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A 성과급으론 안된다"…삼성전자 '술렁'[성과급의 경제학②]
삼성전자는 아직도 성과급 '산정 기준' 놓고 논란직원들은 "성과급 산정 기준 개선" 한 목소리기업 비밀인 EVA 기준 성과급은 한계 있어
반도체 업계의 양대 산맥인 두 회사는 지난해 똑같이 성과급을 주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에 처했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극과 극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7~9월) 두둑한 성과급으로 '잔칫집' 분위기이지만, 삼성전자는 주주들에게 '실적 반성문'까지 쓸 정도로 참담한 모습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서로 닮은 듯 다른 성과급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상·하반기 지급되는 삼성전자의 목표달성장려금(TAI), 연 1회 지급되는 초과이익성과급(OPI)은 SK하이닉스에서도 다를 게 없다. 그 이름만 SK하이닉스에서는 '생산성 격려금'(PI)과 '초과이익분배금(PS)'로 부를 뿐이다. 양사 모두 한 해 연봉의 3분의 1 이상이 성과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이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연봉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OPI 성과급의 산정 기준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OPI 성과급 지급 재원을 '경제적부가가치(EVA)'에 근거해 산정한다. EVA는 세후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을 빼고 남은 것으로, 영업활동을 통해 얻은 순수한 이익을 말한다. 경영 성과 측정의 대표적인 지표로 꼽는다. 만일 영업이익이 100억원이더라도, 이를 만드는데 들어간 비용이 99억원이면 성과급은 1억원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이 지표는 오랜 기간 주요 대기업에서 성과 측정을 위해 활용했지만, 내부 구성원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수많은 논란의 대상으로 변질됐다. EVA 산정 기준이 공개되면 설비투자 등 경영상 전략적 판단이 외부에 노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EVA는 사실상 영업비밀이기 때문에 성과급 산정 기준 자체를 직원들이 명쾌하게 알지 못한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다르다. 지난 2021년 '성과급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내부 구성원들의 요구가 빗발치자, 2013년부터 사용해 온 성과급 지급 재원 기준을 EVA에서 영업이익으로 과감하게 바꿨다. 삼성전자 역시 성과급 산정 기준을 공개하라는 직원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여전히 버티고 있다. 하지만 내부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반도체(DS) 사업 부문 직원들에게 업계 1위에 걸맞는 최고 보상을 약속했지만, 최근 반도체 업황 침체 속에서 이 같은 '성과급 우위' 약속은 흔들리고 있다. 이미 올 상반기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상반기 PI 성과급을 상한선인 월 기본급의 최대 150%로 받았지만,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직원들은 최대치(100%)에 한결 못 미치는 75%만 받았다. 이렇다보니 두 회사의 연봉 서열도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SK하이닉스의 신입사원 초봉이 5300만원으로 오르자, DS 부문만 별도로 종전 5150만원인 연봉을 5300만원으로 2.91% 올리는 미봉책을 쓰기도 했다. 올해에도 삼성전자는 노사협의회와 임금조정 협의를 거쳐 평균 임금 인상률을 5.1%로 합의했지만, SK하이닉스는 이보다 높은 5.7%로 정했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논란은 계열사로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 외에 삼성화재 리본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등 다른 삼성 계열사 노조들이 참여한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을 내고 "현재 OPI 제도는 회사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방식으로 전락했다"며 "연봉 구조 개선과 RSU(양도제한 조건부 주식) 같은 새로운 보상 제도를 마련해달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