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성공할까"…거세지는 찬반론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정치권을 중심으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시중은행은 물론 핀테크와 게임업체 등도 시장 선점을 위해 상표권 출원에 나서는 등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을 비롯해 국제결제은행(BIS), 해외IB 등이 원화스테이블 코인 발행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놔 대조를 이룬다. ◆스테이블코인 시총 2000억 달러 돌파…상표권 선점 분주 28일 한은이 펴낸 '2025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스테이블코인 10종의 글로벌 시가총액은 올해 5월말 2309억 달러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퍼블릭 블록체인 네트워크 상에 운영됨에 따라 높은 접근성과 투명성, 낮은 비용 및 속도 측면에서의 효율성 등의 이점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봤다. 특히 투자자들은 가상자산시장 및 데파이(탈 중앙화) 플랫폼 내에서 법정화폐보다 전송이 간편하고 속도가 빠른 스테이블코인을 거래 수단으로 선호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시장 안착 성공에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서둘러야 한다는 점에서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발의하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경쟁력이 충분하다"며 "수용자가 될지, 글로벌 질서를 주도할지는 현재 대응에 달렸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지난 27알 한은 업무보고 자리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시대의 요구이자 흐름"이리고 언급하면서 한은의 신중론에 대해 "전향적으로 해야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의 싱크탱크인 '해시드오픈리서치'는 3월 '원화 스테이블코인 필요성과 법제화 제안' 보고서에서 "미래 경제를 뒷받침할 새로운 화폐가 필요하며, 스테이블코인이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장점으로는 ▲저렴한 비용 ▲거래 속도 ▲무허가성 ▲프로그래밍 가능성 을 꼽고 "'은행 중심 발행 모델'에서 벗어나 민간 주체 참여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 업계도 분주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움직임이 속도를 내자 시중은행들과 핀테크, 게임업체까지 연이어 상표권을 출원하는 등 관련 시장 선점을 위한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KB국민은행은 'KB'에 원화를 의미하는 'KRW'을 조합한 'KBKRW' 등을 출원했다. 하나은행과 카카오뱅크도 스테이블코인 관련 명칭을 출원했다. 카카오페이와 미래에셋컨설팅, NHN KCP 등 금융·결제 관련 회사들도 원화 스테이블 코인 관련 상표권을 출원했다.
◆ 한은·BIS·HSBC의 신중론 이런 가운데 국내외 기관들을 중심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 안착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는 이달 말 발간 예정인 연례보고서 초안에 스테이블코인이 금융시장에 미칠 우려를 담은 것으로 알려진다. BIS는 스테이블코인 거래가 활발해지면 신흥국의 통화 주권은 약화되고, 미국 국채 등 금융시장의 혼란 위험이 커질 것으로 봤다. 또한 자국 통화 신뢰도가 낮은 신흥국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늘 경우 자국 통화 주권의 훼손 가능성과 위기시 대량 매도에 따른 패닉셀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외IB인 HSBC도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신용카드 사용률이 높다는 점에서 원화스테이블 코인의 한계를 짚었다. 한은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관리 및 감독 제도를 철저히 마련한 후 도입하자는 신중론을 보인다. 일환으로 비은행권보다 은행권에 먼저 도입해보자는 의견이다. 이유는 실익보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은은 달러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통화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명분에 우선 반대한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최근 간담회를 통해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있다고 해서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발행되야 하는 주장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달러 스테이블코인 지배력은 달러가 안전자산이기 때문"이라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있다고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안 쓸 것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더라도 낮은 수요에 자리 잡지 못할 수 있고, 다른 스테이블코인과 교환이 더 쉽다는 점에서 되레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시장 우위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또 통화정책 주체로서 관리가 힘든 비은행권의 무분별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정책 유효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경계한다. 중소 규모의 비은행권 발행 코인이 남발될 경우 발행사의 운용 실패나 외부 충격시 대규모 상환 요구에 따른 코인런(Coinrun)에 따른 금융 불안정 문제도 우려되는 요소다. 외국환거래법 담당 주체로서 외환규제를 우회해 불법 자금세탁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을 짚는다. 이런 이유로 한은은 감독이 어려운 핀테크 등 민간업체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보다는 규모가 크고, 관리가 용이한 시중은행권부터 허용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유 부총재는 지난 24일 간담회에서 "안전판을 마련하자는 것"이라며 "도입을 하더라도 금융 규제 수준이 높은 은행을 중심으로 해보고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