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26번 실패' 딛은 창업자 제임스[다이슨 혁신의 힘①]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로 다이슨 기업 시작날개 없는 선풍기부터 에어랩 등 일상 속 혁신
5126번의 실패를 겪은 터라 당연히 신나야 할 그 순간, 오히려 이상하게 마음이 가라앉았다. 왜 그랬을까? 대답은 '실패'에 있다." (제임스 다이슨, 자서전 발췌) 영국 기술기업 다이슨(Dyson)은 청년 제임스 다이슨의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30년이 지난 지금, 다이슨은 전 세계 85개국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1만40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이중 절반 이상은 엔지니어 및 과학자다. 발명가이자 최고 엔지니어인 제임스 다이슨은 영국 왕립예술대학을 졸업하고, 영국 기술기업인 로토크에 취직해 무거운 화물을 신속하게 운반할 고속 상륙선 '씨트럭(Sea Truck)'을 첫 프로젝트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자신만의 독자적인 연구와 개발을 위해 로토크를 퇴사한 다이슨은 자택 청소 중 사용할수록 흡입력이 떨어지는 청소기에서 '영감'을 얻었다. 특히 먼지봉투에 담기는 먼지가 봉투 표면의 틈을 막으면서 청소기의 흡입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이슨은 즉각 새로운 진공청소기 개발을 통해 먼지와 공기가 제대로 분리되지 못해 발생하는 흡입력 저하를 방지하자고 결심했다. 공기 회전을 이용해 공기와 톱밥을 분리하는 제재소의 싸이클론 장비에서 영감을 얻어 이를 진공청소기에 적용하려고 했다. 그 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5년간 5127개의 시제품을 제작한 끝에, 1993년 싸이클론 방식을 적용한 세계 최초의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 'DC01'을 탄생시켰다. 이 제품은 출시 18개월 만에 영국 진공청소기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영국 이외에도 미국, 호주, 뉴질랜드, 서유럽 및 캐나다 시장을 싹쓸이하며 청소기 시장에 큰 변화를 줬다.
이처럼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새로운 혁신을 달성하려는 다이슨의 조직문화는 무선 청소기 시장을 새롭게 정의한 '다이슨 디지털 모터(DDM)' 개발로도 이어진다. 127년간 고정관념을 깨뜨린 날개 없는 선풍기부터 현대 주거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공기청정기술도 탄생시켰다. 다이슨은 슈퍼소닉 헤어 드라이어 및 다이슨 에어랩 스타일러, 공기정화 헤드폰 등을 연속으로 선보이며 우리 생활 속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다이슨의 신념은 그의 자서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통상 자서전에는 부정적이거나 실패기록은 담지 않지만, 다이슨은 주요 실패 사례로 손꼽히는 전기차 사례를 상세하게 적어놨다. 그는 2016년 다이슨 EV 프로젝트를 시작, 500명 규모의 팀을 꾸리고 2019년 중반에는 매우 설득력 있는 자동차 'N526'을 만들어냈지만 차 한 대를 15만 파운드(약 2억7000만원)에 팔아야 한다는 현실의 벽에 부딪쳤다. 다이슨은 "우리의 전기차 가격은 너무 비싸서 타사와 경쟁하기 어렵다"며 "이는 우리가 자동차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면 회사가 위험해진다는 것을 의미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일은 정말 힘들었지만, 우리는 5억 파운드의 재정적 손실을 보고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다이슨의 이 실패 역시 남는 것이 많았다. 배터리와 로봇 공학, 공기 정화, 조명을 포함한 분야에서 많은 것의 원리를 알았고, 무엇보다 그것들이 미래를 위한 가치 있는 도전이라는 점을 조직 전체가 깨달은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