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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취임 100일]④숨 가쁜 외교전…한미 정상 신뢰 첫발, 관세 협상 후속·동맹 현대화 등은 과제

등록 2025-09-09 05:00:00   최종수정 2025-09-09 10: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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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간 바쁜 외교 일정 소화…탄핵 공백 메우고 '외교 정상화' 시동

미·일 정상외교 복원…통상·안보 세부 협상·과거사 갈등은 숙제

북·중·러 밀착…'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 부각, 실용외교 성과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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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2025.08.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석달 간 숨 가쁜 외교 일정을 소화하면서 탄핵 사태로 마비된 정상외교를 다시 가동시켰다.

탄핵 사태로 인수위원회 없이 출발한 이재명 정부는 반년 이상 멈춘 정상외교의 공백을 메우려는 노력으로 취임 초 한미, 한일 정상외교 채널을 다시 가동하면서 한미 동맹은 물론 한일 관계 개선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를 상당 부분 가라앉힌 성과를 거뒀다.

이 대통령은 취임한 지 12일 만에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초청받아 짧은 시간 동안 다자회의와 양자회담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 모두 9개국 정상 및 유엔 사무총장과 회담을 가졌다. 역대 대통령들이 첫 정상외교에 두 달 정도 걸렸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외교 정상화에 시동을 건 셈이다.

이 대통령 취임 82일 만에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한미동맹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조선, 원자력, 인공지능(AI) 등 양국 간 협력 분야의 지평을 넓히고, 국방비 증액 등을 통한 동맹 현대화의 필요성에 정상 간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기틀을 다진 점은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이 일각의 친중 성향 인식을 해소하고 안미경중(安美經中)이라는 전략적 모호성을 탈피해 트럼프 대통령과 친밀감을 형성하고 신뢰를 구축한 점도 성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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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현지 시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5.08.23. [email protected]
여기에는 워싱턴보다 일본 도쿄를 먼저 들러 대일(對日) 관계 개선의 모멘텀 유지를 확인시켜준 이 대통령의 전략적 판단도 주효했다. 이 대통령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방한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일본을 방문해 '셔틀 외교'를 재개하고, 일본과는 안보,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일 협력을 이어가는 동력을 마련했다.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목표로 잡았던 경제·통상 안정화나 안보 동맹 현대화와 관련한 공동성명 등 합의 문서를 채택하지 않아, 한미 관세협상 등 여러 현안의 세부 사항을 협의해 나가는 것이 과제로 남게 됐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미 이민 당국의 한국인 체포·구금 사건 같은 일이 또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것도 숙제다.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됐지만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펀드의 운용 방식이 불분명하고, 자동차 관세의 인하 시점이나 반도체·의약품 최혜국 대우 이행 여부 등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상회담에서는 대중(對中) 견제를 고려한 주한 미군의 역할 조정이나 감축 등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나, 올가을 미 국방부가 새 국가방위전략(NDS)을 제시하고 연례 한미 안보협의회의(SCM)가 개최되면 미국이 새로운 압력을 행사할 여지도 있다. 

아울러 한일 관계에서도 과거사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은 풀어야 할 숙제다. 이재명 정부의 대일(對日) 외교 기조는 국익을 중시하는 실용외교에 바탕을 둔 '투트랙' 접근으로 과거사 문제를 현안 논의와 연계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역사 현안이 한일 양국 간 상시적인 갈등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매년 반복되는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독도 역사 왜곡 논란 등과 같은 고질적인 과거사 문제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한일 간 갈등의 골이 언제든지 다시 깊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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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현지 시간) 베이징 톈안먼 성루(망루)에서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 함께 자리해 광장에서 열린 '중국 인민 항일 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을 보며 박수하고 있다. 2025.09.03.
한편으로 중국, 러시아와 외교채널 정상화를 통한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지만 당분간 속도를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북한은 핵(核)보유국으로서의 입지를 점점 더 강화하고 있고, 미중 전략 경쟁 심화는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 구도의 신냉전을 자극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도 엄중해지고 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해 천안문 망루에 나란히 선 건 신냉전 구도를 반영한 상징적인 장면이다.

북한이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과도 관계 복원을 통해 안보는 러시아, 경제는 중국과 협력하는 이른바 '안러경중'의 외교 전략을 펼치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은 더 악화됐다. 더군다나 강대강 대결 구도로 거세게 치닫는 미·중 갈등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교 현안 대응은 이재명 정부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어려운 숙제 중 하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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