기를 산 뒤 피해자를 범행 장소로 불러내 살해했다. 당시 건물 옥상 난간에서 서성이는 남성이 있다는 시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의 시신을 발견하고 최씨를 긴급 체포했다. 최씨가 서울 소재 명문대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것이 알려지면서 이 소식은 일파만파 퍼졌다. 교제살인은 교제폭력의 한 유형으로, 이별을 요구하는 연인을 살해하는 행위다. 데이트폭력으로도 알려진 교제폭력은 교제 관계에서 발생하는 언어적, 정서적, 경계적, 성적, 신체적 폭력을 의미한다. 최근 이같은 교제살인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경기 화성시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대학생 김레아(26)는 경기 화성 봉담읍의 한 오피스텔에서 자신을 찾아온 여자친구 B씨와 그의 모친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B씨는 연인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모친과 함께 김씨를 찾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레아는 당시 집 안에 있던 흉기로 이별을 통보하는 B씨 가슴 부위를 찌르고, B씨 어머니의 옆구리 부위를 다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 이후 B씨는 병원 치료받다가 숨졌고, B씨의 어머니는 중상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김레아는 이 사건 이전에도 B씨에 대해 과도한 집착을 보이고,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교제폭력으로 검거된 피의자는 1만3939명으로 2020년 8951명 대비 55.7% 증가했다. 범죄 유형으로는 폭행·상해(9448명, 67.8%)가 가장 많았고, 체포·감금·협박(1258명, 9%), 성폭력(453명, 3.2%) 등 순이었다. 정부가 교제살인 통계를 따로 집계하고 있지는 않다. 매년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분석해 그 피해 규모를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경찰 관계자는 "교제폭력이 법으로 정의된 것이 아니라 가정폭력처벌법에 준해서 범죄 유형을 관리하고 있다"며 "살인은 따로 집계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남편·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의해 살해된 여성의 수는 최소 138명이다. 살인미수 등을 포함하면 그 숫자는 449명으로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교제살인에 대한 국가통계를 마련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접근하는 첫걸음이라고 이야기한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공동대표는 "실태조차 파악하지 않으면서 피해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잘 만들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국가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의지를 보여야 신고율도 올라가고, 살인에 이르기 전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