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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필름]너무 안전한 즐거움 '전지적 독자 시점'

등록 2025-07-23 05:58:00   최종수정 2025-07-24 16:3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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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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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7월23일 공개)엔 이른바 여름방학 영화가 갖춰야 할 미덕이 있다. 관객 흥미를 자극할 만한 설정과 이야기, 제작비 약 300억원을 투입했다는 게 느껴지는 규모와 이미지, 화려한 액션과 스타 배우가 있다. 꼬인 데 없이 또렷한 구도도 있다. 다만 '전지적 독자 시점'은 어쩐지 몸을 사린다. 액션 판타지이자 이(異)세계물이고, 포스트 아포칼립스 스토리이자 게임 기반 설정 영화라는 데 혹시나 관객이 거부감을 드러낼까봐 자꾸만 눈치를 본다. 진입 장벽을 낮추고 최대한 다수 관객 구미에 맞춰보기 위해 더 쉽고 단순해지는 길을 가는 것. 말하자면 관객이 이 세계관에 자진해서 걸어 들어오게 하는 게 아니라 들어와 달라고 부탁하는 것만 같다. 원작 소설이 누적 조회수 3억회를 기록하고 웹툰으로도 만들어져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슈퍼 IP(Intellectual Property·지식재산)라는 걸 스스로 믿지 못하는 듯하다.

김병우 감독이 연출한 '전지적 독자 시점'은 작가 싱숑이 2018~2020년 연재한 웹소설이 원작. 이 소설은 슬리피-C·UMI 작가가 2020년부터 웹툰으로 만들기도 했다. 주인공은 세상과 사실상 단절된 채 살아가는 김독자(안효섭)라는 20대 남성이다. 그는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멸살법')이라는 웹소설의 광팬. 이 작품을 보는 게 삶의 유일한 낙이다. 다만 10년 간 연재된 이 소설은 워낙에 인기가 없어 수 년 간 독자가 김독자 한 명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소설 연재가 종료되고, 의미를 알 수 없는 작가의 메시지가 김독자에게 전달된 직후 갑자기 세계가 멸망해버린다. '멸살법'이 그린 바로 그 멸망한 세계와 똑같이 말이다. 이 소설의 내용과 결말을 아는 유일한 사람인 김독자는 이제 그가 동경해마지 않은 '멸살법' 주인공 유중혁(이민호)을 만나 세상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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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라인만 보면 다소 복잡해 보이나 '전지적 독자 시점'은 직관적으로 즐기는 데 무리가 없다. 원작을 읽지 않았더라도 나머지 공부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친절하다. 물론 판타지 장르에 익숙하지 않고 MMORPG 콘셉트가 낯선 관객에겐 일부 용어나 설정을 이해하는 게 다소 어려울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색이 워낙에 효율적으로 이뤄진데다가 화법이 간단 명료하고 선악 구도가 분명해서 영화를 따라가는 게 어렵지 않다. 지체 없는 빠른 전개는 이 작품의 또 다른 장점. 일단 '전지적 독자 시점'이 제시하는 세계관에 마음의 문을 열고 나면 마치 직접 게임을 하는 것처럼 룰을 이해하고, 캐릭터의 힘을 업그레이드 해가며, 단계별 퀘스트를 하나 씩 깨고 전진하는 몰입을 실감할 수 있다. 주류 상업 영화 문법 안에서 게임적 쾌감을 구현하는 시도를 목격한다는 건 드문 경험이다.

온갖 특수효과로 구현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를 러닝타임 117분 내내 맛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영화가 제공하는 재미다. 동호대교 한가운데서 전철이 뒤집어지고 다리가 끊어지는 장면을 시작으로 각 미션 때마다 등장하는 각종 몬스터의 크기·질감·타격감이 스크린에서만 올바르게 구현된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극장용이다. 단순히 액션이 화려한 게 아니라 게임 상태창과 연동됨으로써 마치 게임 속에 들어온 듯한 감각을 만들어내 새로운 액션 도파민을 만들어낸다. 물론 제작비로 2억 달러 이상 쓰는 할리우드 대작 영화와 비교하면 '전지적 독자 시점'의 특수 효과는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이기도 한다. 'F1 더 무비' '쥬라기 월드:새로운 시작' '슈퍼맨'이 거쳐간 현재 극장가라면 그 간극이 더 커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전지적 독자 시점'의 특수 효과는 몰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임계점을 지켜내는 데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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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전지적 독자 시점'은 손익분기점 600만명이라는 수치에 지레 겁을 먹은 듯 대중성을 위해 원작의 매력을 평탄화한다. 원작이 가진 특이점을 가지치기해 안전한 외형만 남겼다는 것. 소설이 워낙 방대해 2시간 짜리 영화로는 소설의 극초반부 밖에 다루지 못 했다는 걸 감안해도 배후성·성좌·스타스트리밍 같은 핵심 설정을 사실상 제거해 거의 활용하지 못한 건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김독자·유중혁 등 각기 다른 흡인력을 가진 캐릭터와 그들 사이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 역시 원작 팬이 지지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영화는 김독자의 영웅적 활약에만 초점을 맞출 뿐 인물의 성격도, 인물 간 교감도 드러내 보이지 못한 채 이야기 진행에만 골몰한다. 이때 '전지적 독자 시점'은 완결된 이야기를 갖지 못한, 독특한 배경에서 펼쳐지는, 적절한 재미를 가진 액션판타지물 이상으로 도약하지 못한다.

선택과 집중의 문제였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원작이 있는 영화가 원작과 비교될 때 매번 나오는 말이고, 선택하고 집중하는 건 분명 각색의 올바른 수순이다. 다만 그 원작이 거대한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으며 이미 매체 전환에 한 차례 성공한 적 있는 슈퍼 IP라면 얘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원작의 강점이 어떤 지점에서 극대화되는지 알고 그것을 정확하게 선택해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슈퍼 IP 기반 영화는 '소설-웹툰'과 상호 보완하는 콘텐츠 생태계 일부이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 세계관을 이미 받아들였고, 앞으로 기꺼이 따라갈 준비가 된 관객을 겨냥한 콘텐츠가 설계될 때 IP는 의미를 갖고 폭발력을 갖는다. 그러니까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은 그들이 사용한 IP의 가능성을 스스로 믿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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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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